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로부터 몹시 존경받고 싶은 교수가 있었다. 교수는 존경받는 일은 잘 가르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가르치고 연구했다. 어떤 날은 집에도 가지 않고 밤늦게 남아 수업 준비를 하고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잘 가르치는 일이 제일 중요해. 제자들이 나의 모습을 본받거든. 나를 닮도록 할 거야.’ 늘 이렇게 소신을 가지고 가르쳤다. 공부의 중요성도 역설하며 장차 큰일을 하라고 꿈을 심어주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학기를 수료하거나 졸업을 하는 날, 스승의 날이면 늘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교내에서 만난 제자에게도 간단한 목례만 받을 뿐 ‘교수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는 제자는 하나도 없었다. 교수는 가르치는 방법이 부족해서 그런가 하고 더욱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몇 해가 지나도 제자들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교수는 몹시 속상했다. 그래서 그 대학의 명망 높은 김 교수를 찾아가 물어보았다.
“김 교수님도 그런가요? 글쎄, 나는 찾아오는 제자들이 한명도 없어요.”
김 교수가 대답했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사실 나도 그래요. 요즘 아이들 선생님 존경심이 너무 없기 때문일 거예요. 우리 교육이 잘못된 거지요. 얼마 전 통계도 그걸 말해 주잖아요. 우리나라 젊은이 선생님 존경지수 OECD 국가에서 최하위라던데요.”
“그렇군요. 나만 못 가르쳐서 그런가했더니 선생님 말씀 듣고 보니 위안이 되는군요.”
“사회가 그렇게 만든 거라오. 가정교육도 그렇고, 취업도 되지 않는 아이들이 고마워할 겨를 있나요? 공부보다는 취업 준비에만 정신이 없어서 그래요.”
“듣고 보니 그렇군요.”
교수는 김 교수의 이야기에 안심이 들었다. 이 일이 있은 후 학생들에게 열심히 가르치는 일은 예전처럼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제자들을 불러 커피나 타주고 일상 이야기나 나누다 헤어지고는 했다. 겨울방학도 지나고 해도 지나 어느덧 학기말 수료까지 마쳤다. 교수는 예전처럼 아무도 오지 않는 텅 빈 연구실에서 물끄러미 바깥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문을 열자 지난 학기 공부를 가르친 제자였다.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아 학점도 잘 주지 않은 제자가 찾아온 것이다. 교수의 기뻐하던 얼굴은 지난번 인색하게 준 학점 생각으로 변했다.
“무슨 일로 찾아왔지?”
교수가 더듬거리는 소리로 물었다.
“교수님이 보고 싶어서요.”
“날 보고 싶어 왔다고? 학점이 아니란 말이야? 넌 C학점 받았잖아.”
“교수님, 보고 싶어 왔어요. 정말이라니까요.”
“…….”
교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다시 물어보았다.
“네 학점은 잘 주지 못했지만 내 강의는 좋았지. 난 정말 열심히 가르쳤어.”
“교수님, 저가 찾아온 건 강의가 아니라 지난 학기 저를 불러 타준 커피 맛 때문이어요. 교수님이 타준 커피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해요.”
“그게 정말이니? 내가 타준 커피 맛 때문에 찾아왔다고?”
교수는 한동안 자리에 서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