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교사의 표정은 어떠한가? 사람마다 다양한 표정들을 짓고 생활하지만 그 표정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표출하게 된다. 한국 사회의 교사들의 표정을 연상하면은 근엄함과 엄한 선비정신을 쉽게 떠 올릴 수 있다. 회초리를 든 교사가 교실에 나타나 침묵이 흐르는 교실에서 한 시간 동안 교사 주도의 수업이 이루어지고 교사 표정에 의해서 분위기가 만들어지던 것이 과거 학교 교실의 모습이었다. 그러던 것이 고도의 지식기반 사회를 구축하면서 학생 개개인의 창의성을 중시하는 교육이 등장하면서 교사의 표정도 자연스런 모습으로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회초리를 들지 말고 학생들을 말로 대화로 지도하자고 한 7차 교육이 교사들의 표정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가? 각 교실에서는 학생과 교사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수업이 원만하게 잘 진행되고 있었던가? 아니면 학생들의 방만한 태도가 교실 수업을 가로막고 있는 사례가 더 늘어나지는 않았던가? 어느 쪽이라고 굿이 꼬집어 답할 필요성이 없는 것 같다.
교사들의 표정이 예전에는 한 시간에 카멜레온과 같이 변하고 배우자가 연기를 하듯 순간순간마다 자신의 모습이 아닌 탈무를 하는 모습으로 수업을 진행하진 않았다. 그런데 오늘의 교사들의 표정은 학교에 들어설 때 표정이 다르고, 교무실에 들어설 때 표정이 다르고, 교실에 들어설 때 표정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학교에 들어설 때는 직업 교사로서의 표정을 짓고, 교무실에서는 업무상의 표정을 짓고, 교실에서는 가식적인 웃음의 표정을 짓는다고 하면 오늘의 교사들의 표정을 그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3차원의 가상 공간을 달리고 있는 현실의 학생들에게 인성 교육으로, 지식 교육으로, 교육의 지표를 달성하기에는 현실과 이상의 캡은 너무나 거리가 먼 것 같다. 교사가 학교에 들어설 때 존경받아야 되고 교무실에 들어서면 화기애애한 친교적인 인사가 가득 넘실거려야 하고, 교실에 들어서면 교사와 학생이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장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변화가 없는 교사의 무표정이 학생들에게 웃음을 던져주지 못하고, 교사 자신에게는 교사로서의 품격향이 품겨나지 못하는 것은 마치 몽유병에 걸린 환자가 이 교실 저 교실을 찾아다니는 모습과 같은 것이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일그러진 교사들의 표정은 아닐지? 산속에 말없이 자리를 지켜가는 소나무도 환경 오염에 침식당하기까지는 언제나 푸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뭇 사람들에게 변함없는 선비의 꿋꿋함을 선보이는 자태라고 하였고 그 푸른 모습이 바로 자연의 싱그러운 표정이었다.
그런데 교사는 어떠한가? 현대 문명이라는 이기 속에서 학생들로부터 멍들어 가고 사회로부터 철밥통 차고 안아서 하는 일 없이 연구하지 않는다고 교사 평가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하는 질책이 교사들의 얼굴을 슬픈 표정으로 만들어 가고는 있지 않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교사는 어린 아이들과 더불어 생활하기에 재테크닉을 추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책을 보면서 그 책에서 자신의 자아를 성취하고자 하는 사람이 훨씬 많기에 교사들은 세속의 오욕에 오염되지 않고 주어진 책무를 다하면서 교실을 지켜가는 맑은 아이들의 표정으로 닮아 가는 것이다.
조기철 인천 초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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