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죽음의 질' 최하위 통계를 보고

2013.11.05 09:16:00

오늘자 중앙지 1면 톱기사에 눈길이 간다. 제목이 "'마지막 10년' 절반을 앓다 떠난다"이다. 즉 말년을 5-6년간 병치레를 하다가 저 세상으로 간다는 통계인데 10년 전보다 2년이 늘었다 한다. 오래 사는 대신 오래 앓는 것이다. 세계 '죽음의 질 지수(Quality of Death Index)' 조사 40개국 중 32등이니 최하위권이다.

한국인 10년 전 죽음과 지금의 죽음을 그래프로 보니 쉽게 이해가 된다. 10년 전, 남자는 70세에 병을 앓기 시작해 병환기간이 3.4년이다. 그러다가 73.4세에 세상을 떠났다. 여자는 76.3세에 병을 앓기 시작해 병환기간이 4.1년이다. 그러다가 80.4세에 세상을 떠났다. 지금 남자는 각각 부분이 71.4->5.4->76.3이고 여자는 77.8->5.9->83.7이다.

고려대 연구팀이 전국민 진료기록 2002년부터 2010년까지 빅테이터를 분석한 자료다. 10년 사이 수명은 3년이 늘었지만 그 중에 2년은 질병을 안고 산다. 사망의 주 원인 9가지 질병 중 결핵을 제외한 모든 질병이 환자는 늘고 사망자는 줄어들었다.

2010년 기준으로 남자의 경우, 죽기 전에 앓는 기간을 보니 호흡기병(13.5년)과 고혈압성 질환(12.2년)이다. 그 다음이 당뇨병(6.1년)이다. 앓는 기간은 평균 5.4년. 여자는 호흡기병과 고혈압성 질환이 모두 15.4년이다. 당뇨병은 6.3년이다.

한국인의 죽음 지도도 나왔는데 대도시의 경우, 환자는 많지만 사망자는 적다. 제주는 환자와 사망자가 적어 행복한 섬으로 나타났다. 중소도시와 농촌은 환자가 적고 사망자가 많은데 병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 원인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남녀 모두 주요 질병 유병률은 높은데 실제 사망자는 적은 편으로 나타났다.


'100세 쇼크'라는 말이 현실로 다가왔다. 수명은 늘어나고 병석에 있는 기간도 늘어 났는데 그것을 뒷받침해 주는 사회적 시스템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연히 사회적 갈등이 증폭이 된다. 결국 '삶의 마지막 10년'을 어떻게 관리하고 준비하느냐가 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

선진국인 영국의 경우, 5년 전 '좋은 죽음(Good Death)' 개념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정책이 성공하여 '마지막 10년' 삶의 질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죽음의 질을 따질 때 가정 중요한 요소가 '얼마나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느냐'라고 한다.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 ①익숙한 환경에서, ②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③가족 친구와 함께, ④고통없이 죽어가는 것이 기준이다. 영국은 호스피스 예산의 66%가 기부라고 한다. 왕실, 정부, 민간단체가 '편안한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얻은 것이다. 영국 '죽음의 질' 1위가 된 배경에는 의료 인프라, 정책, 사회 인식의 세 박자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신문 기사는 분석하고 있다.

한국이 잘 살게 되었지만 한국인은 너무 힘들게 세상을 떠나고 있다. 가족간 죽음 관련 분쟁도 많다는 것이다. 형제가 따로 빈소를 차리고 고인을 선산에 묻는 날 유산 때문에 형제가 주먹다짐을 하는 사례, 형제간 상주 지팡이로 싸우는 사례는 우리의 부끄러운 현주소다.

문득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난다. 1997년 일이니 무려 16년 전이다. 어머니는 본인 재산을 살아계실 때 6남매 자식들에게 나누워 주셨다. 그 기준은 두 가지. 결혼 전 가정살림 기여도와 효성심. 재산이 많지 않으셨지만 6남매가 군말 없이 유산을 각각 몇 천만원씩 받았다.

선산도 있었다. 지금은 아파트 개발로 수용되었지만 어머니 생전에 6남매 공동명의로 해 놓으셨다. 막상 돌아가시고 수용된 땅값이 나오니 갈등이 있었다. 7억원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큰형이 말한다. "동생들아, 미안한 얘기지만 너희들은 모두 직장이 있지 않니? 나는 직업이 없어 놀고 먹으니 내가 가져야 하겠다. 그 대신 조카들 대학 등록금 1인당 2천만원씩 줄 터이니 양해하기 바란다."

6남매가 똑같이 나누면 1인당 1억 1천만원 정도가 된다. 그런데 큰형 제안대로 하면 4천만원 받고 끝이다. 7천만원이 손해다. 그러나 동생 5명은 큰형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 들였다. 모두 직장이 있어 당장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기에 수용한 것이다. 형제간 우애도 작용했으리라.

그러나 어머니에 대한 '좋은 죽음'은 선사하지 못했다. 대형병원 중환자실에서 쓸쓸하게 돌아가셨다. 영국에서 내세운 네 가지 기준과 비교해 보니 불효를 저질렀다. 중환자실의 나쁜 환경, 대소변은 간호사가 받고, 가족은 아무도 없었고. 모두가 출근하여 직장일에 바빠 임종을 함께 하지 못하였다.

돌아가신 후 효도하면 무엇하리. 해마다 자식들이 부모님 수목장에 몇 차례 모인다.  설날, 추석, 기일 등 며칠 전 모여 어머니를 추모한다. 어머니의 올바른 자식 교육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들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다.

바쁜 현대생활, '좋은 죽음'은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하지만 가정교육, 학교교육만 제대로 받아 성숙한 인간이 된다면 자식간 분쟁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본다. 삭막하고 각박한 세상, 자식간의 우애만이라도 있었으면 '죽음의 질' 세계 최하위는 부끄럽지 않을 터인데.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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