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소나무와 친근하다. 소나무는 친근한 만큼이나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생육하는 장소에 따라 육송(陸松) 또는 해송(海松)으로 불리고, 껍질 색깔에 따라 적송(赤松), 곰솔(黑松) 등으로 나뉜다. 이 밖에도 키가 작고 가지가 옆으로 퍼진 소나무를 반송(盤松), 줄기가 곧으면서 마디가 길고 껍질이 유별나게 붉은 것은 금강송(金剛松)이라고 한다.
영동지방의 소나무는 금강송(金剛松)과 검은 색을 띄는 곰솔(黑松)로 이루어져 있다. 금강송은 흔히 춘양목이라고 하는데 금강산에서 시작하여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까지 분포하며 목질이 단단하여 궁궐이나 절집을 지을 때 사용하였다. 금강송은 얼마전 숭례문 복원에도 사용하였다.
마을과 어우러져 자태를 자랑하는 영동지역 금강소나무는 풍치를 더해준다. 강릉의 고가는 의례히 소나무를 배경으로 한다. 조선시대 최고의 여류시인인 허난설헌의 생가도 소나무로 둘러싸여있고 이율곡이 탄생한 오죽헌도 군데군데 금강소나무로 둘러싸여있다. 경포 호, 배다리 선교장도 금강소나무를 뺄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송림, 구정면 솔밭, 보광리 명주군왕길 등과 같이 사람들이 모여 사는 대부분 강릉지역의 마을은 금강소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그러기에 금강소나무 없는 강릉은 생각하기도 어렵다.
금강소나무가 있기에 기품이 넘치고 넉넉함이 우러나와 여유와 멋스러움을 더하는 것이다. 하늘을 맞서지 않고 살짝 구부리는 모습은 가히 군자의 모습이다. 숲을 이룬 나뭇가지는 조화롭게 소통하며 춤을 추는 듯하다. 반쯤 아래로 뻗은 가지, 구부러진 가지는 선비의 겸손과 여유를 나타내며 조화를 이룬다. 소나무 숲을 거닐며 풍겨 나오는 냄새를 맡다보면 군자와 함께 삶의 향기를 맡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강릉에는 소나무((松)와 관련된 지명이 많다. 송정, 송림, 팔송정 등은 소나무를 뜻하는 지명이다. 임진왜란 때는 강릉이 소나무로 인하여 왜군한테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도요도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 침공을 앞두고 그의 누이가 점을 쳐보니 조선에 가서는 「松」자를 조심하라는 점괘가 나왔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동생의 말을 듣고 조선에 가서 「松」자를 조심하라고 참모들에게 엄명을 내렸다고 한다.
조선을 침공한 왜군들이 대관령에서 강릉 송정마을을 내려다보니 붉은 군복을 입은 군사들의 모습이 있었다. 부하들의 보고에 왜장도 놀라서 ‘저것은 대체 무어냐?’라고 묻자 참모가 솔숲에 있는 군사들이 틀림없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왜장은 송(松)자를 조심하라는 생각이 나서 겁에 질려 다른 곳으로 갔다고 한다. 당시 강릉 송정마을에는 가을철 수수를 베어 말리기 위해 소나무에 매단 것이 붉은 옷을 입은 군사처럼 보였다고 한다. 강릉의 소나무는 강릉 사람들에게 강릉을 지키는 정신적인 지주였다.
이렇듯 강릉의 소나무가 남쪽 지방과 다른 것은 겨울철 칼바람과 두껍게 덮여있는 눈을 이겨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속에서 봄을 기다리는 인내, 그리고 겸손과 여유를 배우며 마을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강릉 여행 길 금강소나무 숲을 만나면 치유의 힘과 평온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