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로 돌아보는 교단 50년 (40)

2011.04.25 09:45:00

권투 시합

“얘, 너 쪼그만 게 또 까불어?”
“까불다니? 네가 뭔데 이렇게 자꾸 내게 시비니?”
“네가 자꾸 까부니까 그렇지.”
“까불다니? 내가 너에게 뭘 어떻게 했길레 그러는 거냐?”
“너 말야, 어제 오후에 친구들에게 그랬다며? 나쯤은 문제도 없다고?”
“걔들이 그러던데, 날 한 방에 날려 버릴 수 있다고 그랬다며.....”
“짜아식들 그런 소릴 다 까 쳐먹었군.”
“그래? 네가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이란 말이군.”
“그래, 그랬다 왜? 내가 뭐 네가 무서워서 그런 소리도 못할 것 같으냐?”
“그래? 결국 나에게 한 번 붙어 보겠다는 말이군!”
“그래 임마! 네까짓 거 때문에 내가 무서워서 벌벌 떠는 못난인 줄 알았다면 큰 잘못이지. 아무튼 붙고 싶으면 붙어 봐. 언제든지.”
“좋아, 그럼 오늘 오후에라도 만나자. 난 뭐 네까짓 게 무서운 줄 아니?”
“좋다. 그럼 오늘 오후에 하교 뒷산의 솔밭에서 만나. 한판 붙어 보자구.”

항상 말썽꾼인 경양이가 오늘도 무슨 일을 벌일 모양입니다. 덩치가 크고 힘 깨나 써 무서운 게 없는 종찬이의 이야기를 듣고 한판을 붙기로 약속을 한 것입니다. 종찬이야 덩치가 얼마나 큰지 중학생만큼이나 크고 기운도 세었습니다. 그런데도 다른 아이들과 별로 다투고 싸우는 성격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기어이 한 판을 붙기로 한 것은 항상 남들에게 싸움을 잘 붙이는 말썽이 경주의 장난이 작용한 것입니다. 경주는 심심해서 견딜 수 없는데다가 요즘 친구들 사이에 점점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종찬이에게 은근히 시기심이 발동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경양이를 부추기려고 마음먹은 것입니다.



“얘, 경양아, 요즘에 종찬이가 은근히 주먹 자랑을 하면서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는데, 아마 곧 너에게도 붙게 될 것 같더라.”
“그게 무슨 소리냐?”
“요즘에 종찬이가 한 사람씩 불러서 슬슬 다른 아이들과 함께 패를 만들고 있어 그런데, 네가 안 들어 올 것 같으니까 한 판 붙어서 항복을 받을 계획을 세운 것 같더라구.”
“그럼 내게 한 판 붙자는 이야기가 아니냐?”
“그래 너도 지고 싶지 않지?”
“그럼? 나도 질 수는 없지.”

이렇게 부추겨 놓고서 이번엔 종찬이를 찾아가서 꼬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경양이가 남다르게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는 것이 눈에 거슬리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경주에게 듣고 보니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뭐라구? 경양이가 내게 붙어 보겠다구? 제까짓 게 뭔데 날 마음대로 할려고 그러냐구? 그럼 제까지 건 뭔데 날 이렇게 깔아뭉개려고 해. 건방지게 제까짓 건 한 방에 날려 버릴 수 있다구 그래. 내가 쪼그만 제까짓 걸 무서워 할 것 같애?”

종찬이의 성질을 건드리게 했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종찬이의 이런 분한 마음에 한 이야기까지 몽땅 경양이에게 다 털어놓고 없는 이야기까지 더 보태어서 꼬아 붙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깊은 속을 알 수 없는 두 사람은 그냥 자기들의 성질들만 참지 못하고 덤벼들게 된 것입니다. 이 싸움엔 경주가 심판을 하기로 되어 있는 것입니다.



