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성적 미반영 보다 더한 것은

2013.08.08 17:43:00

중학교 1학년은 그냥 지나치는 학년인가. 아니면 학창시절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가. 정확한 답은 없다. 시대에 따라 전자가 되기도 하고, 후자가 되기도 한다. 어쩌면 지금의 중학교 1학년은 후자에 속하지 않나 싶다. 자유학기제의 전면 도입을 앞두고 중학교 1학년이 또 수난을 겪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에 성적반영이 안된다고 해도 그리 큰일은 아닌 것 같지만 역으로 보면 성적 반영이 안되는 것은 매우 큰 일에 해당된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시기이긴 하지만 진로탐색활동 등 체험활동을 통해 앞으로의 방향을 가닥 잡는다는 것에 위안이 되긴 한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이 3학년이 돼 고등학교 입시를 치를때는 1,2,3학년 성적을 모두 반영한다. 집중이수제로 인해 일찍 배운 과목이 있고, 늦게 배운 과목이 있으며 이는 학교별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전학년 성적을 반영하는 것이다. 즉 교과에 대해서는 학년 개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필요에 따라 편성해 중학교 과정을 모두 마칠 수 있도록 하면 되기 때문에 전학년 성적을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특정학년의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학교마다 서로 다른 교과의 성적을 입시에 반영하게 된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전학년을 반영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 아닌가 싶다.

2009개정교육과정의 집중이수제가 일부 완화되긴 했지만 교원수급등의 문제로 집중이수제를 그대로 실시하는 학교들이 많다. 완화된 집중이수제에 맞춰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 또다시 3년이 지나야 교원수급이 원활해 진다. 비정기 전보 및 교과별 수업시수의 형평성 등이 제기되기 때문에 또다시 3년을 신경쓰면서 교육과정을 운영할 엄두가 나지 않게 된다. 교육과정 고시에서는 집중이수제가 완화 되었지만 일선 학교에서 완화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이다.

이렇게 집중이수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중학교 1학년 성적을 고등학교 입시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사교육 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학생들이 공부를 안하겠는가라는 생각을 가졌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들도 시험이 성적에 반영되느냐 안되느냐에 매우 민감하다. 성적에 반영되지 않으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일선학교에서 보건교육, 진로교육 등이 선택교과로 지정돼도 잘 안되는 이유가 바로 성적에 반영되는 교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택교과로 지정을 했음에도 고등학교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선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중이수제에 의해 어떤 교과가 1학년에 배치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상급학교 입시에 반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어쩌면 이번의 조치가 자유학기제 운영기간 동안 시험을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닌가 싶다. 수행평가나 과정평가 등도 실시하지 않기 위해서 사전에 대안을 내놓은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실이건 아니건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3년동안 다니면서 중요한 교과를 1학년때 배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09개정교육과정 이전처럼 각 교과를 학년마다 배우도록 할때는 같은 교과에서도 2,3학년 과정이 있기 때문에 1학년 성적을 반영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는 학교마다 입시에 반영되는 교과가 달라진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해당학교 학생들끼리 내신성적을 내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제외된 특목고 등에서 1학년때만 배운 교과의 성적을 요구한다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보통 특목고 진학결정은 2학년 말이나 3학년 초에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1학년때 소홀히 했던 과목으로 인해 특목고 등의 진학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학업성취도 존속 문제와도 직결된다. 특정교과를 지정해서 실시하는 시험인데, 학교에 따라서는 이미 배운지 오래된 후에 시험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 교과를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포함한다면 이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것은 현재 중학교 교사들도 당장 올해의 고등학교 입시에서 어느 학년의 성적이 반영되는지 잘 모르는 경우들이 있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어느 학년이 반영되며, 그 다음 해에는 어느 학년의 성적이 반영되는지는 이 관심이 있는 교사 외에는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중학교 3년간의 전학년 성적반영은 2년으로 끝나게 된다. 그 다음해 부터는 중학교 2,3학년의 성적만 반영하게 된다. 교사는 물론 학생, 학부모도 헷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2년동안 전학년 성적을 반영하는 학생들은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성적반영 시기가 달라지면서 최대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어떤일이 있어도 학생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아야 한다. 집중이수제로 학습부담이 커졌던 학생들이 지금의 중학교 2,3학년 학생들이다. 과목수는 줄었지만 학습분량은 엄청나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들 학생의 피해는 결코 돌려 줄 수 없는 피해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의 정책 방향이 다수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 것이다.

중학교 1학년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 것보다 이로인한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지금도 집중이수제 적용을 받은 학생들은 자기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성적반영 학년을 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 시기에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공교육의 신뢰도와도 관계가 있다. 따라서 이번의 조치는 재고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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