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칠보산을 찾는 이유

2013.07.19 13:16:00

지난 일요일 수원에 있는 칠보산(238m)을 찾았다. 장마 기간 중이지만 잠시 그친 비를 피하여 저녁에 산을 오른 것이다. 비 올 때 산행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맑은 날과는 색다른 맛이 있다. 몇 년 전 태풍이 북상하고 있을 때 칠보산을 올랐는데 그 때의 바람소리는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산행은 주로 아내와 함께 하는데 우리집에서 광교산은 거리가 조금 멀어 가까운 칠보산을 찾는 것이다. 운동이 부족할 때 부부 간 대화 증진을 목적으로 산을 찾는다. 그러나 그게 목적의 전부가 아니다. 맑은 공기 마시며 산의 변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자연의 변화 모습을 보면 삶의 단조로움이나 권태는 저 멀리 사라진다. 자연의 경이감에 사로잡힌다. 매일 보는 자연은 똑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하루하루가 다르다. 아파트 베란다 텃밭에서 보는 고추도 시기에 따라 열매 맺는 것이 다르다. 그 순하던 고추도 지금 매달리는 것은 맵다.

7월의 칠보산. 어느덧 녹음이 완전히 우거졌다. 신록은 찾아보기 어렵고 어떤 나무는 벌써 낙엽이 지는 것도 보인다. 녹음 속에서는 구태어 등산 모자가 필요없다. 나무 그늘이 강한 햇볕을 막아 준다. 초록을 시야에 가득 담으면 정신건강에도 좋다. 그래서 산을 찾는 것이다.




산행 코스를 달리 하다 보면 못 보던 식물이 보이고 처음 듣는 산새 소리도 듣고.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땀을 식히는 것이다. 처음 본 식물은 카메라에 담는다. 과제로 가져와 공부를 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자연공부가 된다. 무심코 지나쳐선 안 된다. 이번 산행에서는 개암나무를 보았다. 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문득 떠오르는 기억 하나. 지금부터 38년전 학군단 훈련을 부대에 입소하여 받는데 그 당시 젊음의 혈기가 왕성하여 하루 세 끼로는 모자랐던 것. 산에서 훈련하며 배를 채우느라 개암나무 열매를 깨뜨려 먹은 적이 있다. 나 뿐 아니다. 야산을 행군하면서 입으로 개암나무 열매 맛을 즐기는 그 순간의 기분, 아무도 모를 것이다.

칠보산은 고도가 낮아 남녀노소 누구나 슂게 오를 수 있다. 오늘도 오르다가 교직 후배를 만났다. 그 역시 부부 산행이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계곡물 수량이 많다. 명지산 계곡만큼은 아니지만 더운 한 여름 피서를 즐길 만하다.구태어 멀리 가지 않더라도 더위를 피할 수 있다.

정상에 오르니 이슬비가 내린다. 의자에서 우산을 펴고 잠시 휴식을 취하니 또 다른 부부도 우산을 편다. 오늘 산행에서 새로운 표지판을 보았다. 이 코스가 수원 8색길에서 6색길인 것. 8색길? 이름은 들어보았서도 자세히는 모른다. 요즘 지자체마다 둘레길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는데 안내가 부족한 듯 싶다.

서을대학교 학술림 쪽으로 내려오다 보니 때죽나무 열매가 종처럼 매달여 있다. 그 하얗던 꽃이 어느새 이렇게 열매를 맺은 것이다. 열매에 독성이 있어 으깨어 민물고기를 잡는데 쓰인다고 한다. 인가 가까이 오니 흰색과 보랏빛의 도라지꽃이 만개 하였다. 이렇게 자연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내가 칠보산을 찾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우선 거리가 가까워서, 자연과 가까이 하면서 마음의 치유를 하려고. 부부간  대화를 증진시키고 육체적 건강도 챙기려고. 자연의 변화 모습을 보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숲은 우리에게 무한정 베푼다. 아낌없이 주는 자연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