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침개’와 ‘빈대떡’

2010.02.08 09:10:00

명절이 되면 마음부터 풍요로워진다. 떨어져 있던 가족도 만날 수 있고 먹을거리도 많아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기대를 한다. 하지만 집안일을 하는 부녀자는 고된 노동에 시달린다. 그 중에 부침개는 손이 많이 가고 일을 할 때도 낱낱이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간다. 이러다보니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겼다.

그런데 명절 음식 ‘부침개’와 ‘빈대떡’을 다른 음식으로 구분한다. 국어의 올바른 사용을 안내하는 책자에서도 둘을 차이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치전, 파전, 배추전’ 등등이 ‘부침개’이고, ‘빈대떡’은 녹두를 주재료로 그 안에 고사리, 쇠고기, 돼지고기, 나물 등을 넣고 좀 두껍게 부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구분은 둘을 별개의 음식처럼 말하고 있어 오해의 여지가 남는다.

전통요리에서 기름을 이용해서 지지는 음식을 넓게 ‘부침개’라고 한다. ‘부침개’에는 여럿이 있는데 그 중에 ‘빈대떡’도 하나다. 다시 말해서 ‘부침개’는 기름에 부쳐서 만드는 ‘빈대떡, 저냐, 누름적, 전병(煎餠)’ 따위의 음식을 모두 일컫는 말이다. 이에 대해 사전 풀이를 보면 다음과 같다.

‘빈대떡’
전(煎)의 하나. 녹두를 물에 불려 껍질을 벗긴 후 맷돌에 갈아 나물, 쇠고기나 돼지고기 따위를 넣고 번철이나 프라이팬 따위에 부쳐 만든다.
- 빈대떡 두 장
- 빈대떡을 부치다.
- 빈대떡은 뒤집을 때 잘해야 한다.

‘저냐’
얇게 저민 고기나 생선 따위에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 푼 것을 씌워 기름에 지진 음식.
- 저냐를 부치다.
- 저냐를 부치는 일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누름적’
고기나 도라지 따위를 꼬챙이에 꿴 뒤 달걀 푼 것을 씌워 번철이나 프라이팬 따위에 지진 음식.
- 누름적은 혼인집이나 환갑집에나 가야 먹을 수 있다.

‘전병’
찹쌀가루나 밀가루 따위를 둥글넓적하게 부친 음식을 통틀어 이르는 말.

‘부침개’를 ‘지짐이’라고도 한다. ‘지짐이’도 기름에 지진 음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한자어로 ‘유전물(油煎物)’이라고도 한다. ‘지짐이’ 대신에 ‘지짐’이라도 하는데 이는 방언이다. 특히 강원 지방에서 ‘저냐’를 경북 지역은 ‘빈대떡’을 ‘지짐’이라고 한다.

‘저냐’를 흔히 ‘전(煎)’이라 한다. 둘을 구분하기도 하지만, ‘전’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생선이나 고기, 채소 따위를 얇게 썰거나 다져 양념을 한 뒤, 밀가루를 묻혀 기름에 지진 음식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설명하고 있어 결국은 같은 의미이다.

‘빈대떡’을 그럴듯한 어원을 들어 ‘빈자(貧者)떡’이라고 하는데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다. ‘빈대떡’이라 해야 한다.

최근 생활 풍습의 변화로 음식을 만드는 방법에도 변화가 왔다. ‘누름적’이 그 경우이다. 이는 기름에 지져야 하는데, 때로는 굽는 경우도 있다. ‘산적’ 요리도 원래는 ‘쇠고기 따위를 길쭉길쭉하게 썰어 갖은 양념을 하여 대꼬챙이에 꿰어 구운 음식’이다. 그런데 이도 요즘은 기름에 지지는 집안이 많다. ‘빈대떡’도 녹두를 이용하는 음식이었지만, 녹두가 찰기가 없다보니 최근에는 밀가루를 많이 섞기도 하고 아예 밀가루를 이용해서 만든다.

국어사전에서 ‘전병’은 반찬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실생활에서는 간식으로 많이 먹는다. 음식 백과사전 등에서는 ‘전병’은 지진 떡이고 ‘화전, 주악, 부꾸미’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화전’은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진달래나 개나리, 국화 따위의 꽃잎이나 대추를 붙여서 기름에 지진 떡(진달래 꽃잎으로 화전을 부치다)’이다. ‘꽃전’이라고 한다. ‘주악’은 ‘웃기떡의 하나로 찹쌀가루에 대추를 이겨 섞고 꿀에 반죽하여 깨소나 팥소를 넣어 송편처럼 만든 다음, 기름에 지진다’ 이도 역시 간식이다. ‘부꾸미’는 ‘찹쌀가루, 밀가루, 수수 가루 따위를 반죽하여 둥글고 넓게 하여 번철이나 프라이팬 따위에 지진 떡’이다. 인 팥소를 넣고 반으로 접어서 붙이기도 하는 것으로 이도 역시 반찬보다는 간식으로 많이 먹는다.

명절 ‘부침개’를 부치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고기, 채소 등 재료 준비부터 밀가루반죽이며 시간도 오래 걸린다. 하지만 명절에 ‘부침개’가 없으면 안 된다.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부치는 정성이 지극하니 조상도 감탄할 수밖에 없는 음식이다.

‘부침개’ 종류는 많기도 하다. 입에 씹히는 맛이 좋은 굴전, 입안에서 살살 녹는 동태전, 건강식이라 생각되는 버섯전, 한 입에 쏙 들어가는 호박전, 쌉싸래한 맛이 일품인 파전, 매운 맛이 입맛을 돌게 하는 고추전, 상큼한 부추전, 뒷맛이 향긋한 녹두전, 시큼한 맛이 좋은 김치전, 가난한 사람도 먹을 수 있는 감자전, 바다 냄새가 나는 오징어전 등등. ‘부침개’는 먹을거리의 백화점이다. ‘부침개’는 명절 음식뿐만이 아니라 평상시에 반찬으로, 간식으로, 후식으로, 안주로, 도시락 반찬으로 쓰임에도 가리지 않는다. 모양은 얇고 둥그런 것이 언뜻 보면 비슷하지만, 속맛은 천차만별이다. 어느 하나 별미가 아닌 것이 없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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