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을 본 제자들이 몇 명 찾아왔다. 수능보느라고 고생했느니 어느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니, 이런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다. 그도 그럴것이 제자들이 벌써 대학진학을 한다고 생각하니, 여러가지로 느낌도 새로웠고,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제자들이 대학에 모두 진학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생각이 너무나 간절히 드는 것은 결국 필자도 선생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녀석이 '선생님 저 선생님 TV나오는 거 봤어요. 무슨 알몸 졸업식에 대한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자 옆에 있던 녀석들은 자기도 봤다고 맞장구를 치거나 언제 나왔었냐고 묻기도 했다. 그때 이야기를 들려 주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이 녀석들 중 한녀석이 또 '선생님은 찬성이셨나요. 반대셨나요?'라고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반대지...'라고 했더니 그 프로그램을 몇번 봤다는 녀석이 '찬성이 이겼어요. 반대가 이겼어요?'라고 묻는 것이었다.
'반대가 졌다. 처음 시작할때보다 찬성이 더 많더구나'라고 알려줬다. '어떻게 그런 결론이 나올 수 있어요. 알몸 졸업식을 왜 찬성한다고 하던가요?' '그것도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에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더구나, 폭력만 없다면 알몸 졸업식 정도는 지나가는 하나의 문화라서 이해야 한다고 하더라. 어쨌든 그날 투표에 참가한 사람들이 그렇게 결정했었다.'
이 아이들 중에는 중학교 다닐때 말썽꾸러기 학생도 있었다. 그 학생이 하는 이야기, '밀가루 까지는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데, 알몸졸업식은 좀 그렇지 않나요. 어떻게 교복을 찟어버리고 알몸이 되는 것이 문화라는 것인지 저도 이해가 안되네요.'
그렇게 그 이야기를 마무리 하고 말았다. 올해 2월초에 모 방송국의 알몸졸업식에 관한 토론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누구나 생각해도 알몸졸업식이 잘못된 것이니 당연히 반대 의견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론은 그것이 아니었다. 학생들의 문화이니 폭력만 없다면 이해해야 한다는 쪽에 찬성의견이 많았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그것은 문화로 넘길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졸업시즌이 또 다가오고 있다. 졸업식장에 경찰이 동원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당분간은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교육이 잘못되어 그런일이 발생하는 것인지, 정말로 문화일 뿐인데 과민반응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필자는 알몸졸업식에 계속해서 반대한다. 문화로 넘기기에는 너무나도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