수업이 끝나고 청소시간에 이 이야기는 아이들의 사이에 쫙 퍼졌습니다. 아이들은 제 각기 모여서 수군거리면서 “얘, 우리 이따가 살짜기 가 보자. 누가 이길 것 같으냐?” “그거야 뭐? 덩치가 있는데 종찬이가 이기겠지.”
“야 싸움이 어디 덩치로만 하니? 경양이가 얼마나 깡다군지 넌 모르는 모양이구나. 저의 집 식구들도 아주 내 놨데. 너무 고집이 세다고.”
“조용히 해. 너 그런 소리 함부로 떠들다가 경양이 한테 혼나려고 그래?”
“뭐? 없는 이야기 했나? 정말인 걸.”
“아무튼 이따 한번 가보자.”
“그래. 얼른 청소나 마치고.”

이렇게들 떠들고 있을 때 여자아이들도 이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여자 얘들은 싸움이라는 말만 들어도 말리고 싶어서 안달들이었습니다.

“너희들 또 싸우려고 그러는구나? 선생님한테 일러 버릴 거야?”

여자아이들이 이렇게 안달이었지만 남자아이들은 오히려 재미난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생각을 하고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과연 누가 이길까?’

이것이 관심거리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은근히 자기들을 괴롭히는데 손꼽히는 두 사람이 싸운다는 데는 누가 이기든 상관이 없이 한판 실컷 싸워 봤으면 싶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를 괴롭힌 죄로 어디가 좀 터지고 부어 가지고 다니는 꼴을 좀 봤으면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만큼 종찬이나 경양이가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고 귀찮게 해왔던 것입니다.

“이르긴 뭘 이르니? 우리가 누구 이야기 한 줄도 모르는 것들이 까불고 있어?”
“누구든 싸우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야. 알았으면 말려야지?”
“우리가 말릴 수 없는 싸움이야. 너흰 가만히 있어 까불다가 얻어터지지 말고. 가만두지 않을 걸?”
“우리들에게 협박을 하는 거냐?”
“아무튼 누가 그런 소릴 했다간 경양이 하고, 종찬이에게 맞을 각오해!”

이렇게 학급의 아이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이 다 알다시피 하였습니다. 다만 선생님께만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니 모르시고 계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걱정을 하던 것과는 달리 그래도 누구도 이야기를 하지 않고 공부가 끝나고, 청소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제각기 자기 청소를 빨리 마치고 구경을 할 양으로 열심히 청소를 하였습니다. 다른 날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깨끗이 청소를 마친 아이들은 한 사람 두 사람 슬금슬금 교문을 빠져나갔습니다. 다른 날 같으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어린이, 고무줄을 하는 여자아이들을 건드리며 낄낄거리는 어린이들로 운동장이 떠들썩할 시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아이들이 풍선에서 바람이 빠져나가듯 술술술술 교문을 빠져나가고 없었습니다.

학교가 산등성이를 조금 비켜선 자리를 파고들어 앉았기에 교문을 나선 아이들이 가는 길목이 훤히 내다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교문을 나서서 자기들의 동네가 있는 길목으로 나가지 않고 산 쪽으로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선생님들이 눈치를 채시지 않으셨던 모양입니다. 아이들은 학교를 비켜서 바로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길을 따라 약 100m쯤 가서 있는 길가의 풀밭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이곳은 학교에서 아주 가깝지만 산이 가려서 학교도 보이지 않고, 다른 동네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이고, 뿐만 아니라 이 길을 다니는 사람도 별로 많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언젠가 '수풀 속의 식물들'을 공부할 때 여기로 와서 한번 공부를 했기 때문에 아이들만이 잘 알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어느새 아이들은 학급의 전체 아이들 중에서 불과 서너 명을 빼고선 모두 다 모여들었습니다.

‘이 많은 아이들의 속에서 싸움에 지는 것은 이제 영영 다른 아이들에게 무시 당하는 못난이가 되는 것이다.’

둘은 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기어이 상대의 기를 꺾어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굳게 하였습니다.

