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별 이동수업을 학교수준에 맞추라니

2013.01.23 10:02:00

지난해 까지만 하더라도 수학, 영어교과의 수준별이동수업은 당연한 것으로 여겼었다. 최소한 이 두 교과에서는 수준별이동수업이 실시 되었었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수준별이동수업에 따른 추가학급의 강사비를 시교육청에서 지원해 주었기 때문이다. 대체로 2개 학년에서 수준별이동수업을 실시해 왔다.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진행함으로써 눈높이 수업이 가능했던 것이다. 평가문제가 있긴 해도 수준별이동수업은 이제 거의 모든 학교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2013학년도에는 서울시교육청의 예산지원이 끊어질 것으로 보여 수준별이동수업이 존 폐의 위기에 몰려있다. 일률적인 예산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공문이 연초에 내려왔다. 왜 예산지원을 하지 않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복지예산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만이 가능할 뿐이다. 무리한 복지정책으로 인해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그렇다고 수준별이동수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각 학교에서 별도로 예산을 편성하여 운영하라는 것이다. 예산은 지원하지 않으면서 각 학교에 일임을 한 것이다. 그동안 골칫덩어리는 더러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하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골칫덩어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예산을 편성하여 자율적으로 운영하라고 했다. 문제는 돈 때문이다. 갑작스런 예산지원 중단으로 일선학교에서는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그동안 계속 해왔던 것을 갑자기 중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생과 교사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이 수준별이동수업인데 예산없이 운영하기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추가학급의 강사예산이 없어도 수준별이동수업은 가능하다. 그러나 추가학급을 발생시키지 않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학생들을 수준별로 나누어서 수업을 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3개학급을 3수준으로 나누어서 가르치는 방법이 있다. 그렇지만 이 방법은 학생이나 교사들에게 별다른 도움을 주기 어렵다. 각 수준별학생수의 변화가 없는데, 이런 상태에서 수준별이동수업을 하도록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야기이다.

추가학급을 편성하여 수준별이동수업을 하는 것이 보편적인 방법이고 효과도 높은 방법이다. 제대로 된 수준별이동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추가학급편성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추가학급에 해당되는 강사가 필요하다. 이 강사의 강사료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수준별이동수업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복지예산의 증가로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기에 일선 학교에서는 꼭 해야 될 사업이 아니면 후순위에 배치하고 있다. 그런데 예정에도 없던 수준별이동수업을 학교예산으로 추진하도록 함으로써 문제가 심각해 지고 있다. 주당 20시간의 추가학급 수업시수를 맡게 된다고 할때, 강사료는 32주 기준으로 1천만원을 조금 상회한다. 그러나 문제는 학교예산에서 별도로 이정도의 예산을 뽑아낼 수 있는 여력이 있는가에 있다. 대부분의 학교는 이 정도의 부담을 무릎쓰고 수준별이동수업을 하지 않을 것이다. 즉 수준별이동수업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학교에서 예산편성을 별도로 하여 실시하도록 하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기존처럼 추가학급에 대해서 별도의 예산을 투입해야 옳다고 본다. 물론 사업의 우선순위가 있겠지만 그동안 해왔던 것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수준별이동수업에 예산이 반드시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건이 성숙된 학교에서는 학교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수준별이동수업을 실시할 것이다. 학교의 경제적수준에 따라 수준별이동수업을 할 수도 있고 포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수준별이동수업을 학교수준에 맞추라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또한 학생들은 영문도 모른채 서로다른 수준의 학생들과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어 혼란스러워 할 것이다. 이미 학생들에게는 수학, 영어교과에서는 수준별이동수업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수준에 맞는 맞춤형 수업을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함에도 교육청의 예산부족으로 수준별이동수업을 포기한다는 것은 결국 교육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 라고 본다. 시교육청에서는 하루빨리 예산확보를 통해 수준별이동수업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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