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와 ‘컬러’

2011.11.01 17:55:00


집에 잡지와 신문이 제법 많은 온다. 그 중에 문학 단체에서 보내오는 출판물이 꽤 많다. 이번에도 신문이 창간되었다고 보내왔다. 한국문인협회와 다른 단체를 만들고 기관지로 발행하나 보다.

신문을 보니 출판에 대한 안내가 있다. 신문사가 문인들의 원고를 출판한다는 광고지만, 결국은 자비 출판을 안내하고 있다. 즉 신문사 측이 수익 사업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광고에 ‘전 페이지 완전 칼라판 작품집으로 출판해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보인다. 여기서 ‘칼라’는 ‘컬러’로 써야 한다.
두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검색하면,

‘칼라(collar)’
양복이나 와이셔츠 따위의 목둘레에 길게 덧붙여진 부분. ‘옷깃’으로 순화.
- 송충이가 흰 블라우스의 칼라 끝에서 뒷머리 밑의 살결로 내려서고 있었다(한승원, 해일).
- 지서 앞을 지나면서 보니 하얀 칼라를 단 경관이 서류를 뒤적거리고 있다(최인훈, 회색인).

‘컬러(color)’
1. 빛깔이 있는 것. ‘빛깔’, ‘색상’으로 순화.
- 화려한 컬러.
- 다양한 컬러.
2. 개성이나 분위기. 또는 그 작품만의 느낌이나 맛.
- 컬러가 분명한 작품.

두 단어는 외래어이기 때문에 순화해서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단어들을 순화해서 사용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오히려 더 나아가 ‘화이트칼라(white-collar, 이 단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사무직에 종사하는 노동자. 푸른 작업복을 입는 육체노동자와 달리 흰 와이셔츠를 입기 때문에 생긴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니 ‘컬러 텔레비전(color television, 이 단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화면이 찍힌 사물의 원래 색깔에 가까운 원색으로 나타나는 텔레비전 수상기. 또는 그런 방송 방식이라고 풀이하고 있음.)’이라며 합성어까지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요즘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농산물 등을 언급할 때 ‘컬러 농산물’, ‘컬러 푸드’ 등이라 해서 사용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아무튼 ‘칼라’와 ‘컬러’는 의미가 다른 단어다.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외래어표기 문제는 곤혹스러운 부분도 있다. ‘카레’가 그 예다. 이에 대해 표준국어사전에서는

‘카레(←curry)’
1. 강황(薑黃), 생강, 후추, 마늘 따위를 섞어 만든 맵고 향기로운 노란 향신료. 카레라이스 따위의 요리를 만들 때에 쓴다.
2. =카레라이스.

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카레’는 원래 인도의 대표적인 요리로 지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기 있는 음식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 강점기 때 일본으로부터 들어왔다. 그때 이름도 일본식으로 ‘카레(カレー)’가 되었다. 외래어 표기법은 우리말의 음운 구조와 자모 체계 내에서 원어의 발음을 최대한 살려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이미 굳어진 것은 관례를 따르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카레’가 사전에 올랐다.

그런데 최근에 서울에 고급 음식점을 중심으로 ‘커리’라는 표기가 많이 등장했다. 이전부터 사용되는 용어 ‘카레’는 왠지 저급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즉 카레는 공장에서 싼 가격에 다량으로 만드는 가공식품으로 느껴진다. 반면 커리는 레스토랑 등의 고급 메뉴로 생각되어지고 있다. 특히 외국어에 대한 의식이 넓은 젊은 층들이 정확한 영어 발음을 추구하면서 ‘카레’는 점점 밀려나고 있다. ‘카레’와 ‘커리’는 현실과 원칙이 혼동을 보이고 있는 사례다. 이는 전문 기관에서 검토해 바르게 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컬러링(color ring)’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유무선 통신에서 통화 연결음을 기존의 단순한 기계음 대신에 음악이나 음향 효과음으로 바꾸는 일을 가리킨다. 이 단어는 우리나라의 한 통신회사가 지은 상품명이다. 상품 개발을 하면서 우리말로 이름을 지으려는 의식이 없고 오직 영어로만 표기하려다보니 오류가 생긴 꼴이다(참고로 미국에서는 ‘ringback tone’이나 ‘ringback music’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래서 다른 통신회사에서는 같은 상품을 ‘필링(feel ring)’이나 ‘콜러링(caller ring)’과 같이 이름 붙여서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어쨌든 이 말은 보통명사가 되어 버렸다. 이는 고유한 상표 이름이었던 ‘바바리’나 ‘나일론’이 지금은 보통명사로 확대되어 쓰이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바바리’나 ‘나일론’은 본래 외국에서 비롯한 말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컬러링’은 우리가 만든 말이다. 다행히 ‘말터(우리말 다듬기)’에서 ‘멋울림’으로 다듬은 것은 좋은 현상이다. 소리를 멋스럽게 울린다는 뜻으로 의미도 분명하게 전달되고 운치도 느껴진다. 이 말은 잘 다듬은 말이라고 생각되는데 언중에게 사랑을 못 받고 있어 안타깝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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