특히 경양이는 다른 아이들에게 “쪼꼬만 것이 까불어!”하는 소리를 들어 왔고, 또 그것 때문에 자주 싸움을 해야 하였습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오늘 내가 종찬이를 멋지게 눌러 놓아야 다른 아이들도 나를 함부로 하지 않을 것인데.’하는 생각으로 종찬이를 어디부터 공격을 할까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다 결코 질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싸움은 시작도 되기 전에 벌써 잔뜩 긴장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결과를 보기 전에는 누가 이긴다는 소리를 함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만약에 잘못 짚어서 싸움에 이긴 아이를 진다고 했다간 나중에 자신들을 괴롭히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였습니다.

한 학급의 아이들이 모여서 놀 수 있을 만큼의 넓이인 이 묘터에는 아이들이 빙 둘러서서 싸움이 시작되기를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싸움을 하지 말라거나, 어서 해보라는 소리도 하지 못하고 기다리고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모두들 차분하게 아니 숨이 막히게 조용한 분위기였습니다.

다만 종찬이와 경양이가 서로 마주보고 서 있고, 심판을 보기로 되어있는 경주가 두 사람을 살피면서 언제 싸움을 시작하게 할까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둘은 서로가 상대의 움직임을 눈도 깜짝이지 못하고 살피고만 있었습니다. 언제라도 덤벼들면 막을 수 있는 자세로 우선 자기를 보호할 생각을 먼저 한 것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경양이로선 덩치가 자기보다 훨씬 더 큰 종찬이가 만만치 않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고, 종찬이도 경양이의 그 지독한 깡다구를 모르고 있지 않았습니다.

경주가 두 사람을 향하여 “자 이제 준비는 다 되었지? 이제 시작을 하면 마음껏 싸워 봐라. 여기 많은 학급의 친구들이 증인이 되어 줄 것이니까. 알았지?” “야! 너희들도 조금 물러 서 줘”하고선 아이들에게 조금씩 물러나도록 하였습니다.

“자! 준비! 시이..”
“잠깐!”

아이들은 금방 얼굴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우렁찬 그 소리는 바로 선생님의 목소리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꼼짝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얼어붙듯이 누구 하나 무어라고 말을 하거나 움직이는 사람조차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차분하게 아이들의 앞으로 걸어 나오시며 “언제부터 이렇게 결투를 하게 되었어? 이거 안 되겠구먼, 아주 전교생 앞에서 결투를 하게 해줄까?”하시면서 얼굴에 웃음을 띄우셨습니다.

아이들은 조금씩 정신을 가다듬었습니다. 어느새 얼굴빛이 화기가 도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가만히 둘러 보시다가 “이 싸움은 누가 시킨 것이지? 경주지? 또 말썽을 부린 게? 또 심심해서 발동을 하였군. 왜 네가 싸우지 남을 싸움을 시켜? 응 아주 나쁜 사람이군!”

선생님은 벌써 다 알고 계시는 듯 경주를 지목하셨습니다.

“아니예요. 제들이 싸운다 길레.”
“그래? 그냥 싸운다고 그래서 심판을 보기로 했다 이 말이지?”
“네.”
“네에? 정말 그럴까? 한번 물어 보면 금방 알 일을 가지고 남자답지 못 하게 변명을 하려고 해?”

선생님은 싸움을 하려고 덤볐던 두 사람과 경주를 남게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호통을 치셨습니다.

“너희들은 같은 반 친구들이 싸움을 하려고 하면 말리는 게 아니고 구경을 하려고 이렇게 모여들어? 이게 그렇게 재미난 구경거리인가? 그렇담 여기서 짝을 지어 줄 테니까 한번 싸움들을 해 보실까?”하시면서 꾸중을 하셨습니다. 아이들은 아무 소리도 못하고 꾸중을 듣고서 슬금슬금 돌아가려고 하였습니다.

그 때 선생님은 다시 아이들에게 “자 이제 아주 재미난 구경을 한 번 하실까? 오늘은 아주 선생님이 심판을 보아 줄 테니까 실컷 한 번 싸워 보시지?”하시면서 아이들을 빙 둘러앉게 하셨습니다.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빙 둘러 앉았습니다. 호기심도 생기고 선생님의 꾸중이 무서워서 그냥 갈 수도 없었습니다.



