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조용히 일어난 간편한 차림으로 뒷산에 산책을 간다. 뭇 새들이 웃고 풀들이 고개 숙여 인사하며 마주치는 서로의 얼굴에 새 삶의 일터를 마련하는 듯하다. 동이 트게 무섭게 가방을 챙겨 학교로 출근하는 때와는 달리 숲속의 맑고 시원한 향기가 교실에서 풍겨나는 청소년들의 향기와 같아 선생님은 그런 내음을 만끽하면서 살아가기에 늘 동안처럼 어린 아이로 변해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꽃의 향기는 거리를 멀게 하면 할수록 사라지지만 숲속에서 나는 양생초들의 향기는 숲을 떠나 들을 거닐어도 떠나지 않는 향수를 남긴다. 언제 어디서든 숲속의 잎새들의 노래와 소리없이 자신을 바람에 맡겨 뿌리를 흔들며 더욱 더 깊이 자신을 견고화시키는 나무들의 숲은 참으로 신비를 더해주는 것 같다. 교육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하나 둘 지식을 첨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 새 축적물을 쏟아야 할 때가 오게 되고 타인을 위해 봉사해야 할 때가 오게 된다. 얇은 지식은 밀가루로 빵을 만드는 것과 같고 모래로 집을 짓는 것과 같다.
매일 아침 조깅으로 자신의 체력을 관리하다 모처럼 천천히 산책을 하면서 삶에서 오는 여러 가지 일들을 되새기면서 거리의 초목들과 얘기하노라면 인생의 흐름도 어느 듯 황혼으로 접어드는 느낌마저도 든다. 지나간 일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느끼는 것도 교육자가 되어 삶에 대한 진정한 생 교육을 전하고 있는 지 또 참다운 교사로서 오늘도 저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보여주고 말해주고 이야기하고 있는 지 궁금할 때가 온다. 시간이 가고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교육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게 되는 것도 한 인생의 길을 한 교사의 행동, 말, 실천 예지력 등으로 만들어 진다는 것이 교사의 부담감으로 점점 더 무섭게 다가오는 것은 웬일일까?
참다운 교사의 길은 무엇일까? 정다운 교사는 누구일까? 인생의 진정한 배려자로서 먼 훗날 나의 진정한 스승이었다고 인정해 줄 학생들은 과연 몇 명일까? 하는 생각들이 뇌리를 스칠 때마다 먼 하늘의 맑은 구름은 나를 쳐다보며 비웃는 것 같기만 하여 하늘을 우러러 고개들 수 없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닌 것도 나만의 자책감일까? 들녘에 푸르게 피어나는 초목들의 모습은 평소에는 그렇게 맑아 보이지 않고 그렇게 싱싱해 보이지 않지만 아침이면 비온 후면 그들의 자태를 보라 얼마나 생기있고 힘있어 보이는 지 얼마나 당당해 보이는 지, 나는 이런 초목들을 만들어 내고 싶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을 꿰뚫어 보려고 무척 노력해 보지만 아직도 그네들의 내면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면서 오늘도 교단에 서 있는 나의 모습이 숲속을 거닐면서 또 한 번 되새겨 본다.
큰 나무들은 작은 나무들을 보호하고 작은 나무들은 흙의 소중함을 알아 흙이 흩어지지 않도록 뿌리로 보듬어 주는 공생의 역할을 나에게 가르쳐 주곤 한다. 보잘것 없는 거리의 초목들이 나의 길을 가로막는다고 발로 문질러버리고 나무들이 길을 가로막는다고 손으로 가지를 부러뜨리고 당당하게 길을 헤쳐 가는 모습이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라고 하여 외면해 버리고 말썽쟁이라고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나의 승진에 방해된다고 방관한 자세와 다를 바 있을까 생각해 본다. 초목은 오늘도 또 준엄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 같아 들판과 숲속의 작은 길을 거닐기가 부끄러워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