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내가 소속된 도교육청에서 돌봄 교실 회의가 열렸다. 주제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엄마 품 행복 종일 돌봄 교실 활성화 방안’ 아마 이런 정도였을 것이다. 시군 교육청 소속 유치원 교사들과 교장선생님이 참석하고 언론사 등에서도 찾아왔다. 나는 내가 소속된 학교 유치원 교사와 함께 참석하였다. 회의는 패널토론자의 발표와 돌봄을 맡은 유치원 교사, 일반인의 자유토론으로 이어졌다.
회의 진행 장학관은 세계에서 제일가는 돌봄 교실을 우리 도에 마련하자는 취지의 발언과 함께 회의를 시작했다. 패널 토론자들은 돌봄 교실 확대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 효율적인 운영 방안 등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져갔다. 어머니로부터 위탁받은 아이들에게 엄마 품처럼 잘 돌보도록 하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었지만 자유토론 시간이 되면서 돌봄 교실을 맡은 유치원 교사들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돌봄 교실을 맡으면 아침 8시부터 밤 9시 넘어서도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등원 시간과 하원 시간이 서로 달라서 아이를 맡으러 아침 일찍 가는 어려움도 나왔다. 어떤 때는 밤 10시가 넘어 아이를 데려다 주고 혼자 텅 빈 운동장으로 퇴근할 할 때 조마조마한 심정 등도 오갔다.
유치원 돌봄 교사들의 애환을 들으니 대한민국의 교사들은 정말 훌륭하구나, 그렇게 희생하면서 잘 하겠다는 이야기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대가라고 해야 보잘 것 없는 승진 가산점, 그래도 불평 없이 노력하는 유치원 교사들에게 숙연하기까지 했다. 자유발언의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나에게도 발언기회가 찾아왔다.
“아침부터 아이를 가다리다가 밤늦게 텅 빈 운동장을 혼자 걸어 나가시는 유치원선생님들의 이야기에 숙연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정성껏 돌본다고 선생님 품이 엄마 품과 같습니까? 눈 뜨자 돌봄 교실에 아이를 위탁하고 밤 10시가 되어서 아이를 데리고 가는 사람이 엄마 노릇 한다고 보십니까?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엄마 입니다.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랄 때 건강한 국민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유치원 선생님도 엄마가 아닙니까? 자기 아이도 밤 10시까지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아이 엄마란 말입니다. 이런 선생님들이 돌봄교실을 마치고 다음날에도 출근하여 아이를 반겨줘야 합니다. 이게 엄마 품 종일 돌봄 교실이하고 있는 일입니다. 세계에서 자아존중감이 가장 낮은 아이, 부모 존경, 선생님 존경심 낮은 아이, 행복지수 가장 낮은 우리 교육, 교육청과 정부가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여성 일자리보다 중요한 것은 엄마로 만드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아이를 맡긴 엄마, 한 달에 얼마나 버는지 모르지만 자녀교육 한계선상에 있는 가정에게 차라리 그 돈을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입니다.”
나의 이야기는 다소 길어졌다. 사회를 진행하는 사람은 언짢은 표정으로 몇 번 나의 발언을 제지하였다. 하지만 유치원 교사들의 박수는 우레 같았다. 누구도 하지 못했던 참았던 이야기를 대신 해주었기 때문이다.
나와 함께 갔던 유치원 교사는 지금도 온종일 돌봄 교실을 맡아 한다.
나는 미안한 마음으로 가끔 물어본다.
“이 00선생님, 너무 고생 많아요. 돌봄 교실 힘들지요?”
“교장선생님, 정말 할 게 못돼요. 어떤 아이 엄마는 멀쩡히 놀고 있으면서도 맡겨요. 수업 준비도 정말 힘들어요. 저의 집도 그래요.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자아이가 있거든요. 사는 게 말이 아니어요. 돌봄 교실 없앴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