“자 책 보자기들을 있는 대로 모두 풀러 내어라.”

선생님은 아이들의 보자기들을 모아서 종찬이와 경양이의 주먹에 간이 글로브를 만들었습니다. 책보자기들로 둘둘 말아서 풀리지 않게 해주시면서 “너희들 이제부터 30분 동안 싸움을 하는 거야! 그 대신 얼굴을 때리면 안 되고 만약 30분 동안 싸움을 계속하지 못 하면 내게 맞을 거야 알겠나?”하셨습니다.

아이들은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막상 싸움을 해야 할 종찬이와 경양이도 정말 싸워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만 두고 잘못했다고 빌어야 하는 건지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리둥절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또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왜 안 싸우고 있는 거야. 빨리 하지 못해?”

선생님의 독촉에 두 아이는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그냥 계시지 않고, 매를 들고서 두 사람을 후려갈길 자세를 취하자 겁이 많은 종찬이가 먼저 경양이를 때리기 시작하였습니다. 한 방을 얻어맞은 경양이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마구 덤볐습니다. 두 아이는 서로 지지 않으려고 계속 손을 내밀어 상대방을 때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맨 주먹이 아닌 상태에서 서로가 얻어맞아도 별로 아프지도 않고, 견딜 만하였습니다. 이젠 두 아이가 서로 열심히 주먹을 갈겨대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지 선생님이 정해준 30분이란 정말 엄청난 시간이었습니다. 단 5분도 못 되어서 벌써 아이들은 기운이 빠지는지 주먹을 날리는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것을 눈치 챈 선생님이 다시 독촉을 하였습니다.

“벌써 기운이 다 했어? 어서 해야지 다시는 싸움을 하지 않도록 두 사람이원 없이 싸우라고 오늘은 허락을 하였으니 안심하고 부지런히 싸워!”

선생님의 독촉이 떨어지자 다시 손을 뻗는 속도가 빨라지긴 했지만, 금방 다시 속도가 느려지곤 하였습니다. 두 아이가 붙어서 싸움을 시작한지 딱 15분 만에 두 아이는 모두 기운이 없어서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왜 더 이상 싸울 수 없단 말인가? 이제 그렇게 쓸데없는 싸움일랑 다시는 하지 않겠단 말이야?”
선생님의 물음에 두 아이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는 싸우지 않겠습니다”하고 약속을 하였습니다.



“다시는 싸우지 않겠다고? 내가 언제 싸우지 말라고 했나? 이런 쓸데없는 싸움일랑 하지 말라고 했지? 사람이 싸움을 하더라도 반드시 싸워야 할 이유가 있을 때는 싸워야지, 그러나 친구들끼리 이게 뭐냐?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이라면 얼마나 이 나라를 위해 보람 있는 일이냐? 그런 보람 있는 싸움에서 용감히 싸우란 말야, 이런 쪼무래기 싸움일랑 웃음으로 넘길 줄 알아야 남자다운 남자가 되는 것이야”하시면서 두 아이의 손을 풀어 주면서 “약속은 잘 지켰군. 상대방의 얼굴은 때리지 않았으니.”하고 두 아이의 머리를 툭툭 치면서 웃음을 보내 주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종찬이와 경양이는 남아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좀 나누고, 나머지 너희들은 싸우는 친구를 말리기는커녕 싸우라고 시켜 놓고 구경을 하려고 했고, 이제까지 싸움구경을 하였으니 그 값을 톡톡히 해야 한다. 지금부터 여기에서부터 학교까지 산에 흩어져 있는 쓰레기를 모두 줍는다. 쓰레기는 한 사람이 한 아름씩 주워 가지고 교문 옆에 모여서 검사를 받는다. 알았지?”

아이들이 흩어지자 선생님은 세 사람을 불러서 “이경주! 넌 이제부터 다른 사람에게 싸움을 시키면 그땐, 아주 6학년 제일 덩치 큰 사람하고 권투시합을 시킬 거야. 알았지? 다신 그런 못 된 짓을 하지 않도록!” “예, 조심하겠습니다.” “조심하는 게 아니라 명심하라고? 알았지?” “넷.” “좋아. 넌 가봐. 쓰레기나 듬뿍 줍구.”

