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 볼게요’는 이상한 화법

2011.11.09 15:17:00

2011년 11월 4일 KBS 9 뉴스 시간에는 수능시험을 앞두고 기자가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을 찾아갔다. 수험생들이 마지막 정리와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규칙적인 수면이 집중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보도를 하기 위해서다. 이런 보도의 취지를 위해 의학전문기자가 방문했다.
기자는 아침 7시 반에 시작해 자율학습까지 하면 밤 10시에 끝나는 인천의 한 고등학교를 방문했다. 평일에 이렇다 보니 늘 부족한 수면시간은 주말에 보충할 수밖에 없다는 전제를 하며, 교실의 수험생들에게 주말 잠자는 시간을 물었다. 그런데 기자의 질문이

“주말에 10시간 이상 자는 사람, 손 한번 들어 볼게요?”

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 표현은 질문을 하는 것으로 적절하지 않다.
‘ㄹ게’는 받침 없는 동사 어간이나 ‘ㄹ’ 받침인 동사 어간 뒤에 붙는다. 이는 구어체로 해할 자리에 쓰여, 어떤 행동을 할 것을 약속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다. 이러한 말하기 형식은 화자의 태도나 행동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다. ‘다시 연락할게./그 일은 내가 할게./열심히 할게./내가 앉을게.’ 등으로 쓸 수 있다. 여기에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요’가 붙으면, ‘다시 연락할게요./그 일은 내가 할게요./열심히 할게요./내가 앉을게요.’ 등으로 한다.
따라서 기자의 질문은 “주말에 10시간 이상 자는 사람, 손 한번 들어 봐요?”라고 하는 것이 바른 화법이다.

이런 표현은 주변에서도 자주 듣는다. 일교차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기침을 시작해 병원에 갔다. 병원에 가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간호사가 ‘들어오실게요.’, ‘앉으실게요.’, ‘입을 벌리실게요.’, ‘잠시 나가서 기다리실게요.’ 등처럼 말한다.

간호사의 말은 환자가 할 말이다. 이를 간호사가 대신 하는 꼴이다. 환자를 극진히 대접하다보니 환자의 입장에서 말을 해 준 듯하다. 그러나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

간호사의 올바른 말하기는 환자에게 무엇을 시키거나 행동을 요구하는 형식이 되어야 한다. 간호사가 화자고, 환자는 청자로 직접 명령을 해야 한다. 문제는 상위자에게 명령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간호사는 권유의 의미로 말하면 된다. 그렇다면 ‘들어오세요.’, ‘앉으세요.’, ‘입을 벌리세요.’, ‘잠시 나가서 기다리세요.’라고 하면 자연스럽다.

수험생은 평일에 늦게까지 공부를 하다 보니 부족한 수면은 주말에 보충한다. 뉴스 시간에 기자가 조사한 교실에도 한 반에 3분의 2가 주말에 10시간 이상 잔다고 답했다. 대학병원에서 고등학생 2천6백 명의 수면 시간을 분석한 결과도 평일에 비해 주말에 잠을 2시간 40분 더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말 보충 수면 시간이 길어질수록 집중력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의 의견도 수면부족은 집중력에 중요한 전두엽과 같은 뇌의 부분에 기능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수면 부족은 수업 시간에 졸기도 하고, 혼자서 공부할 때도 피곤해서 집중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주말 보충 수면시간이 줄어들게 되고 학업 능력을 더 높일 수 있다. 공부하는 학생들은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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