오늘 날씨는 어제와 정반대다. 오늘처럼 날씨가 맑고 깨끗한 날은 거의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늘에는 티 하나 없다. 어제는 비구름과 안개로 시야가 뚜렷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멀리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푸른 하늘에 푸른 나무에 논에 심겨진 푸른 모가 희망을 나타내어 주고 있다.
시원한 바람이 살짝 볼에 와 닿으니 촉감이 좋다. 들려오는 새소리가 너무 아름답다. 이름 모를 흰 새들이 한가롭게 날아다닌다. 사무실 옆 일곱 그루의 소나무는 더욱 싱싱하고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화단에 피어있는 꽃은 아침 햇살에 더욱 빛난다. 그야말로 평화의 세상이다. 평소에 꿈꾸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이다.
이런 좋은 날 아침 우리 교육에도 희망을 가져다주는 아름다운 소식들이 많이 들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면서 교육의 방향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교육에 희망이 보이려면 무엇보다 교육의 방향이 중요하다. 교육의 방향이 잘못되면 아무리 속도를 내어도 허사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자꾸 속도만 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교육의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가 교육의 방향을 잡아가야 할까? 교육의 방향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나와야지 어느 한 사람이나 특정한 사람들의 머리에서 나오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교육의 방향이 한 쪽으로만 기울어지게 된다. 교육의 방향은 물의 흐름과 같아야 한다. 자연스러워야 한다. 상식적이어야 한다.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그러기에 하나의 교육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밀어붙이려고 해서는 안 되고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 몇몇 사람들의 의견이 전부인양 생각하고 밀어붙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무슨 교육정책이든 그것이 상식적인지 아닌지, 자연스러운지 아닌지,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지 아닌지, 현실에 맞는지 아닌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 제대로 된 방향이 설정될 수가 있는 것이다.
물의 흐름은 어떠한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지 않는가? 어느 한 사람이나 특정한 사람만이 억지로 낮은 데서 높은 데로 물길을 돌리려고 하면 어떻게 되나? 물을 거꾸로 흐르게 할 수는 있어도 괜히 무리가 따르게 되고 오래 가지 못한다. 탈이 난다. 시간 낭비하고 돈 낭비만 한다.
교육의 방향은 누가 틀어야 하나? 당연히 교육에 관한 전문가이어야 한다. 정치 전문가가 교육을 담당하면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끌어가려고 할 것이고 경제 전문가가 교육을 담당하면 교육을 경제적으로 이끌어가려고 할 것 아닌가? 교육은 교육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교육을 그 어떤 다른 전문가가 움직여서는 안 된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교육만큼은 특히 교육을 전공한 교육 전문가가 담당해야 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교육에 대한 전문 지식인이 얼마나 많은가? 교육현장에서 평생을 몸담은 능력 있고 인품이 뛰어난 분이 얼마나 많은가? 교육의 방향을 틀어야 할 사람은 평생을 교육과 함께 살고 교육밖에 모르는 교육에 대한 경륜이 높은 분이어야 바른 방향을 잡을 수가 있다. 그래야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분들이 당황하지 않게 되고 흥분하지 않게 되고 안정되게 교육을 교육답게 세워나갈 것이다.
이번 기회에 훌륭한 교육의 전문가가 나타나서 지금까지 내놓은 교육의 공약사항인 새로운 교육정책이 옳은 방향인지 아닌지에 대한 새로운 검토 작업부터 새롭게 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속도 조절도 하고 생각 조절도 했으면 한다. 그래야 희망을 주는 교육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교육이 퇴보하지 않고 진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던져진 교육정책과 숨겨진 교육정책들이 불쑥 나오기 전에 교육발전에 걸림돌인지 아닌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또 검토하고 다듬고 또 다듬어 교육정책다운 정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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