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의 끝자락에서

2014.08.11 13:49:00

아직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퇴근 후 관사에 가서 샤워를 세 번 한다. 귀가하자마자, 9시 뉴스 후, 취침 전. 창문을 열면 되지만 차량 소음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 소음이냐 더위냐를 택해야 한다. 문을 닫고 취침하다 보니 다리가 땀이 젖는다. 아침에도 샤워를 해야 한다.

얼마 전에는 저녁에 중랑천을 거니는데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부용천과 중랑천이 합쳐져 내려오는데 물도 깨끗하다. 물고기 노니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징검다리를 건너니 빨리 건너기가 싫다. 새삼스레 동심에 젖어 든다. 개울물 소리와 함께 부는 바람은 더 선선하다. ‘아, 이렇게 가을이 오고 있는 것이구나!‘ 혼자 중얼거려 본다.

여름의 끝자락을 느끼는 것은 아침 일찍부터 거칠게 울어대는 매미소리다. 어느 때는 매미가 방충망에 붙어 있다. 수컷이 짝짓기를 위해 울어대는 것이지만 낭만적이라기보다 도시의 소음이다. 그래도 찾아 온 손님이기에 사진 기록으로 남긴다. 주위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의 자세이다.




매미마다 울음소리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종족 보존이다. 소리가 달라야 같은 종끼리 찾아 짝짓기를 한다. 소리가 모두 같다면 매미의 종류가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게 다 자연의 섭리 아닐까? 종의 다양성은 자연이 주는 교훈이다. 우리 사람들에게는 사람마다 독특한 음색이 있다.

우리집 아파트 앞베란다에는 토마토 두 그루가 잘 자라고 있다. 이제 식물도 끝마감을 하는지 빨간 열매를 연달아 매달고 있다. 몇 개의 토마토잎은 말라가고 있지만 가지 사이에서는 그래도 새순을 뻗고 노오란 꽃을 피운다. 생명의 힘이라는 것이 대단하기만 하다. 죽을 때까지 열매맺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토마토 지난 4월에 모종당 5백원을 주고 산 것이다. 도시농부로서 베란다에 녹색공간을 만들고 싶어 고추모종과 함께 심었는데 한 여름 식후 입을 즐겁게 해주었다. 가을이 되니 토마토 열매 따서 먹기가 바쁘다. 이것이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곧 가을이 다가오리라.




고추는 모종당 2백원인데 10개를 심었다. 그런데 병충해의 영향을 받아 작년처럼 무성하게 자라지 않는다. 그러나 종족보존의 유전인자는 속일 수 없는가 보다. 기다란 붉은색 고추열매를 10여개 매달고 있다. 어서 수확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고추화분을 치우고 싶지만 초록열매가 익기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식물을 가꾸면서 느끼는 점은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관심하게 방치하다시피하면 그들이 보내는 신호를 읽지 못한다. 물을 달라는지, 거름이 부족한지, 병충해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알아채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적절한 대처를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생명체가 유지 존속된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왔다. 농부는 벼들의 숨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가을은 다가오고 있음이 분명하다. 태풍이 지나가고 나니 하늘은 더 푸르고 밤공기 기온이 낮아졌다. 나무들도 아직 초록을 자랑하지만 자세히 보면 잎사귀가 부분적으로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가을을 알려주는 것이다. 자연은 스스로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여름의 끝자락이지만 이제 가을의 시작이다. 한 여름 부지런히 움직여 알찬 열매를 맺은 식물들이 고맙다. 직장이 바뀌어 도시농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행복을 선물한다. 사계절이 있다는 것도 행복이고. 8월도 중순이 지나면 가을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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