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려고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
덮으려고 들면
못 덮을 허물없으되,
누구의 눈에
들기는 힘들어도
그 눈 밖에 나기는
한순간이더라.
『정약용 목민심서 중』
최근 연일 불거져 나오는 일부 내정자들의 비리를 보면서 문득 정약용이 그의 저서 목민심서에서 언급했던 위의 문구가 생각난다. 철저한 인사검증에도 내정자들의 비리가 속속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한편 진작 청렴결백(淸廉潔白)해야 할 사람들이 그렇지 못해 지탄을 받아야 한다는 현실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울화통이 치민다.
설령 이들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양심선언을 하고 용서를 구한다 해도 이미 우리 국민이 받은 실망감은 그 무엇으로도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이에 이들은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마음으로 물러나야 할 것이다.
들어난 자신의 치부를 온갖 변명으로 늘어놓는다 할지라도 이를 이해하고 수긍할 국민이 누가 있겠는가. 심지어 청문회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구차한 변명만 늘어놓는 내정자를 볼 때마다 우리 국민은 더 역겨워한다.
비리가 있는 내정자가 설령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할지라도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미칠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자칫 아이들에게 작은 비리는 저질러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 두려울 뿐이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들을까 걱정이다.
작은 비리가 용서되는 현실을 보면서 학교현장에서 늘 입버릇처럼 ‘참 되거라 바르거라’라고 가르치는 선생님의 말을 아이들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한편 선생님의 말에 비웃기라도 할까 두렵기까지 하다.
신상털기가 두려워 천거를 거절했다는 모(某) 내정자의 말에 의구심이 생긴다. 자신이 떳떳하다면 그 천거를 수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나라를 위해 자신이 가진 역량을 왜 발휘하지 못하겠는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듯, 이들의 공통 비리는 우리 모두의 관심사인 ‘자녀의 병역비리’와 ‘불법재산증식’이라는 사실이다. 고위관직의 자녀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신체에 이상이 있는 것인지 이상하지 않는가. 고위관직 자녀에게만 감염되는 병원균이 따로 있는지 궁금하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말이 있듯 병역 비리로 군대를 면제받은 그 자식 또한 그의 자식을 병역 면제 안 시킨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그러다 보니 병역비리가 대물림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군대는 힘없고 배경 없는 자제만 가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처럼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더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문득 ‘사람이 자리를 만들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사람이 만든 자리는 그 자리에 앉는 사람의 행동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고 본다. 그 자리를 등에 업고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고 사리사욕만 챙긴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았다면 다음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도 비리는 끊이지 않을 것이며, 반대로 그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을 비우고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선을 베푼다면 그 자리는 뭇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게 될 것이다.
요즘 새 정부 인선을 보면서 ‘인재는 많으나 쓸 만한 인재가 없다.’라는 말을 많이 듣곤 한다. 그리고 사람이 만들어 놓은 자리에 누가 앉아 그 자리를 빛낼 것인가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다만, 모두가 바라는 것은 국민 모두에게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인선이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