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법안이 곧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선행학습을 금지함으로써 사교육기관에서 관행처럼 실시되었던 선행학습의 뿌리를 뽑겠다는 것이 취지이다. 선행학습을 금지하게 되면 사교육기관으로 몰리는 학생들을 자연스럽게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학교 교육 정상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교육비 감소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
현재 일선학교에서는 선행학습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수학교과의 경우는 매 학기말에 교육청에서 각급학교의 출제문제를 제출받아 선행학습 요소가 있는가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교육기관과 달리 학교에서는 선행학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선행학습은 시간적인 문제와 학급 학생들 구성의 특성상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방과후 교육프로그램에서도 이미 오래전에 선행학습은 금지되어 있다. 학교 교육을 정상화 시키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학교에서는 선행학습이 이루어질 여건이 되지 못한다. 다만 할 수 있다면 각 학교급의 졸업반(졸업이 예정된 학년) 학생들에게 다음 학교급의 학습을 미리 시킬 수는 있다. 정규교과 시간이 아닌, 방과후 교육프로그램에서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금지된 현재의 상황에서는 학교내 선행학습은 현실적으로 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문제는 사교육기관의 선행학습인데, 이 부분에서 논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성적향상을 위해서 선행학습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상급학교 진학과 관련한 선행학습도 필요한 경우가 있는 모양이다. 따라서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법을 만드는 것은 하나의 상징성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선행학습의 한계가 불분명하다는 데에 있다. 학교에서의 선행학습은 현재의 진도와 비교하면 그 여 부를 판단할 수 있지만, 사교육기관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인근의 많은 학교를 대상으로 비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9개정교육과정에서는 매 학년마다 배워야 할 교과나 시간을 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각 교과별로 3년간 이수해야 할 기준시간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사교육기관에서는 인근 학교의 진도에 맞게 수업을 진행하게 되는데, 만약 A라는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교과 내용을 B학교 학생들이 배우고 있다면 이런 경우 어떻게 선행학습 여 부를 판단할 수 있을까. 같이 사교육기관에 다니는 학생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선행학습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학교진도에 비해 1개월 이상의 학습을 선행학습으로 한다고 하지만, 학교에서는 1개월 이상을 먼저 학습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매 주 정해진 시수가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방과후 프로그램에서도 선행학습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학생들이 방과후 프로그램에서 선행학습을 원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학교의 진도에 맞는 심화 학습이나 반복 학습을 원할 뿐이다.
결국 선행학습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사교육기관에 단속이 집중될 것이다. 이때 사교육 기관의 수가 학교의 수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이들을 단속할 것인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미 사교육기관의 수업시간을 단속하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여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학파라치라는 신종 직업이 등장한 상태이다. 앞으로 선행학습을 법으로 금지하면 이들을 단속할 인력은 더욱더 부족하게 된다. 현실성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선행학습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공감을 한다. 오죽하면 법으로 금지를 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했겠는가. 그러나 법을 만들기 이전에 해결해야 될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단속인원 문제와 선행학습의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한다. 학교마다 다른 교육과정을 따라가는 사교육기관의 입장에서도 할 이야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문제가 될 소지를 충분히 파악하여 문제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후 선행학습금지법을 제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 만들어 놓고 혼란을 겪는 것보다는 사전에 혼란의 소지를 제거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