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교장

2014.03.17 17:11:00

부푼 꿈을 안고 교장선생님이 되신 분께 축하의 말을 드린다. 교장선생님으로 부임하면 누구나 좋은 교장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은 교장으로 남는 것은 시간이 지나서야 알 수 있다. 어쩌면 좋은 교장인지 나쁜 교장인지 모르고 교직을 떠날 수도 있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듣는 평판은 진실한 평판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청 교육장님이 퇴임 교장에게 물어본 이야기다.

“교장으로서 6개월을 더 준다면 무엇을 하고 싶어요?”
질문에 응답한 교장 중 많은 대답은 교직원에게 인간적인 유대감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한다.
“이유가 뭐지요?”
우리 교육청 교육장님의 물음에 어떤 교장이 경험했던 대화를 소개해본다.
“김 선생님, 교장실로 와주세요.”
“저를 부르시나요? 무슨 결제 때문에 부르시지요?”
무심코 던진 교직원의 대답이란다.

평소 같으면 아무런 감정도 없을 터인데 교직을 떠난다고 생각하니까 결제라는 대답에 남다른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김 선생님의 대답은 인간적인 유대감 상실을 생각하게 만든다. 교장 자리에 앉아 있으면 직원에게 인간적 유대감으로 마음 쓸 겨를이 많지 않다. 대수롭지 않은 일도 오해받기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는 교장도 있다. 하지만 위의 대화 중 교직원들의 대답은 결제이다. 정서적 교감은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하지만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일에 서툴면 좋은 교장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러 연수를 통해 교장선생님은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중 카리스마 리더십에 대한 강의도 들었을 것이다. 카리스마라는 말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에 의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베버는 그의 저서 <경제와 사회>에서 카리스마적 권위를 전통적·법률적 권위와 구별되는 형태의 권위로 규정하고 이런 권위가 변형되는 과정을 ‘카리스마의 일상화’라고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카리스마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나타내지만 원래의 뜻은 예수나 나폴레옹처럼 비범한 인물들만이 가진 힘을 말한다. 하지만 카리스마 리더십은 좋은 리더십이 아니다. 신도 실수를 하는데 사람이 무슨 전지전능한가? 전지전능으로 무능을 감출 수는 있지만 오래가지는 못한다.

카리스마 리더십으로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역사적 사전에서 볼 수 있다. 북한의 경우가 그렇고 히틀러의 통치 수단도 카리스마를 등에 업은 리더십이다. 카리스마로 하면 다스리기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위의 사람처럼 카리스마로 인해 화를 불러일으키거나 옳지 못한 한 사람의 생각 때문 배를 산으로 끌고 가도록 만든다.

여기에 비해 여럿이 함께 하도록 하는 리더십은 효율적이기도 하지만 잘못을 바로 잡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올바른 교육 철학과 신념으로 조직을 이끈다고 하더라도 혼자 하는 리더십은 효율적이지 못할 수 있다. 마지못해 따라오는 부하들이 있기 때문이다.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가진 관리자는 수직적 상하관계에서 예스만 일삼는 관료출신들이나 무능을 감추기 위한 교장들이 사용한다. 카리스마적 교장을 둔 직원이 결제 받을 경우 내용보다 몇 글자가 틀렸는지 고민하며 교장실로 들어간다. 그래서 자발성이 떨어진다. 카리스마적 교장들은 언제나 말한다.

“역시 교장이 보는 눈과 직원이 보는 눈은 달라요.”
“우리학교는 부장 시킬 사람도 없어요. 이번에 합창 지도할 사람을 찾아봤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아요. 교지 만들 사람도 없어요. 체육 지도할 사람도 없어요.”

못난 직원이라고 탓만 한다. 하지만 조직 구성원의 힘을 극대화하는 교장은 부하직원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문제가 다소 있어도 학교교육 목표 달성에 합류시키고 각자의 가능성을 열어가도록 만든다. 좋은 교장과 근무하면 열심히 애쓴 것 같지도 않은데 조직 목표 달성의 성과는 많아진다. 하지만 좋지 않은 교장과 함께 있으면 매일 일만 하는 기분이 들지만 바람직한 목표를 위해 해놓은 것은 별로 없다.

좋은 교장이 있는 학교는 게으르고 무관심한 교직원도 열심히 일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 바꿔진다. 그러므로 좋은 교장이 되려면 일한 것 같지도 않으면서 조직 목표 달성의 성과가 많은 학교가 된다. 여기에는 인간적인 유대감과 확고한 철학이 바탕으로 깔려 있어야 한다.
김완기 로봇에게 쫓겨난 대통령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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