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베란다에서 도시농부를 꿈꾼다

2014.04.15 11:29:00

아파트 베란다, 잘만 가꾸면 행복공간이 될 수 있다. 재작년엔 토마토 두 그루, 작년엔 토마토. 고추, 상추 등을 가꾸어 녹색공간을 만들었다. 보기에 좋을뿐 아니라 실속도 있다.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새로움의 연속이고 열매 수확은 기쁨을 안겨 준다.

어제 가까운 농협매장에 가서 토마토와 고추 모종을 사왔다. 토마토 모종 2개에 1천원, 고추모종은 10개인데 2천원이다. 거름 한 봉투는 2천원이다. 이 정도면 아파트 한 해 농사에 충분하다. 작년보다 종류와 수량이 줄었지만 이 정도를 가꾸려해도 부지런해야 한다.


작년엔 상추농사를 실패했다. 통풍과 물주기가 조건에 맞지 않는지 농부가 가꾼 것처럼 풍성하지 못하고 연약하다. 그 대신 고추는 반찬으로, 황금토마토는 식후용으로 입을 즐겁게 해 주었다. 그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보면 근심 걱정은 사라지고 만다.

올해 수량은 적지만 우리 부부가 먹기에는 적당하다. 아내는 작년처럼 나팔꽃 덩굴을 올리려고 계획 중이다. 베란다 유리가 나팔꽃으로 가득차면 베란다는 마치 궁궐 같다. 필자는 작년과는 달리 수세미를 올릴 작정이다. 수세미 멸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을 상상해 본다.



사 온 모종을 화분에 옮겨 심었다. 토마토는 하나의 화분에 모종이 하나다. 고추모종은 화분 하나에 두 모종을 심었다. 흙이 모자라기에 임시로 조치한 것이다. 커다란 화분에 흙을 충분히 공급하면 식물은 하루가 다르게 자랄 것이다. 베란다 샤알레에는 수세미와 아주까리 씨앗이 발아 준비를 하고 있다. 

내가 도시농부를 꿈꾸는 이유는 무엇인가? 삭막한 도시에서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생활의 기쁨이다. 그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하루하루가 다르다. 기상하면서 문안인사 하고 퇴근후 안부를 묻는다. 그들이 말하는 소리를 들으려 한다.



그리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알아차린다. 자연과 대화를 나는 것이다. 그들과 나누는 무언의 대화, 인간에게 있어서 심성이 다듬어진다. 자연을 가까이 하면 좋은 품성을 갖게 돤다. 자연이 날마다 보여주는 새로운 모습을 보면 삶의 지루함이라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래서 아파트에서 도시농부의 삶을 체험하려는 것이다. 투자한 비용은 몇 천원에 불과하지만 내가 얻을 수 있는 소득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 직접적으로 얻는 열매도 부차적인 것이다. 정신적인 소득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아파트 속에서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이 행복이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 옮겨심은 모종을 보았다. 하루 밤 사이에 벌써 자리를 잡아 줄기를 꼿꼿이 세우고 있다. 쓰러지지 않게 기둥도 세워야 한다. 고추 모종은 화분의 흙을 더 구해 1모종 1화분에 옮겨 심어야 한다. 토마토는 식물의 자람에 따라 더 큰 화분에 옮겨 심을 계획이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도시 농부 꿈꾸기,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이제 3년차인데 해를 거듭할수록 농작물의 종류를 바꾸는 등 새로움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의 인생,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 아닌가 싶다. 도시농부에 대한 도전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도시농부의 꿈은 아름답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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