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의 벌레들은 예술을 알까?

2014.06.30 13:58:00

늘 새롭게 다가오는 광교산 탐방기

수원시민들의 행복공간 광교산. 도심 가까이 산이 있다는 것은 자연을 늘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잘 보존된 자연은 인간에게 무한한 기쁨을 준다. 휴식처가 되고 안식처가 된다. 사람들은 자연속에서 커다란 에너지를 받는다. 요즘 흔히 쓰는 말로 치유의 효과가 크다.

등산할 시간이 부족할 때는 광교저수지 수변산책로를 걷는다. 저수지 옆에 있는 산도 모두 광교산 줄기다. 수변로는 산림욕과 함께 물을 가까이 할 수 있어 산책하면서 피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저수지에 비치는 자연의 모습은 또 다른 풍광이 된다.

얼마 전 아내와 함께 광교저수지 수변산책로를 찾았다. 광교쉼터에서 저수지 둑으로 내려오는 길을 택하였다. 예전과 다른 것은 바로 안전의식. 그 전엔 '낙석주의' 푯말만 있었다. 지금은 표식과 함께 철망이 드리워져 있다. 푯말은 시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것이다. 철망은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뜻이다.




산행할 때 말벗이 되는 동행자가 있으면 관찰력이 두 배가 된다. 이번에도 특이한 장면 하나를 보았다. 칡덩굴이 Y자로 올라간 것. 아무리 칡덩굴이 손처럼 잘 뻗어 나간다하더라도 양쪽에 있는 나뭇가지를 잡을 순 없다. 그런데 기이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생명력의 힘이라고 해야 할 지. 

그 동안 이 곳을 여러 차례 왔지만 유심히 살펴보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한 것이다. 고은 시인의 '그 꽃' 이라는 시가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못 본 그 꽃." 마찬가지다. 혼자갈 때 못 보던 장면을 둘이 가면 서로 챙겨 줄 수 있다. 관찰력이 두 배가 되기 때문이다.

오늘 광교산행. 문암골 코스를 택하였다. 가뭄이 심한지 계곡물이 말랐다. 늘 반갑게 맞아 주던 계곡인데 왠지 허전하다. 등산로 입구엔 환경감시원이 있다. 예전엔 산불감시가 주 목적인데 하는 일 범위가 넓어졌나 보다. 등산로 옆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감시원이 올라가면서 말을 건넨다.






"길 옆에서 휴식을 취해주시어 감사합니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일까? "계곡에 들어가지 않아서 고맙습니다" 아하, 이제야 알았다. 수원시민들의 식수원인 물을 보호해 주어 고맙다는 뜻이다. 그러나 손을 씻는다고 물이 더러워 질까? "1급수를 유지하려면 손도 씻어서는 안 된다"고 감시원은 말한다.

광교산의 벌레들은 예술을 알까? 특이하게 대칭으로 생긴 나뭇잎을 보고 하는 말이다. 애벌레가 잎을 갉아먹었는데 양쪽을 똑같이 갉아 먹어서 우연히 대칭이 되었다. 배가 고파서 먹으면 상대방을 가리지 않고 무턱대고 먹을 터인데 그게 아니다. 우연치고는 그 모양이 특이하고 그 숫자가 여러 개다.

백년수에서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하산이다. 중턱에서 호두나무를 발견하였다. 광교산에 호두나무라? 호두나무는 대개 인가 가까이 있는 것이 정상인데 누군가가 오래전에 심었든가 아니면 자연 발아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야생화 까치수염꽃도 보았고 분홍꼬리조팝나무꽃도 보았다. 이 정도면 생태계가 잘 보전되고 있는 것이다.

광교산은 수 십 번 찾았지만 올 적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자연은 늘 그대로 있는 것 같지만 날마다, 해마다 변한다. 다만 우리 인간들이 그런 모습을 세심히 관찰하지 못한 것이다. 자연은 우리 인간을 늘 반갑게 맞이한다. 다만 우리들은 열린 눈을 갖고 그들의 변화 모습을 감사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광교산이 있어 수원시민들은 행복하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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