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홀단신’은 없는 말, ‘혈혈단신’으로

2012.02.26 12:26:00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KBS 2TV에서 방송 중인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한 코너이다. 초창기 때는 멘토 선생님의 지휘 하에 특정 장소에서 미션을 수행하였지만 현재는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라는 부제를 달고 매주 새로운 도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해 남자의 자격이 만들어 냈던 ‘청춘 합창단’은 전 국민을 감동으로 적셨다. 당시 청춘 합창단은 평균연령 62.3세의 멤버 46명과 이경규, 김국진, 양준혁, 김태원, 이윤석, 윤형빈, 전현무 등 남자의 자격 팀이 함께 참가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2년 1월 15일(일) 오후12시 50분에 재방송된 남자의 자격도 흥미로웠다. 이 날은 ‘남자, 그리고 중년의 사춘기’라는 주제로 일곱 남자들의 심리 상태를 들여다보았다. 전문가는 그림 검사와 문장 완성 검사로 멤버들의 심리와 본능에 대해 말한다. 그들에게 뒤늦게 찾아온 중년의 사춘기를 읽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내려지는 맞춤 처방이 웃음과 감동이 함께 전한다.

이 날 자막에 ‘홀홀단신’은 잘못된 조어이다. ‘혈혈단신(孑孑單身)’이 바른 말이다. ‘혈혈단신(孑孑單身)’은 ‘의지할 곳이 없는 외로운 홀몸(혈육이 없이 혈혈단신으로 평생을 살아왔다.).’이라는 뜻이다. 이 밖에 ‘혈혈’은

혈혈고종(孑孑孤蹤): 외로운 나그네가 낯선 객지를 헤매는 자취.
혈혈무의(孑孑無依): 홀몸으로 의지할 곳이 없음. 혈혈(혈혈하다): 의지할 곳이 없이 외롭다.




참고로 ‘홀홀’을 사전에서 검색해 보면, 품사는 부사로
1. 작은 날짐승 따위가 잇따라 날개를 치며 가볍게 나는 모양.
- 나비가 꽃을 찾아 홀홀 날아다닌다.
2. 작고 가벼운 물건을 자꾸 멀리 던지거나 뿌리는 모양.
- 할머니가 밭에 씨를 홀홀 뿌리고 있다.
3. 먼지나 작은 부스러기 따위를 잇달아 가볍게 떠는 모양.
- 옷에 묻은 눈을 홀홀 떨어 버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4. 묽은 죽이나 더운물 따위를 조금씩 자꾸 들이마시는 모양.
- 그는 더운 차를 홀홀 들이마셨다.
5. 불길이 조금씩 타오르는 모양.
- 불쏘시개를 집어넣자 꺼져 가던 불씨가 홀홀 불길을 날리기 시작했다.
6. 입김을 자꾸 조금씩 불어 내는 모양.
- 뜨거운 국물을 홀홀 불며 마신다.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깊숙히 들여다보는 시간’이라는 자막에서 ‘깊숙히’도 ‘깊숙이’기 바른 표기다. 이는 한글맞춤법 제51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부사의 끝음절이 분명히 ‘이’로만 나는 것(깨끗이/느긋이/둥긋이/따뜻이/반듯이/가까이/겹겹이)은 ‘-이’로 적고, ‘히’로만 나거나(극히/급히/딱히/속히/특히/엄격히), ‘이’나 ‘히’로 나는 것은(솔직히/가만히/간편히/나른히/각별히/꼼꼼히/열심히/조용히) ‘-히’로 적는다고 하고 있다.

특히 ‘하다’가 붙을 수 있는 어근 가운데 어근이 ‘ㄱ’ 받침으로 끝난 일부 단어 뒤에는 ‘-이’가 결합한다. ‘가뜩이, 고즈넉이, 굵직이, 그윽이, 깊숙이, 끔찍이, 길쭉이, 나지막이, 높직이, 느직이, 두둑이, 말쑥이, 멀찍이, 소복이, 시무룩이, 자욱이, 진득이, 촉촉이, 축축이, 큼지막이, 텁수룩이 ……’ 물론 이 단어들은 [가뜨기], [고즈너기], [국찌기], [그으기], [깁쑤기], [끔찌기] 등과 같이 소리가 난다.

텔레비전은 우리의 여가 생활에 주요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와 더불어 방송 언어가 시청자들의 언어생활이나 언어 습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방송사 측은 방송 언어를 전문적으로 심의할 전문가 확보와 방송 언어의 순화를 위해 자체 심의 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 따라서 방송사는 재미있는 방송, 시청률이 높은 방송을 하기 전에 우리말 표기가 제대로 된 방송을 위해서도 앞장서야 한다. 시청자의 일상적인 언어생활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선도해야 할 책임을 갖고 방송 언어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은 공익 방송으로서의 국민에게 하는 마지막 봉사이자 자신들이 해야 할 첫 번째 임무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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