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의 뒤를 이어 정진곤 한양대 교수가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었다. 학교 정보를 공개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교육학자. 정부의 간섭을 줄이고 학교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어 현 정부 교육정책의 방향과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교육의 본질과 근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영어 공교육 강화’ 등 논란이 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친 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교육정책의 추진에서 일방적 추진을 경계대상으로 꼽고 있는 교육전문가이다.
앞으로 정진곤수석이 어떻게 교육정책을 펼쳐서 그동안의 갈등과 표류를 적절히 해결할지 두고 볼 일이다. 경험이 풍부한 만큼 일선현장과 중앙정부와의 가교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리한 정책추진을 경계하는 스타일이기에 우리가 정 수석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아직은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전국의 많은 교원들이 정수석의 청와대 입성을 반기는 분위기이다. 더욱더 어깨가 무거운 이유라는 생각을 해본다.
정수석은 이런 분이었다. 지금부터 4년 전의 일이다. 지금도 필자와 함께 뜻있는 사람들이 소규모이지만 '서울 초,중등학교공동체문화연구회'라는 연구회를 꾸려가고 있다. 명맥만 유지해 가는 정도는 아니고 나름대로 학교조직의 갈등을 해소하고 발전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년 연수도 하고, 정책토론회와 세미나를 1-2차례 열고 있다. 그때는 출범 초기라서 여러가지 어려움이 지금보다 더 많았다. 가장 어려운 점은 행사를 하기 위한 비용 마련이었다. 시교육청에서는 학교공동체문화연구회라는 것이 교과교육연구회의 범주를 벗어난다고 하여, 타 연구회에 비해 지원액을 적게 책정해 주었다. 회원들의 호주머니에서 비용을 마련하는 어려움을 매년 반복하고 있다. 뜻있는 인사들의 지원도 있으나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도 학교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막중한 의무를 가지고 어렵게 어렵게 꾸려나가고 있다. 2004년 당시에 그래도 저명한 학자를 초청하여 강의를 듣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에 따라 여러 곳을 타진했으나 일정상 참석이 어렵다고 했다. 행사 당일이 토요일 오후였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 한양대 교수로 재직중이던 정진곤 교수님의 참석을 어렵게 부탁드려 참석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많은 교사, 학생, 학부모가 참석하였으며, 그 어떤 단체의 세미나보다 성황리에 끝을 맺을 수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총무를 맡으신 선생님이 강의료를 드리기 위해 정진곤 교수님을 찾았다. 그런데 정 교수님은 손사래를 치면서 '선생님들이 주축되어 어렵게 연구회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강의료를 연구회 발전기금으로 내놓겠다. 연구회가 계속 발전하여 서울교육에 일조했으면 한다.'라고 하면서 그대로 자리를 떴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어떻게 손쓸 틈이 없었다. 그 기금이 연구회 발전에 기여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회원들은 역시 교육학자다운 분이다. 우리나라에 저런 교육학자가 많아야 한다. 저런분이 교육부장관을 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정진곤 교육문화수석은 이런 사람이었다. 최소한의 배려와 교육발전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분으로 기억된다. 물론 필자의 경우만 이렇게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기본적으로 순수한 열정을 가진 분이 아니었다면 강의료를 연구회 발전을 위해 써 달라고 내놓았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본적인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다.
원래 정 수석은 이렇듯 순수한 분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 직후에 '초심을 잃지 않겠다. 국민을 섬기겠다.'라고 했었다. 정 수석도 초심을 잃지 않고 최소한 4년 전의 정진곤 교수님이 되었으면 한다. 그때의 그 초심을 잃지 않고 구석구석 문제점을 파악하여 슬기롭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그 어떤 교육문화수석비서관보다 우리는 정진곤 교육문화수석비서관에게 거는 기대가 그 어느때 보다 크다. 초심을 잃지 않는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되어 주었으면 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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