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색'은 차별적 언어

2011.10.02 11:33:00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여배우의 엉덩이가 모자이크 처리돼 방송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9월 27일 방송에서 취업 준비생으로 출연하는 백진희가 엉덩이를 다쳐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 이때 윤유선이 등장해 다친 엉덩이를 보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이 과정에서 윤유선이 백진희의 치마를 올려 엉덩이를 보는 과정이 만들어졌고, 백진희의 엉덩이가 과다하게 화면에 보였다.

예상대로 이 상황은 대중의 관심사가 되었다. 엉덩이 장면은 모자이크 처리되기도 했지만, 속옷이 그대로 노출되어 선정성이 있었다는 반응이었다.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엉덩이 모자이크도 민망했지만 속옷 내리는 것까지 굳이 보여줘야 했나.”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저녁 시간대 가족들이 다 보는데 민망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반대로 일부에서는 “코믹한 상황이라 보기에 어색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를 두고 의도적인 노출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공중파 방송이 프로그램을 새로 시작하면서 시청률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 수법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제작사 관계자는 9월 28일 “백진희 씨가 살색 속바지를 입고 촬영했고 모자이크 처리를 해서 크게 문제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며 “자극적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향후 이야기 전개상 없어서는 안 될 장면이기 때문에 넣었다.”라고 말했다.

제작사 관계자의 해명은 어느 정도 합리적이다. 향후 이야기 전개상 필요하다고 했으니 지켜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인터뷰 중에 ‘살색’이라는 표현이 걸린다. ‘살색’은 차별적 표현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크레파스와 수채물감의 색명을 지정하면서 ‘살색’이라고 명명한 것은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며 개정하도록 권고했다. 다시 말해서 ‘살색’은 색명 자체가 특정한 색만이 피부색이라는 인식을 전달하고, 황인종과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차별행위를 조장할 수 있으니, ‘엷은 오렌지색’으로 변경,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피부색이 다른 사람이 많이 살고 있다. 따라서 사석에서도 주의해야지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인터넷 뉴스에 오른 이야기 하나 더 한다. 9월 28일(아시아경제) 뉴스에 ‘돈까스로 떼돈 번 정형돈 이번엔 또 뭘로?’라는 표제어 기사가 있었다. 정형돈은 이미 자신의 돈가스 사업에서 많은 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에 가을에 ‘호빵’을 통해 얼굴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호빵을 생산하는 회사에서 개그맨 정형돈을 캐릭터로 활용한 일명 ‘정형돈 호빵’을 출시한다고 한다. 뉴스에서는 이에 대한 기대를 표제어로 나타낸 것이다.

이 표제어에 명백한 잘못이 보인다. 먼저 ‘돈까스’이다. 외래어 표기는 된소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냥 ‘돈가스’이다(참고로 국어사전에서는 포크커틀릿. ‘돼지고기 너비 튀김’, ‘돼지고기 너비 튀김 밥’, ‘돼지고기 튀김’으로 순화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리고 ‘뭘로’도 이상한 표현이다. ‘뭘’은 ‘무엇을’의 줄임말이다. 따라서 ‘뭘’ 자리에 ‘무엇을’을 넣으면, 앞의 상황은 ‘무엇을로’라는 이상한 표현이 된다. 다시 말해서 ‘뭘로’는 틀린 표현이다. 이는 ‘뭐로’ 써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무엇으로’라는 바른 말이 된다.

‘떼돈’은 사전에 있는 말이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이라는 뜻이다(그는 착실히 일은 안 하고 허황되게 떼돈을 벌 궁리만 한다.). 그런데 이에 이끌려 주변에서 ‘떼부자’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도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아직 국어사전에 없다. 최근 표준어가 새로 인정되기도 하니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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