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추석 되세요(?)

2011.09.16 09:50:00

KBS2에서는 토요일 오후 9시 5분부터 연예 정보프로그램이 방영된다. 신현준과 박은영이 진행하는 ‘연예가중계’다. 이 방송은 한 주일의 연예계 소식을 생방송으로 전해준다. 1984년 4월 8일 첫 방송이후 꾸준히 방송되고 있으니 장수 프로그램이다.

지난 9월 10일에는 추석을 앞두고 출연진이 모두 한복을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특히 진행자 신현준과 박은영은 이틀 후 추석을 앞두고 끝인사로 "즐거운 추석 되세요"라며 크게 웃었다.

'즐거운 추석 되세요'라는 표현은 주변에서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되세요'는 바람직한 인사말이 못 된다. '즐거운 추석이 되다'는 어색한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즐거운 추석'은 누리거나 보낼 수는 있어도 '되'는 것은 이상하다. 따라서 '되세요'보다는 '즐기다, 누리다, 보내다'로 주체가 행사할 수 있는 동사로 대체해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비슷한 예로 ‘좋은 시간 되세요’도 마찬가지다. 이는 발화에서 문장의 주체를 2인칭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결국 ‘당신이 좋은 시간 되세요’와 같은 문형으로 말하는 꼴이다. 이 화법은 주어와 서술어의 의미상 호응이라는 문법적 기준을 적용할 때 적절하지 않은 문장이다. 주체를 2인칭으로 본다면, ‘(당신이) 좋은 시간을 보내십시오.’, ‘(당신이) 좋은 하루를 보내십시오.’, ‘(당신이) 좋은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등으로 쓰는 것이 알맞다.

그리고 신현준과 박은영은 "늘 행복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는데, 이 날도 여전했다. 이 인사에 대해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 즉 ‘행복하다’는 형용사이기 때문에 명령형 어법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형용사’는 그 성격상, 명령이나 요구의 뜻을 나타내는 ‘명령문’으로 활용되는 데 제약이 있다. 동사인 ‘먹다, 놀다’ 등은 ‘먹어라, 놀아라’, ‘먹어요, 노세요’와 같이 명령형 활용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형용사 ‘아름답다, 슬프다’ 등은 명령형 ‘아름다워라, 슬퍼라’, ‘아름다우세요, 슬프세요’와 같이 활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행복하다’는 형용사이므로, 형용사의 활용 양상에 따라 ‘행복하세요.’와 같은 명령형 활용은 문법적으로 알맞지 않다. ‘행복하다’를 써서 인사말을 하고자 한다면, ‘행복하게 지내세요’, ‘행복하게 사세요’와 같이 표현하는 것이 알맞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너무나 기계적이다. 보통 명령이나 권유를 나타내는 ‘-(으)세요’, ‘-(으)십시오’는 동사와만 결합한다고 보지만, ‘행복하다’, ‘건강하다’ 등의 형용사와는 예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화자의 바람을 나타내는 상용 표현의 하나로서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건강하십시오, 행복하십시오’를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즉, 이때 쓰인 ‘-(으)세요’, ‘-(으)십시오’에 명령이나 권유의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세요’ 표현 전체를 인사 표현의 하나로 보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리고 ‘행복하다’는 ‘그분은 지금 행복하세요.’와 같이 평서형으로 활용하거나 ‘그분은 지금 행복하세요?’와 같이 의문형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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