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세상으로 날기 위한 시 쓰기 수업

2012.04.26 20:03:00

제7차 교육과정 이후 문학 작품에 대한 수용과 창작을 조화롭게 연결할 수 있는 문학 교육이 강조되어 왔다. 감상이라는 소극적 단계를 넘어 창작이라는 적극적 문학 교육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즉 문학 수업에서 수용과 창작은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시를 감상하는 수업도 힘들지만, 시를 직접 쓰는 수업은 더 힘들다. 따라서 본격적인 창작보다 흥미를 동반한 창작을 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시 패러디를 하는 것이다. 시 패러디는 시인의 작품에서 내용, 문체, 운율 등을 모방하여 풍자적으로 시를 새롭게 구성하는 방식이다. 시 패러디는 풍자와 위트, 아이러니 등을 동반하는 고도의 문학적 행위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대상 작품의 형식이나 운율, 분위기, 문체 등을 모방하는 시 써 보는 연습을 의미한다. 이 방법은 학습자들이 사전에 충분한 문학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하더라도 교사의 지도에 따라 얼마든지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수업은 명상으로부터 시작한다. 학생들에게 노래하고 싶은 대상을 그려보도록 한다. 가능한 한 주변 사물을 떠올리게 한다. 익숙한 사물을 떠올리면 나중에 비유적 표현을 만들 때도 쉽다. 그리고 이어서 마음속에 생각한 대상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기를 한다. 이 시간은 학생들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활동이고, 동시에 시 쓰기 준비 단계다.

이 단계를 지나면 학습지를 배부한다. 학습지에 대상과 비유하기를 하고, 이 자료를 토대로 시 패러디를 한다. 학생들에게 배포한 작품은 나태주의 ‘풀꽃’이다. 이 시는 비교적 쉬우면서, 읽으면 깊은 맛이 있다. 관심과 사랑은 대상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참모습을 발견한다. 여기서 말하는 예쁘고 사랑스러움은 단순한 외모는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 만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 매력은 오랜 만남과 대화를 통해 깨달을 수 있다.

외모만이 아니다. 우리의 삶은 거칠고, 진실성이 없다. 이러한 삶의 태도에도 일침을 가하는 시다. 나를 돌아볼 시간도 없이 살아간다. 그러다보니 주변을 돌볼 여유도 없다. 오직 앞만 보고 더불어 사는 사람들과는 소통도 없이 살아간다. 잠시 나를 돌아보고, 나의 아름다움을 발견해야 한다. 그래야 주변의 소중함도 아는 것이다.

대상을 한 줄로 표현하는 훈련부터 출발한다. ‘OO은 OO이다’라고 표현을 하면서 대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 구체적 대상이 이미지도 쉽게 떠오른다. 따라서 대상은 추상적인 것보다 구체적인 것부터 한다.

목련은 나의 소망
친구는 봄날의 벚꽃
운동장은 푸른 바다
나무는 친구
산은 내가 가야 할 미래
숲은 새의 고향
하늘은 푸른 도화지
구름은 자유로운 인생
아침은 눈부신 얼굴
바람은 나의 친구
어머니는 따뜻한 난로

이것은 은유적 표현의 훈련으로 1차적 이미지를 2차적 이미지로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은유적 표현은 시적 표현을 확장하는 과정으로 효과적이다. 이 훈련을 통해 일상의 소재를 다르게 보도록 유도한다. 이 훈련은 학생과 함께 하면서 시범을 보이다가 자연스럽게 개인적 활동으로 하도록 유도한다.

시란 결국 발상과 표현이 문제다. 대상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그 대상을 통해서 새로운 의미 부여를 할 때 참신함이 있다. 이를 위해 대상을 한 단계 더 낯선 이미지로 만들기를 한다.

목련은 나의 소망 → 아파서 흘리는 눈물
친구는 봄날의 벚꽃 → 시원한 분수
운동장은 푸른 바다 → 고독
나무는 친구 → 내 안에 숨어 있는 고민
산은 내가 가야 할 미래 → (움직이지 않는) 사랑
숲은 새의 고향 → 휴전선 근처
하늘은 푸른 도화지 → 거울
구름은 자유로운 인생 → 이름 없는 화가
아침은 시작 → 눈부신 얼굴
바람은 나의 친구 → 머리 흩날리는 여자
어머니는 산악인 → 따뜻한 난로

시는 쓰는 것이 아니라 상상의 산물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읽는 것보다 상상하도록 만드는 시 쓰기를 한다. 따라서 참신한 표현을 위해 감추어진 유사성을 찾도록 한다. 유사성의 거리가 멀수록 그 관계가 더욱 긴장감 있고 팽팽하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학생들이 전통적 상징이나 기법을 벗어나, 개인 상징이 나오도록 지도한다. 완숙한 언어 표현이 아니어도 좋다. 참신한 사고를 바탕으로 비유적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소 엉뚱한 표현 및 발상도 격려를 해 준다.

두 번째 단계는 이미지의 추상화 작업을 시도한다. 이때는 앞의 예시를 역으로 추리하면 추상적 관념을 구체적 이미지로 만들 수 있다고 안내한다. 단편적인 표현에서 한 단계 나아가 길게 표현하게 한다.

시 쓰기는 언어를 사용하는 고차원적인 활동이다. 원리나 요령이 있을 수 없다. 오직 학생들이 느끼고 표현하는 방법뿐이다. 시 쓰기는 사고 능력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시를 쓰면 주변 사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스스로 일어나는 감정을 정리하는 습관이 는다.

문학 작품에 대한 학습자의 수용과 창작을 하나의 테두리 안에서 지도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으로 패러디를 활용한 시 창작을 해보았다. 본 활동의 패러디는 모방의 범주다. 학생들이 시를 이해하고 그 내용과 형식에 기대어 그대로 흉내 내기를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시를 쓰는 일은 기성 시인도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학생들에게 시 쓰기는 고통이 된다. 그렇다고 마냥 시의 주변에서만 맴도는 수업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음악 시간에 누구나 악기 연주 연습을 하듯, 시 쓰기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이제 학생들도 시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패러디를 활용한 시 창작 교육은 학습자가 시를 이해하고 즐기는 시간이다. 비록 지금은 시 쓰기의 걸음마 단계지만 이는 더 큰 세상으로 날기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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