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넓이, 높이, 깊이로 가르친다.

2008.07.21 08:32:00

지난 18일 오후부터 1박 2일 동안 울산교육 희망의 상징이기도 한 울산교육수련원에서 교육전문직 연찬회가 열렸다. 지금까지 울산교육수련원에서 연수를 한다고 하면 편안함보다 부담감이 앞섰다. 왜냐하면 몇 년 전만 해도 도로가 정비되지 않아 위험한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와야만 울산교육수련원에 도착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한 번 오려면 진땀을 빼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밤 운전은 더하였다. 그만큼 위험한 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며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구경하면서 편안하게 올 수가 있다. 구불구불한 길이 바른 길로 바뀌었고 낮고 높은 길이 평탄하게 다듬어졌으며 막혔던 산은 환하게 터널이 뚫려 시원스럽게 달릴 수가 있도록 있으니 기쁨을 더해 준다. 진땀 빼며 힘들게 오가던 길이 부담 없이 시원하게 자연 구경하면서 달릴 수 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

울산교육수련원은 폐교된 초등학교를 교과부에서 지원한 지원금으로 새롭게 단장된 곳이다. 바닷가에 있는 일반 콘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좋은 시설이다. 선생님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것을 배워가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든 곳이니 울산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이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 찾는 곳이다.

이곳에 올 때마다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 중의 하나는 넓고 푸른 동해바다가 있기 때문이다. 바다는 언제나 나의 스승이다. 바다는 어떤 때는 넓이로 가르쳐 준다. 바다는 어떤 때는 깊이로 가르쳐 준다. 어떤 때는 높이로 가르쳐 준다.

속 좁은 나에게 넓이로 가르쳐 주니 바다가 좋다. 여기에 오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다. 큰물도 받아준다. 작은 물도 받아준다. 더러운 물도 받아준다. 깨끗한 물도 받아준다. 강물도 받아준다. 도랑물도 받아준다. 오염된 물도 받아준다. 정화된 물도 받아준다. 소나기 물도 받아준다. 태풍 물도 받아준다. 화난 물도 받아준다. 이러니 어떤 물도 다 받아주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로 넓다. 적어도 바다의 넓이를 가져야 속 좁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 것 같다.
 
바다는 온갖 물을 가리지 않는다. 차별하지 않는다. 평등하게 받아들이다. 심사도 하지 않는다. 조건도 붙이지 않는다. 어떤 요구도 하지 않는다. 이게 바로 바다의 넓이다. 이게 바로 바다의 포용력이다. 이런 바다의 넓이를 배워가도록 동해바다는 계속 우리 선생님들을 부르고 있다. 연수원에 다녀간 선생님들은 언제나 바다의 넓이로 자신을 넓혀갈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가르쳐 줄 바다의 진리를 깨닫게 되니 얼마나 좋으랴!

또 바다는 높이로 우리를 가르쳐 준다. 작은 물을 보내면서 높음을 자랑하는 산에게 스승이 되어 준다. 작은 물도 큰물도 받아들이기 위해 항상 낮은 자세로 서 있어야 함을 가르쳐 준다. 나의 위치가 교만으로 가득 차 있지 못하도록 가르쳐 주는 겸손의 스승이다.

또한 바다는 깊이로 가르쳐 준다. 바다보다 깊은 것이 어디 있으랴! 그 깊은 바다는 온갖 신비함을 간직하고 있다. 온갖 풍성함을 지니고 있다. 온갖 보화를 지니고 있다. 신비함의 비결, 온갖 풍성함의 비결, 온갖 보화를 지니는 비결은 다름 아닌 바다의 깊이에 있는 것이다. 바다가 깊지 않으면 가벼워 신비함을 지닐 수가 없다. 바다가 깊지 않으면 온갖 고기와 온갖 바다풀을 간직할 수가 없다. 바다가 깊지 않으면 온갖 값 있는 보화를 지닐 수 없다. 우리 선생님들이 가볍지 않도록, 우리 선생님들이 부족하지 않도록, 우리 선생님으로서 가치를 항상 지니기 위해 바다는 가르쳐 준다. 깊이가 있도록 말이다.

이번 주부터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고유가, 고물가로 인해 살기가 힘들더라도 방학을 어디에서 보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지금 울산교육수련원이 우리 선생님들은 언제 동해바다를 통해 바다의 넓이, 높이, 깊이를 닮아가도록 올 여름에도 손짓하고 있지 않은가?

이곳에서 바다의 높이를 배우고 바다의 깊이를 배우며 바다의 넓이의 가르침을 받아 개학 후에는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바다의 넓이, 바다의 높이, 바다의 깊이 가르쳐 봄은 어떨까? 올 여름 우리 선생님들은 가족과 함께 이 좋은 수련시설을 이용해 바다의 포용력도 배우고, 바다의 가치도 배우도 바다의 신비함, 풍성함과 가치를 지니는 비결도 배우는 좋은 시간, 시간들이...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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