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이 금지되고 인권조례가 교육현장 깊숙히 들어와 있다. 매일같이 학생들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사가 가르치는 사람인지 학생들과의 마찰을 이겨내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인지 구분이 애매해지고 있다. 학생들이 교사들의 지시에 불응하는 경우는 이제는 일상화 되어 있다. 학교폭력 문제로 몸살을 앓는 학교들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학교내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도 상당수 있다고 본다. 그래도 아직은 교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학생들이 더 많지만 계속해서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지는 미지수이다.
우리학교의 배움터 지킴이는 경찰간부 출신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해 보고 싶어서 지원했다고 했다. 아직도 경찰관모습이 많이 남아있는 분이다. 점심시간에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나눈 대화를 정리해 보았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하는일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간혹 여유가 있을때 선생님들을 지켜 보았더니, 학생들이 정말로 많이 오는 곳이 생활지도부 더라고요. 수업시간에 불손한 태도로 적발된 학생, 쉬는 시간에 싸우는 학생, 준비물 없이 수업에 참여하여 교사로부터 지도를 받다가 반항하여 오는 학생들이 정말 많더라고요."(우리학교 배움터 지킴이는 생활지도부에 소속되어 있다.)
"처음에는 생활지도부 선생님들은 수업을 안하는지 알았어요. 학생 생활지도만 전담하는 선생님들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모두 수업을 하시더라고요. 학생들 지도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빼앗기면서 어떻게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제대로 수업을 하지 못한다고 봐야 하겠지요. 쉬는 시간이나 비는 시간이 되면 학생들 지도에 정신이 없더라고요."
"학생들의 생활지도가 중요하긴 하지만, 담임이나 교과담당선생님이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생활지도부에 학생지도를 의뢰한다고 하는데, 수업을 어떻게 할 수 있느지에 대한 방안이 정책적으로 연구되고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들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 사안에 대해 100% 공감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각 학교에 학생들의 사안을 조사하여 처리까지 전담할 수 있는 전담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부분에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인력 말입니다."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학생들이 잘못하면 벌점을 부과하는데, 이 학생들이 벌점에 대해서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더라고요. 제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도 월담을 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이 학생들을 데려다가 벌점을 부과하도록 했는데, 돌아서서 자기들끼리 웃고 나가더라고요. 상·벌점제를 잘 활용하면 학생 생활지도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하지만, 최소한 중학교에서는 효과가 없는 것 같아요. 더 강력한 방안이 나와야 합니다. 어차피 체벌은 할 수 없는 분위기라면 학생과 학부모가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합니다. 벌점 받아봐야 몇번 와서 교육 받으면 경감되니 벌점을 받아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보아야 하겠지요."
어떤 방안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올해부터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에 학교에서 받은 상·벌점 상황도 기록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폭력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최소한 매 학년말에 학생 개개인에 대한 상·벌점 상황을 기록하다면 기록하는 그 자체 만으로도 학생들에게 뭔가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꼭 상급학교 입시에 적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뭔가 필요한 조치기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마무리를 했다. "학교의 이런 상황을 교육청이나 교육부(그는 교과부를 교육부라고 했다.)에서 분명히 알고 있을텐데 왜 손을 놓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모르고 있어서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분명한 직무유기입니다. 학교에 와보면 금방 알수 있는 일을 모른다면 말이 안되는 소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