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EBS 수능 교육의 효과에 대한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사교육을 줄이기 대안으로 EBS 교육방송의 수능 출제 비중 확대와 일선학교 EBS 교육방송 활용을 장려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했다는 이야기다.
EBS 강사 절반이 사설 학원 강사 출신으로 사교육을 조장하거나, 스타 학원 강사를 양성하는 역작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사교육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EBS 강의가 오히려 고액사설 학원 강사 양성소로 전락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고 한다.
EBS 교재의 연계로 인해 수능의 성격은 변질되었고, 수험생들을 잘못된 공부 방법으로 유도하고 있다한다. 수능시험에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교재가 생기면서, 많은 수험생들은 독해력이나 사고력을 키우는 공부보다는 EBS 교재 암기에 열중한다는 것이다.
사교육을 줄이는 데도 효과가 없다고 한다. 2012년 기준 사교육비는 전년도 대비10% 가량 감소하였지만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을 고려하면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EBS 수능연계 정책이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늘려 학교 공부 이외에 EBS 공부까지 하며 경제적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EBS 수능강의 수강자들의 사교육 평균 수강 시간을 살펴보아도 미수강자보다 더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금도 학교에서는 교육방송을 교과수업 시간에 활용하는 학교가 많다. 하지만 EBS 따라 하기 강요는 교육의 정상화를 해칠 수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공교육을 뒷걸음치게 만든 것이다. 아무리 사교육을 줄이는 일이 중요해도 교육은 사람이 하는 것이지 기계가 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해 말 우리나라 PISA 성적이 발표되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성적은 수학, 읽기, 과학 등의 분야에서 세계 1,2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PISA 시험을 주관하는 오스트레일리아의 ACER(국립교육연구원) 로스 터너 연구위원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왔다.
높은 PISA 성적에 정부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강요된 누적학습, 사교육비로 뒷받침된 장시간 학습시간의 결과라는 것이다.
몇 년 전 우리나라를 방문한 앨빈 토플러 박사도 한국 학생들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하루 15시간을 공부하는 것을 두고 미친(crazy)짓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PISA 점수를 학습시간으로 나눈 학습효율화 지수에서도 OECD 34개 회원국 중 24위에 불과하다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적이 있다. 다시 말하면 공부시간에 비해서 성적이 낮다는 뜻이다. 학습흥미도 역시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높은 성적을 위해서 세계에서 가장 긴 시간을 공부한다는 것이다.
EBS 교육방송은 사람이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다. 방송이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가르치는 교육이다. 방송이나 기계가 교육을 대신하면 점수를 올리는 데는 효율적일지 모르지만 학생들의 학업 흥미, 자아존중감, 배려, 공감 등 인성교육에 문제가 된다.
교육은 머리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머리로만 배우면 점수를 끌어올리는데 효율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인성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공자님이 말씀한 ‘習’(學而時習之不亦說乎)자의 원리를 깨달아야 한다. 몸으로 배우는 교육, 가슴으로 배우는 교육이 전정한 교육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