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선택제, 교원의 사기와 교직의 질을 먼저 생각해야

2013.12.31 11:22:00

해방 후 우리나라의 경이로운 발전의 힘은 교육에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우리 선열들은 일제 강점기에서도 교육입국을 부르짖으며 독립을 위해 몸 바쳤다. 분단의 아픔까지 겪고 있는 신생국가, 6.25까지 겪은 나라가 OECD 선진국가로 도약한 원동력은 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교육의 질은 교사를 능가할 수 없다고 한다. 교육의 질에서 교사의 질이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이야기이다.

교사의 질은 교사로서의 노력에 의해 달라질 수도 있지만 어떤 교사를 임용하는가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교사의 노력에는 많은 시간과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 교사가 수업을 못한다고 해서 교단을 떠났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 한번 임용된 교사의 수업지도 능력, 교육에 대한 신념, 학생지도 능력은 자세가 변하지 않으면 교단을 떠나는 날까지 교육활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사 임용은 신중하게 할 수 밖에 없다.

교직은 전문직이라고 한다. 전문직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직업과 관련된 충분한 직전교육, 직업에 대한 윤리관이 우선되어야 한다. 의사를 전문직이라고 하는 것도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같은 윤리 의식이 바탕이 된다. 법관도 그렇다. 우리나라 대법원에는 정의의 여신상이 있다. 한손에는 저울을 다른 손엔 법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광장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은 눈을 가리고 저울 대신 칼을 높이 쳐들고 있다. 우리나라 법관도 임용할 때 선서를 한다.

의사나 법관의 임용에는 자질을 갖춘 사람을 선별해서 써야하며 윤리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교사도 그렇다. 단순히 돈벌이를 위한 직업이 아니라 사명감과 윤리의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것이 교육 전문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좋은 교사는 바로 이러한 교사들이다. 이들이 준비된 교사들이다. 국가는 교직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 임용을 일자리 확보 수단으로 시간제 교사가 자리 잡는다면 이제까지 이루어놓은 우리나라 교육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교육의 국가, 사회적 기여도가 그대로 이어질까.

몇몇 나라에서 시간제교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일자리 확보 수단으로 채택하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눈부신 성장의 뒤에 교사가 있었다는 역사적 인식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자리 확보를 위해 교직의 역사적 인식이나 문화를 무시하고 시간제 교사를 임용한다면 국가가 교직의 전문성을 떨어뜨리고 교육 경쟁력을 무너뜨리는 데에 앞장서는 일이다.
현재로도 특기적성 교육과 같이 시간제교사의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제도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정규고사까지 시간제로 한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시간제 교사, 우리나라의 풍토에 맞을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시간 선택제에 의해 임용되는 교사는 교직을 떠난 교사가 재임용 되거나 현행 임용고시로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이 임용될 것이다. 이 경우 오랜 경력 단절과 교원 능력 저하가 불 보듯 뻔하다. 또한 전일제 교원 감소로 인해 예비교사의 실업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했다.

외국의 몇몇 사례대로 시간제를 운영한다면 전일제 교사의 업무가중이 교직 사기를 저하시키고 그것이 교사의 질 저하로 이어져 결국 총체적 교육 부실에 이를 것이다. 독일의 경우 시간제 교사를 채택하여 운영하였지만 시간 때우기 식의 투 잡, 쓰리 잡 하는 직업으로 전락해 교원의 전문성 훼손은 물론 피잣 배달을 하는 사람까지 있다고 한다. 또한 영국, 네덜란드 등 비교적 정착된 나라라도 시간제 교사 임용에 따른 과도한 재정 적자가 문제되고 있다.

가뜩이나 교직의 여성화가 학교 폭력과 교권 실추의 원인이라고 우려하는데 교직의 전문성과 교단 안정화를 해친다면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시간제, 일자리 늘리기 수단으로 채택하여 우리나라 우수한 교원의 질을 떨어뜨리고 사기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바란다.
김완기 로봇에게 쫓겨난 대통령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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