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나라’는 잘못된 표현

2012.02.19 13:53:00

21012년 2월 17일(금) KBS 뉴스에서는 우리나라 빙상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심층 보도가 있었다. 보도에 의하면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에 기뻐하던 분위기와 달리 빙상인들은 큰 걱정을 하고 있다. 빙상 실업팀이 줄줄이 해체되고 있고, 어린 선수들이 크게 주는 등 미래가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남시청과 양평군청에 이어 춘천시청까지 2년 사이 실업팀은 3개나 해체됐다. 2년 전 밴쿠버 올림픽 효과로 약간 늘었던 등록 선수도 지난해에는 112명이나 줄었다. 특히 2018년 평창의 주역인 초․중등 선수는 1년 사이에 무려 4분의 1이 감소했다.

국내 빙상장의 열악한 실태에 대한 보도도 이어졌다. 정상적인 훈련과 경기를 위한 빙상장 온도는 13에서 15도지만, 국내 유일한 국제 규격의 실내 경기장인 태릉 빙상장은 영하에 가까운 2도까지 내려간다는 보도다. 이 현실에 대해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의 국가대표 선수는 ‘전 세계에서 제일 추운 링크장이 저희 나라라고 보시면 되요.’라는 인터뷰를 했다.

‘저희 나라’는 잘못된 화법이다. 사실 이 문제는 주변에서 여러 번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도 잘 고쳐지지 않고 있다. 방송 경력이 오래 몸에 밴 사람이나 격식 있는 자리에서 의사 표현할 때는 이런 말을 쓰지 않는다. 문제는 일부 연예인이 자유로운 자리에서 가벼운 인터뷰를 하거나 일반인을 상대로 한 취재를 할 때 그들의 입에서 불쑥불쑥 이 말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저희’는 ‘우리’의 낮춤말이다. 말하는 이보다 듣는 이가 높을 경우, 말하는 이와 그 사람이 포함한 집단을 낮추려 할 때 사용한다. ‘저희를 살려 주는 셈 치고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언제라도 저희 집에 들러 주십시오.’라고 쓴다.

‘우리’의 낮춤말이 ‘저희’라고 했지만, 둘은 쓰일 때 미세한 차이가 있다. 둘을 쓸 때는 말 듣는 사람의 포함 여부부터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말하는 이가 자기와 듣는 이, 또는 자기와 듣는 이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로 듣는 이도 포함하는 말이다. 반면 ‘저희’는 듣는 이를 포함시키는 의미로는 사용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다른 학교 친구에게는 ‘우리 학교에 놀러 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같은 학교 친구에게 ‘우리 학교에 놀러 와.’라고 말하는 것은 이상하다. 이미 그 친구는 ‘우리 학교’의 구성원인데, 외부인처럼 취급한 꼴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대신 ‘저희’를 쓸 때도 마찬가지이다. 고등학생이 중학교 때 선생님을 만나 ‘저희 학교는 조경이 참 좋습니다.’라고 하는 것은 자연스러우나, 현재 같은 학교에 있는 담임선생님께 ‘저희 학교는 주변 환경이 참 좋습니다.’라고 하면 잘못이다.

‘저희 나라’라는 표현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저희 나라’라고 말하면 듣는 사람이 배제되어 다른 나라 사람이 되어 버린다. 이렇게 말하니까 그러면 외국인에게 말할 때는 ‘저희 나라’를 쓸 수 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에게 ‘우리나라’를 ‘저희 나라’로 낮추어 말하는 것이 과연 예절에 맞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라 사이에 우열 개념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말할 때도 ‘저희 나라’란 표현을 쓰지 말아야 한다.

이 밖에도 일상적인 대화중에 본인이 속해 있는 단체를 지칭할 때 ‘우리 학교, 우리 회사, 우리 동네’라고 말한다. ‘우리’를 붙여 본인과 친밀한 관계에 있음을 나타내려는 의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의가 발라 상대방과 대화할 때 겸양을 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서 ‘우리’보다는 ‘저희’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자연히 ‘저희 학교, 저희 직장, 저희 동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표현도 어색하다. 물론 학교나 기타 조직의 경우 구성원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저희 학교, 저희 회사, 저희 동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 회사, 동네’와 같은 집단은 비록 청자가 포함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 구성원이 낮추어 말하기에는 너무 크다. 따라서 ‘우리 학교, 우리 회사, 우리 동네’라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와 ‘우리 동네’의 띄어쓰기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우리 한민족이 세운 나라를 스스로 이르는 말로 합성어이다. 모든 음절을 붙여 적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학교, 우리 회사, 우리 동네’에 쓰인 ‘우리’는 대명사이므로, 그 뒤에 이어지는 명사는 띄어 적는다.

과거 교과서에서는 ‘우리 나라’라고 띄어 썼다. 이는 띄어쓰기의 경우 이론적 입장에 차이가 있어 통일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2006년 6월에 교육부와 국립국어원이 업무 협정을 맺으면서 ‘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바꾸기로 협의하였다. 따라서 2008년 이후 교과서 개정판부터는 ‘우리나라’로 고쳐 쓰고 있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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