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고교 내신 전환, 절충안을 만들자

2010.10.07 10:21:00

2014학년부터 고교 내신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뀔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4학년 수능 시험 개편 안과 2009 개정교육과정 그리고 입학사정관제의 확대와 맞물려 내신 평가방법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2005년까지 시행되던 절대평가를 2006년에 바꾼 지 4년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절대평가 전환을 모색한다는 점이다.

교육 선진국에서 절대평가는 보편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상대평가는 학생들의 능력을 개인적 특성이나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인 기준으로 적용한다는 점에서 교육학자들을 중심으로 비교육적인 평가법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상대평가로 인해 학교 현장에 과열 경쟁이 빚어지면서 친구들의 노트를 훔치거나 찢어버리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절대평가를 유지했을 때도 일선 학교에서 ‘점수 부풀리기’가 만연하는 등 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험 문제를 어렵게 내면 학생들만 손해본다는 인식 때문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과도하게 힌트를 주는 등 시험의 변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학력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공교육의 위상을 가늠할 대입전형에서 많은 대학들이 변별력이 낮은 내신의 비중을 낮추자 사교육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절대평가를 도입하든 상대평가를 유지하든 간에 부작용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어떤 방식을 도입하느냐는 것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문제는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의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점이다. 말하자면 절대평가가 갖고 있는 지적 성취의 평등성과 가능성을 담보하되 상대평가의 변별적 기능까지 포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는 얘기다.

현행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학습발달상황을 보면 교과 성적은 원점수, 과목평균, 표준편차, 석차등급, 이수자수를 기록하게 되어 있다. 여기서 일정한 비율을 정하여 구분하는 석차등급이 상대평가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9등급으로 이루어진 석차등급을 기록하지 않으면 상대평가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완전한 절대평가도 아니다. 해당 학생의 원점수를 과목 평균과 표준편차를 활용하여 계산하면 등급에 준하는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석차등급만 없애도 상대평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현행 상대평가 방식의 고교 내신이 교실을 삭막한 경쟁의 전쟁터로 만들어 학생들의 인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렇다고 ‘점수 부풀리기’의 가능성이 여전한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중요한 것은 두 방식이 갖고 있는 장점을 찾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학이 고교 내신을 점수 순으로 줄세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학생의 재능을 발견하고 학업 성취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최진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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