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논술시험 준비를 위한 거점학교가 등장한다. 사실 논술 시험은 대학마다 다양하게 출제되어 준비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사정때문에 어쩔수 없이 수험생들은 논술대비를 위해 사교육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교육도 거의 비슷한 답안작성요령만을 가르침으로써 채점위원들에게 도리어 사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었다. 정시모집에서는 논술의 비중이 다소 낮아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수시모집에서는 아직도 논술이 당,락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높은 비중임에도 체계적인 교육이 어려웠는데 서울시교육청에서 논술교육강화를 위해 팔을 걷어올린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처럼 비중있는 논술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여 현실적인 도움을 주기위해 주변학교를 모아서 서울시내를 11개 권역으로 나누어 각 권역마다 1개 학교씩 거점학교를 운영하기로 했다. 논술거점학교마다 문과 4개반과 이과 2개을 만들고, 논술 문제 풀이부터 첨삭지도까지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잘만하면 논술관련 사교육을 공교육이 흡수하는 형태가 될 것이기에 좋은 시도라는 생각이다. 교육과정내에 없는 논술교육을 거점학교를 통해 내실있게 운영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문제는 시교육청의 의도대로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능력있는 강사확보가 관건이다. 심사를 통해 선발된 논술 전문 현직교사들을 배치하겠다고 하는데, 이미 수년전부터 현직교사를 상대로 논술관련 연수를 많이 실시하여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이들의 전문성이 과연 어느정도 수준에 올라있으며, 실질적으로 논술지도에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제 막 시작하는 거점학교에서 무리없이 교육이 잘 이루어질지 그것이 가장 큰 관심사라 하겠다. 거점학교운영이 잘되어 소기의 성과를 낸다면 논술관련 사교육은 자연히 공교육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장차 이런 현상이 나타났으면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논술거점학교에 대해 학생들이 선호할 경우인데, 한꺼번에 많은 학생들이 논술거점학교의 교육에 참여하고자 할때 어떻게 그 학생들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거점학교를 늘리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예산확보와 강사확보등의 문제가 있어 쉽게 늘리기도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사전에 충분한 수요를 파악하고 시작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예측해서 거점학교를 운영하는 것보다는 미리 수요를 파악해서 적절히 거점학교를 지정하는 편이 더 좋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검토했었더라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는 생각이다.
일선학교 교사들 중에는 논술교육 전문가들이 많이 있다. 이들이 시교육청의 방침에 충실히 따를 준비가 되어 있다면 절반은 성공을 거둔 셈이다. 일단은 긍정적인 취지로 출발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효과를 보지 못하더라도 시간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논술전문교사들을 어떻게 우대하여 거점학교 운영의 장으로 합류하도록 유도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하겠다. 우수한 자원을 적시에 활용하여 학생들의 논술능력을 키운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거점학교운영에서 한가지 돋보이는 것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는 수강료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교육을 받지 못하면서 체계적인 교육도 받지 못했던 이들에게 기회를 준 것은 높이 살 만하다. 학교장의 추천에 따라 선발하는 과정에서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우선권을 준다는 것이다.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충분히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좋은 취지로 출발하는 논술거점학교운영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어 반드시 목적을 달성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