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영위원회가 생긴지 17년이 지났다. 학운위는 1995년 12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의 개정에 따라 설치 근거가 마련된 뒤, 이듬해 각 시·도 의회에서 학교운영위원회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면서 교육의 주민자치 실현과 단위학교 교육공동체 구성을 위해 1997년부터 각급학교에 설치되었다.
학운위를 통한 단위학교 교육의 투명성과 주민자치에 기여한 성과는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단위학교 교육력 극대화라는 취지와는 달리 학교교육활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교육효과에 부정적인 요소도 나타났다.
학운위의 권력 집중으로 인한 법령에 저촉되는 결정은 학교장으로 하여금 집행을 곤란하게 만든다. 또한 학교장의 고유권한인 교무통활권까지 간섭하는 일도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학운위 당사자들끼리 갈등과 대립양상까지 보여 이를 조정할 능력을 상실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학교교육의 본질적인 가치가 간섭받지 않고 단위학교 교육력을 높이는 정책으로 개선해야할 시점에 와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교육부에서는 학운위 규정 개정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교육부 개정안 마련에 부쳐 건의하고 싶은 것은 먼저 학운위 권한 배분 문제다.
현행 학교운영위원회는 위원의 대표성과 책임의식, 권한관계에 있어서 몇 가지 문제가 있다. 국공립학교의 경우 학운위 위원의 권한은 강하나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다. 반대로 학교장의 경우 권한은 없지만 책임만 지도록 되어 있다. 농어촌이나 맞벌이 가족이 많은 지역에서는 지원자가 거의 없어 학운위 위원 선출도 어렵다고 한다. 게다가 위원들의 전문성과 참여의식 부족, 무관심도 문제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책임이 따르지 않는 권한만 부여한다면 오히려 단위학교 교육력을 저하하게 된다.
또한 위원 상호간 의견수렴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회의진행 경험이 없는 운영위원, 정치적인 색깔을 가진 집단에 소속된 운영위원, 이권과 관련 있는 운영위원 등은 학교교육의 본질적인 요소와 관련 없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의사결정에 대해 학교장에게만 책임을 추궁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따라서 학교장을 학교운영위원 당연직 위원장으로 하거나, 학교장을 배제한 교감을 당연직 위원으로 한 뒤 학교장에게 재심 요구권, 관할청 회부권 등을 보장해주는 학교장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
학운위 활성화에 앞서 교육의 본질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학운위 권한을 배분하고 학부모 위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여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여건 마련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교육부에서 마련한 운영위원 개정안에는 바람직한 점도 있다. 정치인의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을 배제하는 방안이 그렇다. 정치인이 학운위 위원으로 되는 일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교육의 정치장화와 예속화를 막기 위해서 잘 된 일이다.
또한 비리, 지위 남용 관련자의 일정기간 학운위 위원에 선출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 마련도 대단히 잘된 일이다. 학운위 위원의 지위 남용과 위원직을 통한 학교 비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제한규정은 학교 교육활동과 학원위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몇 가지 짚어볼 사항이 있다. 학운위 위원 임기 연장과 보장 방안이 문제의 소지다. 현행 학운위 위원 임기는 시도별 자율권을 존중하여 1~2년의 임기에 1~2차례 연임이 가능하도록 하여 실제 2~4년간의 임기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일부 시도는 연임제한 규정이 없어 학교의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연임을 가능하도록 하여 운영위원 임기에서 생기는 문제 발생을 차단하고 있다.
교육부에서 학운위 위원의 임기를 2~3년 일률적으로 규정하는 방안은 재고되어야 한다. 농촌지역과 같이 운영위원의 할 사람을 찾기 어려운 곳도 있고 졸업생 자녀를 둔 학운위 위원의 상급학교 진학에 따른 자격도 문제된다. 교육부가 일률적으로 학운위 위원 임기를 지정해주는 일은 지역적 특성과 학교 현실을 도외시한 또 하나의 규제가 될 수 있다.
새로 개정되는 학교운영위원회 규정은 학교 교육의 본질을 되찾고 학교 교육력을 높이도록 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학교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