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마치 서로 입을 맞춘 듯 집권하면 초정권적 교육기구를 만들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노무현 대통령 정부는 인수위 때부터 교육혁신 기구 출범을 앞두고 있는 지난 몇 달간 더 이상 '초정권적'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대선 당시 후보들이 '초정권적 교육기구 설치'를 공약했을 때는 국민들과 교육계의 여망을 읽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들과 교육계는 왜 초정권적 교육기구를 원할까. 여기에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선 교육정책에 여야가 없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교육이념과 방법, 그리고 키우고자 하는 인간상에서도 여·야간 시각 차가 드러나고 있다. 이 시각 차는 비단 여·야당간에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국민 일반은 물론 심지어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간에도 가치관이 다른 부분이 많다. 이러한 엄연한 시각 차이를 대동소이하다고 해서 혹은 국민의 투표를 거쳐 당선된 측의 시각이 정책에 반영되는 게 순리라는 식으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초정권적 기구'를 약속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거니와 국민적 기대가 분명히 실려 있는 약속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도 한나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초정권적 성격이 드러나지 않는 교육혁신 기구라면 그 기구에 정부 각부처 장관을 참여시키더라도 힘의 한계가 여실할 수밖에 없다.
교육사업은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는 사업으로 본질적으로 한 정권의 사업일 수도 없고 그렇게 돼서도 안된다. 국민들이 초정권적 교육기구 공약을 환영한 것은 헌법의 교육 중립성 보장 정신이 이제껏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어 국민들이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때문에 한나라당이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열리는 교육혁신 기구 공청회를 바라보면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 있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만약 노무현 정부가 한나라당과 긴밀히 협의해 공동공약 실천 차원에서 제대로 된 초정권적 교육 기구를 출범시킨다면, 이 자체가 하나의 획기적인 개혁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외국의 초정권적 기구 사례 보다 더 모범적인 형태가 노무현 정부의 초정권적 교육혁신 기구안으로 정립돼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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