선생님의 꾸중을 듣고서 경주는 뒷통수를 긁적이면서 멀어져 갔습니다.

“너희 둘은 교실로 와! 나하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좀 해야 하니까.”

뒤에 남은 두 아이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면서 겸연쩍은 웃음을 나눴습니다. 선생님이 다른 아이들의 쓰레기 줍는 것을 검사를 해주시고 있는 동안에 두 아이도 쓰레기를 한 아름 주워서 가지고 갔습니다. 쓰레기를 모두 모아서 불을 태우고 교실로 들어오신 선생님은 우두머니 앉아 있는 두 아이를 보시면서 “그 동안 뭘 했어?”하고 물으셨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얼굴을 보면서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얘기야? 우리 더러 교실에 있으라고 하셔 놓구서 하긴 뭘 했다고?’하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선생님은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시고선 “이런 못난이들 단 두 사람이 있으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라고 일부러 시간을 주었는데도 아무 얘기도 없었단 말이야?”하시고선 두 아이를 가까이 오라고 불러 세웠습니다.

“너희들 싸운 것이 잘못이라는 이야기가 아니야. 사람이 되어 가지고 다른 사람이 시키는 대로 자기가 다칠 줄 뻔히 알면서 싸움을 하려고 했다는 것은 너희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말해 주는 것이야. 정말 싸워야 할 일에 싸워야 해. 아까 말했듯이 육군사관학교라도 나와서 군인이 되어서 나라를 위해 싸운다든지 말야.”
“김종찬! 넌 덩치가 크다고 아무나 때리고 싸움을 거는 모양인데? 그것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니야. 짐승이라면 힘이 센 놈이 약한 것들을 몰아내고 먹이도 빼앗아 먹고, 둥지도 빼앗고 하지만, 사람은 법이라는 게 있지 않니? 힘이란 깡패들의 세계에서나 쓰이는 법이지, 우린 법이라는 가장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는 거야. 지금 당장은 힘센 사람에게 한 주먹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법에 의해서 반드시 처벌을 할 수 있는 거야. 한 주먹 보다 더 크고 센 힘으로 몇 배의 무서운 벌을 주는 것이지. 또 함부로 싸움을 벌리고 약한 사람을 괴롭힐 거야?”
“아닙니다. 인제 남을 안 괴롭히겠습니다.”
“좋아! 남자대 남자로 약속 할 수 있지?”
“네, 약속하겠습니다.”
“그럼 가 봐.”
“선생님, 안녕히 계십시오.”
“그래, 잘 가.”

종찬이가 뚜벅뚜벅 교실을 나가자 경양이를 보면서 “경양이 일로 와 봐! 난 경양이 너에게 몇 가지 할 말이 있어. 넌 가끔 어른들에게서 눈이 무섭게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 “네에.”

경양이는 그게 무슨 큰 죄라도 되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대답을 하였습니다. 선생님은 ‘으음, 그런 소리를 많이 들어 왔군. 더구나 그게 좋지 않은 소리로들 말이 지’하고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넌 눈빛이 무서워서 다른 사람들에게 항상 나쁜 인상을 주 기 쉽지. 그러니까 넌 아주 경찰이나 육사 같은 곳으로 가서 군인 생활을 하는 게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그 인상 때문에 항시 조금은 손해를 보게 되어 있으니까 앞으로 조심을 해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앞으로 너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어디 가서라도 그렇게 인상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늘 웃는 얼굴을 해야겠다.”

경양이는 늘 이런 소리를 들어 왔던 것을 생각하면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습니다.

‘난 언제나 웃는 얼굴을 할 것, 그리고 경찰이나 군인으로 나가서 활동을 할 것, 그리고 항시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 것 등을 잊지 말고 실천하겠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 다짐을 하여 보았습니다.

최근에 들은 소식에 의하면 이 군인이 되라던 아이는 지금 목사님이 되어서 돈독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선태 한국아동문학회 회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노년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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