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서 입력이 안됐다고? 30분의 긴박했던 순간

2013.09.16 13:30:00

수많은 대학 전형과 통일성이 없는 일정에 고3 담임도 깜빡

13일 지난 9월 4일부터 시작된 전국 대부분 4년제 대학의 수시 모집 1차 전형이 모두 끝났다. 십여 일간(9.4~9.13) 추천서 작성에서부터 아이들의 자기소개서 수정에 이르기까지 고3 담임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단 이번 사건만 제외하고.

퇴근 무렵, 그간 3학년 담임의 노고를 위로하는 의미에서 3학년 부장 선생님의 저녁 초대가 있었다. 그리고 저녁 7시, 학교 근처 모(某) 식당으로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부장선생님은 먼저 퇴근했다.오랜 만에 모든 것을 잊고 홀가분하게 저녁 식사를 할 요량으로 부장 선생님이 이야기한 식당으로 찾아갔다. 식당에는 미리 도착한 선생님들이 자리에 앉아 수시모집 대학 원서접수로 나누지 못한 이야기꽃을 오순도순 나누고 있었다.

저녁 7시 30분. 마침내 주문한 식사가 나왔다. 시장이 반찬이라 어느 요리하나 맛있지 않은 것은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주머니 안에 있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액정 위에 찍힌 전화번호가 낯익었다. 그 전화는 다름 아닌 며칠 전 서울 모 대학에 원서를 낸 우리 학급의 한 남학생의 전화였다.

“선생님, 추천서 입력하셨어요?”
“추천서라니?”

“○○대에서 연락이 왔는데 아직 교사추천서가 입력되지 않았대요. 오늘 8시까지 입력이 안  될시, 제 원서접수가 무효가 된대요.”
“그게 무슨 말이니? 네가 쓴 전형의 추천서는 1단계 발표 이후라 아직 기간이 있는 걸로 아는데…”
“선생님, 전 그 전형이 아닌데요?”
“그래? 알았다.”


사실 우리 학급의 몇 명의 아이들이 그 대학에 원서접수를 한 상태이다. 그리고 그들의 추천서 입력기간이 모두 1단계 발표 이후에 있어 조금은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 남학생 또한 으레 그 아이들과 똑같은 전형으로 원서를 낸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었다. 더욱이 추천서 입력과 관련 그 누구한테 연락을 받은 적이 없었다.

순간, 8시까지 추천서를 입력하지 않으면 원서접수가 무효라는 그 아이의 울먹이는 소리가 내 귓전을 울렸다. 오랜만에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이 분위기가 나로 인해 깨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재촉하여 학교로 갔다.

7시 40분.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그 아이의 추천서가 들어있는 파일을 열었다. 그리고 대학 홈페이지에 들어가 팝업창에 뜬 교사추천서 입력사이트를 클릭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힌 팝업창이 뜨면서 사이트가 열리지 않았다.

“지금은 추천서 입력 기간이 아닙니다.”

추천서 마감시간이 오후 5시까지라 대학 자체 내에서 이 사이트 방문을 막아놓은 듯했다. 이 상태에선 도저히 추천서를 입력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부리나케 대학 입학처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계속하여 통화 중이었다. 남은 시간 10분을 남겨놓고 간신히 관계자와 통화가 되었다. 그리고 사정을 이야기하고 난 뒤, 간신히 해결책을 구했다.

마감 시간 5분을 남겨놓고 간신히 추천서를 입력하였다. 등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렸다. 하마터면 그 아이는 담임선생님인 나의 실수로 그토록 가기 원했던 대학 문턱에 가보지도 못하고 떨어질 뻔하였다. 무엇보다 추천서를 미리 써놓았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큰 낭패를 볼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상황이 종료된 후, 걱정하고 있을 그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걱정 많이 했지? 모두 해결했으니 면접공부에 올인 하렴.”
“선생님, 감사해요.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학마다 수시전형과 일정이 달라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추천서를 써야 할 담임교사는 아이들 개개인의 추천서 입력 날짜를 꼼꼼하게 챙길 필요가 있다. 추천서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이 원서접수기간에 이뤄지지만, 일부 대학은 1단계 합격 이후 추천서 작성을 해야 하기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입력기간을 놓칠 소지가 많다. 아무튼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지듯 이 후유증에서 벗어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길 기대해 본다.

<추천서 입력완료까지의 긴박했던 순간들>
19:30 제자와의 통화(대학으로부터 추천서 미입력 되었다는 전화내용 전함)
19:40 학교도착(컴퓨터부팅과 동시에 추천서 한글파일 열어 둠)
19:45 대학홈페이지 접속(추천서입력기간 및 시간 지났다는 팝업 창 확인)
19:50 대학관계자와 통화
19:55 추천서 입력
20:00 추천서 입력완료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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