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수업, 너무 잘 한 것이 문제?

2012.09.17 11:37:00

자신의 수업공개, 어려운 결단이 따른다. 그러나 자기 향상을 꾀하려는 교사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 놓고 비판과 도움을 기다린다. 그러면 수업의 질이 향상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용기가 따라야 한다.

우리 학교 세 분의 선생님, 제안수업을 자청하였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1학년 국어, 2학년 한문, 3학년 수학 교과다. 우리 학교 선생님 뿐 아니라 타학교에서도 방문하여 동시에 참관한다. 컨설턴트도 온다. 조언하여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수업후에는 진지한 수업협의회가 있다. 여기서 활발한 의견교환이 일어나고 좋은 수업에 대한 공유가 일어난다.

수업협의회 후 수업에 대해 어떤 평가가 이루어졌을까? 한마디로 '제안수업, 너무 잘 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헉, 수업 잘 했는데 칭찬과 격려가 아니라 질책?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혹시 참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업을 전개했단 말인가? 그렇다면 쇼다. 




우리 학교 교감은 강조한다. 평소에 하던 수업을 보여주고 허심탄회하게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고. 보여주기 위한 수업은 안 된다고. 오늘 한 것처럼 수업을 하면 교사의 에너지 소모가 많은데 그렇게 계속 유지할 수 있냐고 되묻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실상은 이렇다. 선생님들은 평소처럼 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문제였다. 평소처럼 배움 중심의 수업이 되게 하지 않고 오버를 한 것이다. 예습과 발표 등 준비를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수업시간 학습이 진행되는 것이 관찰되지 않는다. 요즘 수업 관찰은 학생 중심이다. 학생의 학습 행동변화가 감지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은 담당선생님이 참관자들로부터 지적을 적게 당하고 칭찬을 받게 하려고 미리 준비하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것이다. 어찌보면 그 선행이 기특하다. 선생님을 위한 마음이 갸륵하다. 그러나 평상시 그렇게 학습해야지 제안수업 때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들 수업, 교장 교감에게 또 다른 선생님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 자신의 본연의 일이다. 학생이 수업의 주체가 되어 참여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교사는 어디까지나 보조자요 안내자다. 학습의 주인공이 학생이 될 때 그 학습내용은 자기 것이 된다. 기억에 대한 파지도 오래간다. 이게 바로 진정한 학습이다.

이번 일, 하나의 해프닝이다. 그러나 작은 교훈을 준다. 평상시 수업을 교사 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잘해야 한다. 누가 본다고 잘 하는 것은 가식이다. 타인이 보든 안 보든 나의 일을 충실히, 제대로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성실성이다. 성실한 사람은 시작과 끝이 한결 같다.

우리 학교 선생님, 이런 제안도 나온다. 학급마다 조별 활동, 발표력 등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다른데 학생들이 다른 반 수업을 참관하는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고. 학생들이 다른 반 학생들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스스로와 비교를 못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도 제안하니 이제 실천하면 된다. 참여도가 낮은 학급, 조장들 만이라도 참관한다면 배우는 것이 있으리라고 본다.

제안수업에 솔선한 선생님, 교감의 쿨메신저 격려가 있었다. 교장도 교장실에서 그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치하했다. 함께 식사하는 자리도 가지려 한다. 필자의 교사 시절이 떠오른다. 어느 해인가는 세 번이나 수업을 공개한 적이 있었다. 준비하느라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것이 커다란 교직적 성장을 가져왔다. 교사에게 수업은 생명이다. 수업이 자신 있는 사람은 출근길이 힘차고 교직이 자랑스럽다. 그는 제자들을 진정으로 사랑한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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