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도둑 이야기 (첫 번째 도둑)

2014.01.30 14:10:00

1. 첫 번째 도둑 이야기

오래전 교감으로 근무한 학교 이야기다. 이 학교 옆에 대단지 아파트가 붙어 있다. 내가 근무한 학교에는 이 아파트에서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 방과 후 아이들의 출입도 찾아 가끔 아이들의 문제로 학교에 전화 오는 경우가 있다. 그날도 이 아파트에서 전화가 왔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우리 아파트에 있습니다.”
“그래서요? 무슨 일로 전화를 했나요?”
“아이들이 우리 아파트 1층에 세워둔 자전거를 훔쳐 가려고 해서 붙잡아 놓았습니다.”
“그래요? 몇 학년 몇 반이지요?”
“6학년 0반 아이들입니다.”
“죄송합니다. 담임선생님을 보내겠습니다.”

나는 급히 담임선생님을 보냈다. 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일이 생겨 잠시 그 일을 잊고 있었는데 휴대전화 진동이 울렸다.

“교감선생님, 아이들이 자전거를 훔치지는 않았대요? 하지만 경비원은 훔치기 위해 만지는 것을 보았대요. 그래서 붙잡았대요.”
“아이들보고 물어봤어요? 어떻게 했다는데요?”
“아이들은 발뺌만 하고 자전거 열쇠고리만 만졌다고 해요. 훔치지는 않았대요.”
“열쇠를 풀어서 끌고 가야 훔치는 거나? 아파트 관리인은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원해요?”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야 할지, 학부모님을 오라고 해서 아이들을 데려가게 할지 선택하래요.”
“거기서 선택하라고 해요. 학부모님들에게도 알려주세요.”

얼마 후 담임선생님이 들어왔다. 담임선생님은 전화 받고 찾아온 학부모님들을 만나 혼났다고 투덜거리며 말했다.
“교감선생님께서 괜스레 학부모들에게 연락하라고 해서 얼마나 혼났는지 알아요.”
“왜, 선생님이 혼나야 하지요.”
“자기 아이, 욕보게 하고 뭐가 모자라서 오라고 했느냐 항의를 받고 애먹었어요.”
“선생님이 무슨 잘못이 있나요. 내가 그렇게 말했다고 하지요.”
“그러지 않아 그 말을 했더니 교감선생님 원성이 대단합니다. 어떤 학부모들은 교감선생님을 찾아가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어떤 학부모는 자기 아이는 손대지 않고 그냥 옆에 서 있기만 했데 그것도 죄가 되느냐고 난리예요.”
“갓끈도 고쳐 쓰라는 말을 모르는 구만요.”

자식 행실 바로잡기 교육까지 학부모 맘에 들지 않으면 따지기만 해야 하나 생각해보았다. 이들의 잘못된 행실, 지도 방식이 학교와 다르면 따져서 해결하려는 방식은 지금 교육현장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에서 잃어버린 물건 찾아주는 일이다. 효과적인 방법은 훔친 아이(도둑)를 찾아내어 훈계를 해야 하는데, 훔쳐간 물건을 찾기 위해 가방이나 주머니를 뒤지면 인권침해라고 따질까봐 아예 도둑잡기를 포기해버리고 만다.

잃어버린 일을 당한 학부모님이 항의를 하면, ‘학교는 수사기관이 아닙니다. 인권과 결부된 문제이기에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어서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어쩔 수없이 타협한다.

훔친 아이를 적발해도 반갑지만은 않다. ‘내 아이, 도둑으로 만들어 왕따 당하게 생겼다, 선생님 때문에 우리 아이 기죽게 만들었다’ 하는 등 원망의 말이 쏟아지니 잃어버린 학부모나 훔친 학부모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는 힘들다. 언제부터 학교는 잃어버린 학생의 인권보다 훔친 학생, 훔치려고 한 학생의 인권을 보호해주는 곳으로 변했다. 우리 아이 잘못된 행동 바로잡기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만다.
김완기 로봇에게 쫓겨난 대통령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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