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와 분향소

2011.12.26 13:59:00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다. 언론은 이와 관련된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무분별한 가사를 생산하면서 잘못된 표현도 많이 보인다.

○ 김평일은 19일부터 주폴란드 대사관에 김정일의 빈소를 차리고 조문을 받고 있다(2011년 12월 23일 중앙일보).
○ 김 위원장 빈소는 4층짜리 대사관 건물 내 2층 강당에 설치됐다. 가로·세로 50m가량이 넘는 이곳 정면 벽에는 김 위원장의 영정이 걸려 있었고 따로 제단은 설치되지 않아 소박한 분위기였다(2011년 12월 21일 국민일보).
○ 김정일 빈소 향하는 北 주민들 -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으로 한반도 주변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21일 오후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내에서 북한 사람들이 조화를 들고 영사관으로 향하고 있다(2011년12월 21일 머니투데이).

기사에 있는 빈소는 모두 잘못이다. 빈소의 뜻을 보면,

‘빈소’
상여가 나갈 때까지 관을 놓아두는 방.
- 빈소를 지키다.
- 빈소를 차리다.
- 선생님의 빈소가 마련된 병원 영안실에 문상을 갔었다.

사전적 의미로 볼 때 빈소는 반드시 한 곳만 있다. 그렇다면 현재 김정일의 빈소는 북한 내의 금수산기념궁전이다. 기사의 내용으로 볼 때, 위의 빈소는 재외 공관에 마련된 곳이다. 이는 분향소(향을 피우면서 제사나 예불 의식 따위를 행하는 장소. - 분향소에는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라고 해야 한다.

김정은은 김 위원장의 시신이 처음 공개된 20일 당·정·군 고위 간부진을 대동하고 참배하는 모습으로 전면에 등장했다. 참배 시 눈물을 훌쩍거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정일의 빈소에서 맏상제 역할을 하는 후계자 김정은의 모습이 거의 매일 생중계 되듯이 외부로 공개되고 있다. 엊그제부터는 외국 사절 등 조문객들을 대하면서 상주 노릇을 하고 있다. 김정은은 조문객들과 악수를 청하고 통역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런 모습은 우선 대내적으로 주민들에게 새 지도자의 모습을 적극 부각시키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체제 안정성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런데 이를 보도하면서 일부 언론 매체에서 조문이라는 단어를 잘못 쓰고 있다.




○ 20일 오후 북한 조선중앙TV에 따르면 고 김정일의 시신은 평양 금수산기념궁전 유리관 속에 안치됐으며 후계자 김정은이 처음으로 조문했다(2011년12월 20일 서울신문).

‘조문’은 남의 죽음에 대하여 슬퍼하는 뜻을 드러내어 상주(喪主)를 위문하는 행위다(조문을 가다. 개성까지 조문을 온 그는 유족보다 더 목메어 애통을 했고 누가 탓을 한 것도 아닌데도 죄인처럼 굴었다.). 말 그대로 조문은 제3자가 상주를 위로하는 행위다. 그렇다면 아들인 김정은이 아버지를 조문했다는 것은 이상하다. 이때는 참배라는 표현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20일 김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한 공식담화문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류 장관은 고인을 추모하거나, 애도한다, 명복을 빈다와 같은 조의(弔意)를 표명하지 않았다. 조의는 남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뜻으로 우리 정부가 김 위원장의 사망에 대해 직접적인 조의 표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해 ‘서거’라는 표현을 써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서거’는 통념상 우리 사회에 크게 기여했거나 신망 받는 인물의 죽음을 극존칭해 쓰는 표현이다. 그렇다면 ‘서거’라는 표현은 신중하게 써야 한다.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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