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행정업무 경감'을 강조하는 이유

2013.01.08 11:15:00

몇 년전만 해도 학교 교무실에 교무보조원이 있었다. 학교의 자질구레한 일을 하고 선생님들을 도와주는 일을 맡았다. 예컨대 청소, 차 대접, 전화받기, 복사, 잔심부름 등 허드렛일을 하였다.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 명칭도 행정실무사. 기존에 했던 보조업무가 아니라 정식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선생님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행정업무를 맡아 처리하고 있다.

문서에 정식 기안자로 이름이 오르고 예산도 집행한다. 인원 배치도 늘었다. 기존 교무실 1명에서 1-2명이 추가로 배치되었다. 필자 근무교 29학급(특수 2학급 포함)에 3명의 행정실무사가 있다. 김포 사우초교의 경우, 30학급인데 방과후실무사까지 두고 있어 무려 5명의 실무사가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사의 행정업무 경감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 채용예산에 무려 연 600여 억원을 투입한다. 매주 수요일은 '공문 없는 날'로 지정하여 교육청에서 일선학교로 공문을 발송하지 않는다. 학교의 업무를 줄이려는 것이다. 학교업무가 줄어든다는 것은 교사의 업무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교사의 업무를 줄이는 가장 큰 이유는? 교사가 잘나서? 예뻐서? 존경스러워서? 국민의 사표라서? 아니다. 교사 본연의 업무인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 상담활동에 전념케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교사들은 그 동안 관행적으로 해오던 업무를 하지 않는 대신 교재연구를 하여 수업에 충실해야 한다. 수업과 학생지도에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교사의 업무경감은 교사에 대한 복지 차원이 아니다. 교사를 귀찮은 업무에서 해방시켜 좀 더 편하게 근무하게 하고 여유 시간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 업무에서 벗어난 시간 만큼 교육에 역량을 집중시키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인재 5%인 교사들이 오직 교육에만 능력을 100% 발휘하라는 뜻이다.




어제 경기도교육청에서는 '2013년 교사의 행정업무경감 도단위 컨설팅 워크숍'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교사의 행정업무경감 및 교구행정전담팀 운영을 조기에 정착시키고 행정실무사 역할 강화로 교사의 행정업무경감을 내실화하려는 연수가 진행되었다. 교사의 행정업무 제로화 추진을 위한 전문 컨설턴트 양성이 목표다.

도단위 컨설팅단의 역할은 행정업무경감 만족도 온라인 조사결과 컨설팅 대상교의 컨설팅을 실시하는 것이다. 도교육청의 대상교 선정은 만족도 미흡고, 10% 이상 하향교, 민원발생교 등인데 유·초·중·특·고교 총 72개교다. 도교육청의 교사의 행정업무경감 만족도 조사(2012.11.5-23 참여인원 56,093명) 결과는 유치원 82.9%, 초등학교 86.9%, 중학교 82.7%. 고등학교 77.6%, 특수학교 79.2% 평균 79.7%다. 교사 10명 중 8명이 업무경감에 만족하고 있다.  

교육청과 일선 학교에서는 교사의 업무경감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교무행정원에게 고유업무 및 기안권 부여, 전자결재전 구두보고 지양, 대면결재 지양, 결재라인 간소화하여 담당자-교감 결재 비율 높이기, 대폭적인 위임전결을 위한 위임전결규정 정비, 나이스 공문게시 활용 등.

그런데 일선학교는 무엇이 문제인가? 교사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다. 교육 이외의 것은 실무사들에게 과감히 넘겨야 하는데 그들을 못미더워 하는지 업무를 끌어안고 있다. 교장·교감의 적극적인 관심과 이행이 필요하다. 교무실과 행정실의 갈등이 유발되기도 한다. 행정실에서도 기꺼이 교사의 행정업무 경감에 동참해야 하는데 관행을 고수하다보면 문제가 생긴다. 행정실무사들의 업무 과중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교사의 행정업무 경감, 대학 교수와 비교하여 쉽게 예를 든다. 대학에서의 입학식과 졸업식, 누가 기안하고 실행에 옮기는가? 행정직이다. 보직교수는 결재를 한다. 교수 본연의 업무는 연구와 수업이기 때문이다. 초·중·고교에서도 행정실무사에게 믿고 맡겨야 한다. 교육청과 학교에서는 연수를 통해 그들의 업무수행 능력을 신장시켜야 한다.  

경기도교육청, 교과부의 교사업무경감 평가 결과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교과부장관의 학교표창과 교원 표창으로 무려 10개를 받았다. 혁신학교(2011.12 89교, 2012.6 123교, 2012.11 154교)와 일반학교를 비교하니 혁신학교가 3.5% 높은 85.9%다. 학교조직효율화시범학교(2011.12 91교, 2012.6 111교, 2012.11 112교)와 일반학교(2260교)를 비교하니 시범학교가 3.3% 높은 85.9%로 나타났다.

도교육청 담당 장학사의 말이다. "행정실무사의 단순 대외공문 처리 100%인 학교도 여럿 있습니다. 경기도 평균 30%이고 시범교는 40%인데 올해 목표는 50%로 잡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교사가 행정업무 단순 기안을 손 뗄 날도 머지 않았다. 왜? 교사 본연의 업무는 기안이 아니다. 그 대신 교사는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하는 것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