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학교 장학'이라는 용어대신 '학교 컨설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용어가 바뀌면서 모든 학교들이 매년 1차례 이상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 거의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 것이다. 컨설팅이란 학교교육의 문제에 대해서 컨설던트를 통해 컨설팅을 받음으로써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학교교육을 제대로 하자는 취지인 것이다.
그런데 1년에 한번 하면 기본적인 횟수를 채우는 것인데, 올해의 분위기는 1회가 아니라 그 이상의 컨설팅을 받는 학교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여러번 컨설팅을 받으면 학교발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학교마다 자발적으로 컨설팅을 받는 것이라면 매우 획기적인 변화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사실은 이와 다르다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 실시될 학교평가와 학교장 경영능력평가에서 컨설팅 횟수에 따라 가점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컨설팅을 여러번 받는 학교들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컨설팅 없이 학교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좋다. 모든 것이 만족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컨설팅을 받는 것은 학교별로 문제점이 있을 수 있고, 이를 잘 극복해 나가기 위함이다. 또한 문제점이 없다고 해도, 좀더 발전적으로 교육활동을 하기 위해서 컨설팅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여러번의 컨설팅을 받는 것이 옳은 것은 더욱더 아니다.
올해초만 하더라도 학교별로 1회정도의 컨설팅을 준비해 왔고, 그렇게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던 것이 학교평가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횟수를 추가한 학교들이 많은 것이다. 실제로 학교평가에서 컨설팅의 횟수가 가점을 받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교육청에서 흘러나온 이야기일 것이라는 정도이다. 그럼에도 학교들은 컨설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학교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싶은 것은 어쩌면 모든 학교구성원들의 욕망일 것이다. 교사들이라면 다른 학교보다 나름대로 교육활동을 열심히 한다고 자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평가의 객관성에 의문을 갖긴 해도 결과가 잘 나온다면 여러가지로 플러스 요인이 많다. 따라서 학교평가가 이루어질때 대상학교들은 조금이라도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컨설팅을 받은 횟수가 많으면 가점을 준다는 부분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실제로 가점이 부여된다고 해도 학교마다 횟수를 늘려서 컨설팅을 받는 다는 것이다. 컨설팅을 많이 받았다면 그 학교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이야기와 같다. 문제점이 많은 학교가 단 한번의 컨설팅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컨설팅이라는 것이 학교의 모든 분야를 한꺼번에 개선 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 분야별로 컨설팅을 받게 되는데 여러번 받았다는 것은 여러 분야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단 한번의 컨설팅으로 문제가 해결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되기 어렵다. 따라서 학교평가에서 가점을 받기위해 컨설팅 횟수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것은 보여주기식 컨설팅을 위해 학교 구성원들의 업무를 가중 시키게 된다. 가점을 받기 위해 여러 학교에서 컨설팅을 받는 횟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찬성하기 어렵다. 컨설팅이 학교평가에서 가점을 받기위한 도구로 전락해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컨설팅을 해주는 컨설던트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여러학교에서 컨설팅을 요구하다보면 전문성을 갖춘 컨설던트를 구하기 어렵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은 컨설팅이 당초에 원했던 결과를 얻기 어렵게 된다. 하나의 지나가는 과정으로 생각하기 쉽게 되어 학교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취지에도 어긋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컨설팅의 횟수만 늘어날 뿐 개선점에 대한 문제는 뒤로 숨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컨설팅 횟수가 학교평가에서 가점을 받도록 방침을 정했다면 이 방침은 철회되어야 한다. 횟수보다는 컨설팅의 질이 어느정도 였는가와 해당학교의 교육활동이 실제로 교육목표에 잘 부합되는지의 여 부를 먼저 따져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학교평가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는 일선학교에 더이상의 부담감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