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구름빵

2014.09.05 13:34:00

상상력의 보고 '구름빵'


애니메이션 '구름빵" 의 표지 그림 (저자 백희나)

"선생님 구름빵 보여주세요"

1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 구름빵이랍니다. 3월 초에는 아이들이 힘들어 할 때마다 점심 식사 후 20분 정도 보여주곤 했습니다. 똑같은 장면을 만날 보면서도 즐거움에 탄성을 지르는 아이들이었습니다. 깔깔대며 웃는 아이들, 자기들이 주인공이 된 것 마낭 좋아하던 아이들의 소박한 모습이 보기 좋아서였습니다. 그러다가 차츰 분량을 줄여서 모니터를 보는 시간을 줄여갔습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이미 매체에 중독이 될 정도로 노출된 아이들이 많다 보니, 집중력이나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했기 때문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영상 매체에 심하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루 5시간 정도는 꼬박 책상에서 생활해야 하는 1학년 공부를 힘들어 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아이들의 관심을 점점 교과 공부로 끌어들이는 일,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늘려주는 일, 자기만의 생각을 말하게 하고 표현하게 하는 일을 제대로 하게 하려면 영상 매체를 줄이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속진 아이들, 상상력과 호기심 낮아요

만들어진 글이나 영상을 비판적 사고 없이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교육은 한창 자라는 시기에 있는 아이들의 뇌를 망가뜨리게 합니다. 1학년 단계에서는 활동 중싱의 교육, 체험 중심의 교육이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아름다운 감성의 뇌를 키우게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자 중심의 교육, 학습지 중심으로 예습을 많이 한 아이들은 호기심의 싹이 죽어 있음을 봅니다. 자기 생각을 말하는 데 매우 힘들어합니다. 책 속의 답대로, 어른들의 생각에 맞추려고 애를 씁니다.

1학년 2학기 국어 책에는 위의 '구름빵'이 교재로 등장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은 어떤 구름빵을 만들고 싶은지, 그리고 자기가 만든 구름빵을 먹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림을 그리고 발표하는 공부를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책의 내용을 책이나 영상으로 많이 본 아이들, 책을 줄줄 읽는 아이들일수록 상상력이 뒤떨어집니다. 그러나 아직 책 읽기가 서툰 아이는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자기가 만든 구름빵을 아버지가 잡수게 하여 술을 참게 하겠다는 아이, 살아서 움직이는 게를 본 적 없다는 아이는 자기가 만든 구름빵을 먹으면 바다로 날아가서 게들과 놀고 싶다고 했습니다. 더 마음 아픈 내용은 멀리 캄보디아로 일하러 가신 아빠를 만나면 좋겠다는 아이였습니다. 1년에 한 번이나 겨우 볼 수 있는 외국에서 일하시는 아빠 이야기를 하며 붉어지던 아이의 초롱한 눈망울이 참 아팠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착합니다. 그 착한 심성을 바르게 키워 갈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아이들의 가슴에 상처로 남아 있는 애틋함들이 수업 시간에 표출되어 어루만지는 아름다운 수업 시간이었습니다. 나도 우리 1학년 아이들의 가슴에 난 상처를 늘 지워 줄 수 있는 내 마음의 지우개 구름빵을 날마다 만들어 먹어야겠습니다.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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