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한 새등산화 보며 봄을 기다린다

2013.02.21 21:59:00

헉! 내가 언제 이렇게 등산을 많이 했지? 아니면 너무 오래 신어 등산화 수명이 다한 것일까? 등산화 바닥을 보며 혼자 내뱉은 말이다. 등산화 뒷꿈치가 닳아 구멍이 났다. 이 등산화 버릴까? 수선해 쓸까?

산행을 제대로 하기 위해 한 10여년 전 아내와 함께 부부 등산화를 샀다. 그 당시 10만원 조금 넘었다. 나 자신 건강을 위한 커다란 투자다. 집에서 가까운 광교산, 칠보산, 모락산, 건달산, 수리산 등은 아내와 함께 다녔다. 좀 멀리 떨어진 산은 동료교장들과 정기적인 산행을 하였다.

그런데 등산화 수명이 다 했는지 하산길에 미끄러져 넘어질 뻔한 적이 몇 번 있었다. 바닥이 닳아 제 구실을 못하는 것이다. 아내와 의논하니 '제대로 된 유명상표의 멋진 등산화를 사라'고 말한다. 지금 등산화도 유명상표다. 아마도 아내는 남편의 품격을 생각한 것이리라.

언론에서 좋다고 평가한 등산화 두 제품을 백화점과 전문 매장에서 보았다. 와, 가격이 24만원, 26만원이다.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신제품을 살 것인가, 기존 등산화를 수선해 사용할 것인가? 망설이다가 후자를 택했다. 정들었던 등산화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매장을 찾으니 수선료는 3만8천원. 내 등산화 가격에 비해 센 편이다.




수선을 맡기니 약 한 달 뒤에 오란다. 헉, 요즘 같은 스피드 시대에 이렇게 서비스가 늦다니? 설날이 끼어 있어 작업량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싶다. 등산화가 없으면 한 달 동안 산행을 못한다. 유명업체 답지 않다. 실망을 안고 집으로 향한다.

수선 의뢰 2주만에 등산화를 찾아가라는 문자가 왔다. 어랍쇼, 생각보다 빠르네? 매장에 가서 내 등산화를 보니 반갑다. 와, 새 등산화로 변신하였다. 서비스 상황을 살펴보니 밑창을 새 것으로 갈고 새깔창과 끈이 제공되었다. 틈이 벌어진 가죽도 꿰매고 코부분 고무도 단정히 수선되었다.

이제 아내와 함께 산을 찾으면 된다. 출근길 아내의 등산화를 보았다. 바닥에 구멍은 나지 않았으나 이제 바닥 수명이 다 되어 간다. 미리 보았으면 아내 등산화도 같이 수선하였을 터인데. 몇 달 후 아내 등산화도 수선에 맡기리라. 그래야 부부 등산화로 디자인이 같게 된다.

필자와 같은 50대. 과거 어려운 시기를 지나서 그런지 절약 근검이 몸에 배었다. 물건의 수명이 다하면 버리고 새물건을 사야 되는데 그게 마음처럼 안 된다. 고쳐서 쓸 수 있으면 최대한 재활용하려고 한다. 이게 습관이 되었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고 한다.

우리 아파트 관리소장 말을 들으니 한 겨울에도 실내에서 두터운 옷을 입고 난방을 가동하지 않는 60대 주민도 있다고 한다. 겨울철에 실내에서 반팔 입고 생활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한다. 지구 환경을 생각해서라도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 좀 춥게 생활하는 것이 건강에도 좋다. 이 주민은 아마도 절약을 생활화하는 분 아닐까?

이제 새등산화를 신고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칠보산, 광교산, 수리산 중 어디로 갈까? 봄이 되면 계곡의 야생화 관찰과 촬영도 기쁨을 준다. 야생화라면 안산에 있는 수암봉과 병목안의 수리산이 제격이다. 광교산의 족도리풀은 잘 있는지? 아! 새등산화를 보며 봄을 기다린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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