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가까이 한다는 것은?

2013.04.14 18:31:00

몸살과 목감기를 이끌고 1박2일 컨설팅 연수를 다녀오니 상추 새싹 두 개가 반겨준다. 몇 달 전 초등학교 동기 모임에서 선물로 받은 씨앗이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상추 기르기가 쉽다하기에 도전해 보았다. 그러나 농사 경험이 없어서인가 잘 되지 않는다.

직파보다 씨앗을 물에 불려 발아율을 높이려 하였다. 그릇에 붕대헝겊을 깔고 축축히 적셨다. 상추씨앗을 그 위에 뿌리고 새순을 기다린다. 아침마다 헝겊을 적시어 발아를 돕는다. 3일에서 5일이 지났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흙이 없어서일까? 고운 모래를 가져다 살짝 뿌려본다.




경험자에게 물어보니 직파를 해도 싹이 잘 튼다고 알려준다. 스트로폼 상자에 밭흙을 담아와 곱게 거른다. 뿌리고 남은 씨앗과 무반응을 보였던 씨앗을 합쳐 직파를 하였다. 한 곳에 모이지 않게 하려고 그 작은 씨앗을 모래와 섞어 뿌린 것이다. 하루 두 번 정도 흙이 마르지 않게 수분을 공급하였다.

10여일이 지났을까? 연두색의 흔적 두 개가 보인다. 그 수 십 개의 씨앗 중에서 생명이 살아난 것이다. 참고 기다린, 그리고 믿고 기다린 결과다.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도 있다. 사람이 정성을 기울인 만큼 보답하는 것이 자연이다.

문득 유년시절이 생각난다. 내가 농사를 지어본 것은 앞마당에 옥수수와 해바라기가 고작이다. 그 당시 그 식물들이 자라는 것이 그렇게 신비로울 수 없었다. 게다가 열매를 맺어 입을 즐겁게 해 주는 기쁨을 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 뿐 아니다. 부모님께서 식물을 사랑하시어 우리 집에는 꽃을 늘 볼 수 있었다. 대문 옆 커다란 대추나무, 앞화단에는 매화나무, 감나무가 있었다. 앞마당 수돗가에 그늘로 올린 포도나무는 우리 집만의 자랑이었다. 포도가 익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꿈을 키웠다. 뒤뜰에는 앵두나무가 있어 그 새콤한 열매 맛을 즐겼다.

우리 집 화초로 다알리아, 칸나 등이 있었다. 특히 다알리아는 집앞 세류초교에 기증하여 모교 화단에는 우리 집과 같은 색깔의 다알리아가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화단 가장자리에는 채송화가 피었다. 그 다양한 꽃색깔을 보면서 꽃이 지고 씨앗이 영글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작은 까만 씨앗은 하나의 보석 같았다.




필자가 어른이 된 후에도 인성이 바른 것은 아마도 부모님의 올바른 가정교육과 식물을 늘 가까이 하고 지낸 덕분이 아닐까? 초등학교 시절 교실 창가에 양파기르기도 자연의 신비에 접한 좋은 기회였다. 물만 있어도 뿌리는 쭉쭉 뻗어내리고 초록 줄기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것을 지켜 보았다.

작년엔 아내가 토마토 모종을 사와 자라는 모습을 기쁨으로 지켜보았다. 줄기가 위로 올라가고 노란 꽃을 피우고 초록 열매가 붉은색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면서 생의 활력을 얻었다. 그러나 순치는 방법을 몰라, 열매를 튼실하게 하는 방법을 몰랐다. 윗자람으로 키만 커져 줄기가 꺾이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자손을 번식시키려는 생명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가을이 되어 줄기가 다 고사하였는데도 그 줄기에 매달린 열매는 생생하게 씨앗을 맺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러고 보니 상추재배가 쉬운 것 아니다. 식물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물주기 방법부터, 병충해 발생 시 조치 요령을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 거저로 생기는 것은 없다. 노력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흙을 뚫고 나온 두 개의 상추 새싹이 꽃샘추위 몸살 기운을 달아나게 하였다. 우리 인간이 식물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것,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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