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 수암봉 야생화에 빠지다

2013.03.25 13:50:00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인 것인가? 자연의 변화에 관심이 많다. 해마다 맞이하는 봄이지만 올해는 어떻게 다를까를 생각한다. 얼마 전 방문했던 곳을 다시 찾아보게 된다. 3월 24일 안산에 있는 수암봉을 찾았다. 수암봉의 야생화를 다시 찾아보기 위해서다. 수암봉은 수리산의 한 줄기이다.

아내와 함께 오전 10시 집에서 안산을 향해 출발하였다. 요즘은 산을 찾는 인구가 많아서 등산로 입구는 자가용으로 꽉 차 있다. 주차할 공간이 크게 부족하니 인근 주택가 도로에 주차하게 된다. 아마도 이 지역 주민들은 주말마다 등산객 때문에 불편함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넓은 1번 등산로. 단체 관광객이 줄지어 오른다. 등산로 근처에는 야생화를 보기 힘들다. 그러나 첫번째 반겨주는 것은 돌틈 사이에 핀 보랏빛 제비꽃.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이제 오른쪽 계곡길로 접어든다. 본격적으로 야생화를 만나려는 것이다.






등산을 체력단련이나 운동으로 하는 사람들은 등산로를 따라 빠르게 산을 오른다. 숨은 헉헉 대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맛에 등산을 하는 것이다. 야생화 촬영 매니아들은 정반대이다. 빨리 움직이면 목표물을 놓치고 만다. 슬로우 모션이다. 눈은 두리번거리고 시선은 땅바닥을 향해 있다. 야생화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부부동행의 좋은 점은 관찰을 두 배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냥 지나쳤는데 뒤따라오는 아내가 야생화를 발견한다. 두 명이 카메라를 갖고 각자 촬영한다. 사물을 보는 눈이 다르다. 촬영 각도와 작품 수준도 다르다. 집에 와서 비교를 하며 좋은 사진을 택할  수 있다. 




시기가 일러서인지 애기똥풀꽃은 아직 꽃망울 맺지 않았다. 아마도 부지런히 노오란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물가 근처라서 그런지 괭이눈이 반겨준다. 그러나 개체수가 많지 않다. 개체수가 많아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다 다르기 때문에 여러 컷을 찍을 수 있다.

수암 약수터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야생화 매니아가 보인다. 두 명의 여성이 땅바닥에 엎드려 촬영하는 모습이 보인다. 카메라를 보니 고가의 장비다. 그렇다. 저 분들을 뒤쫒아 가보자. 과연 작품이 있었다. 노루귀다. 7개가 기둥을 올리고 꽃을 피웠다. 맞다.




나도 그 분들처럼 꽃을 향해 엎드려 자세를 취한다. 노루귀 사진은 꽃도 꽃이지만 줄기에 있는 솜털을 잡아내는 것이다. 줄기 솜털과 함께 꽃을 찍으면 성공인 것이다. 카메라를 땅에 대고, 또 높이를 조금 올려가면서 찍는다. 카메라 각도에 따라 대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조금 올라가니 현호색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현호색 군락이다. 그러나 현호색이라고 색깔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개체별로 색깔에 차이가 있다. 아마도 현호색을 세분하면 그 이름을 달리 부를 것이다. 필자는 아직 그 경지에까진 이르지 못하였다. 그냥 아마추어로서 즐기는 정도이다. 

오후 1시, 그러니까 2시간 30분 동안 야생화와 친구가 된 것이다. 수암봉 정상을 오르는 대신 우회하는 길을 택하였다. 하산을 하려는 것이다. 이번 산행은 노루귀 촬영으로 만족이다. 괭이눈의 개체수가 줄어들은 점이 안타깝다. 괴불주머니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필 것이다.

자연은 우리 인간의 친구이다. 진정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야생화를 캐어가지 않는다. 사람이 일부러 가꾸지 않아도 스스로 자라고 꽃피는 것이 야생화다. 수암봉 입구에선 화분에 담긴 야생화를 판매하고 있다. 작은 화분 하나에 3만원이라 하는데 '이건 아니다' 싶다. 야생화는 저 홀로 스스로 자라야 아름답다. 오늘 미처 만나지 못한 야생화는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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