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칠보산을 찾는 이유

2014.06.02 13:29:00

6월의 첫날이다. 일요일이다. 아내와 함께 칠보산을 찾았다. 집에서 거리가 가까워서 자주 찾는 편이다. 또 고도가 낮아 산행하는데 큰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특히 리기다소나무길을 걸으면 솔향이 솔솔 풍긴다. 오색딱다구리 서식지에서는 걸음을 늦춘다. 그 새와 조우하여 인사를 나누려는 것이다. 자연은 우리의 친구다.

우리 부부가 칠보산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자연을 찾으며 건강을 증진하는 것이다. 50대 후반이 되니 체력이 옛날 같지 않다. 그대로 있다간 다리 근육이 줄어들 것 같다. 심장도 튼튼히 하고 근력도 키우려는 것이다. 줄여서 체력단련.




칠보산은 광교산에 비하여 거리가 가깝다. 자가용으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고도는 238m인데 주로 여성들에게 적합하고 가족단위에 알맞다. 서호중학교 재직 시에는 교직원 친목행사, 학생임원수련회를 여기서 가졌다. 지역사회를 제대로 알자는 취지였다.

칠보산은 광교산에 비해 유명하지 않기 때문에 산행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부부가 산길을 거닐면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부부간에 그 동안 나누지 못했던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 부부애가 증진된다. 때론 여려운 고민도 토로하고 해결책을 함게 모색한다.




서울대학교 학술림 쪽으로 오르다보면 리기다소나무 숲길이 있다. 마른 솔잎을 밟으며 산을 오르는 기분은 색다르다. 또 활엽수인 참나무 숲길도 있다. 고사목도 있는데 이 나무 속에 사는 벌레는 딱다구리의 먹이가 된다. 운 좋은 말은 부부딱다구리를 만날 수도 있다.

이름 모를 꽃이나 나무가 있으면 카메라로 촬영하여 탐구활동을 한다. 대개 인터넷 검색을 하면 답이 나오지만 카페에 사진을 올리면 불특정 애호가 내지는 전문가가 댓글을 달아준다. 요즘엔 인터넷 세상이라 해결책을 거기서 구한다. 얼마 전 광교산 십자 모양으로 된 꽃은 '으아리꽃'이라는 답을 얻었다.

오늘 6월의 첫산행. 주로 가족단위가 많다. 산자락 가까이 못 보던 단독주택이 들어서고 있다. 공기가 맑으니 전원주택식으로 들어서는데 등산객에게는 그리 반갑지가 않다. 비가 온 지 오래되었는지 계곡물이 바짝 말랐다. 그래도 산에 오면 계곡물 흐르는 소리를 들어야 제격이다. 손이나 발을 담그면 땀이 쏙 들어간다.


오늘 산행 코스는 자목마을 입구에서 서울대 학술림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코스다. 능선 가까이 오르니 등산로 개선 사업이 한창이다. 산행길이 파괴되어 나무계단을 놓으려는 모양이다. 정상에서 헬기장을 거쳐 통신부대쪽으로 가다가 하산이다. 약수터에 잠깐 들르니 물이 말랐다.

용화사로 내려간다. 산행길 옆으로 못 보던 연두색 울타리가 쳐져 있다. 절 입구 주정차를 막으려는 것이다. 오늘 따라 길가 주차차량이 많다. 아마도 칠보산이 일반인들에게 점차 알려진 때문일 것이다. 산은 우리가 보호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은 우리에게 돌려주는 것이 많다. 자연이 루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무한하다.

우리네 삶을 일회적 인생이라고 한다. 이 지구상에 와서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남겨야 한다. 특히 부부사이, 가족간에는 그 추억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산행을 하면서, 자연과 친구가 되면서 정을 쌓으면 더욱 좋다. 우리부부가 칠보산을 찾는 이유는 건강도 챙기면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려는 것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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