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고 3학년이 되면 대학을 진학하기 어려운, 학습 의욕 부진아들에게 직업전문학교에 위탁생으로 보낸다. 말이 위탁생이지 위탁으로 인해 위탁 교육에 만족하지 못해 다시 학교로 귀교하는 학생이 생겨나곤 한다. 이런 모순된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를 곰곰이 되새겨 보면 고입 시험제도의 모순에서 빚어진 결과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을 뽑는 과정이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먼저 신입생을 뽑고 그 다음에 인문계 고등학교 신입생을 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신입생을 먼저 뽑았다. 그러던 것이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수준 미달만 실업계로 보낸다는 아우성이 있었고 그로 인해 훌륭한 기술자를 육성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역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인문계에 들어오는 학생이 실업계에 입학을 하지 못해서 인문계로 밀려서 입학을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이들이 수학 능력 부족으로 교실에서 방치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고 심지어는 수업에 잠을 재우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옆 학생들과 떠들어 수업을 방해하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어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수업에 심각한 문제점을 던져 주고 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실기라는 것이 거의 없다. 예체능 과목을 제외하고는 실기로 점수를 받을 만한 과목이 없기에 이들에 대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한 것이 결국 다시 실업계로 보내는 방법으로 고등학교 3학년 때 직업전문학교로 취업을 보내는 일이다. 전문학교로 위탁을 보낸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위탁생으로 가게 되는 것에 만족하기보다는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게 되어 마치 준 대학생 행세를 하는 바람에 사고를 일으키는 등 정규 학생으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지 않고 있음도 주목할 일이다.
1년간의 세월에 이들이 기술을 배운다고 하면 얼마나 많이 배워서 사회에 나갈 수 있겠는가? 실업계 고등학교에서는 3년을 배워서 사회에 나가고 위탁생은 1년도 채 배우지 못하고 사회에 나가게 하니 이들 학생을 중간치기로 만들어 버리는 꼴이 되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불안전한 사람으로 전락시켜 버리는 오늘의 위탁생 제도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불합리한 제도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인문계와 실업계 고등학교 입학전형을 동시에 시행하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이런 불합리한 제도도 바로 잡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인문계는 이론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곳이지만 실업계는 손으로 기술로 승부수를 결정짓기에 실업계를 원하는 학생은 실업계에서 충분히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다시 한 번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계속 방치할 때에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의 이들의 문제는 반 고아의 상태로 취급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