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선생님을 동일시 대상으로 삼는다

2014.11.18 09:39:00

아직도 가을이 다 가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내 주위에서 가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풍성한 삶을 누리면서 살아가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 아닌가 싶다. 자연에서 즐거움을 찾고, 열매를 얻음에서 즐거움을 찾으며, 동서고금의 여러 선생님을 만나면서 즐거움을 찾으면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고 행복이 찾아온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동일시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게 좋은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선생님들에게 늘 부담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매일 선생님을 쳐다본다. 눈이 몇 개인가? 선생님만 보면 입에 올린다. 이 선생님이 어떻고 저 선생님이 어떻고 하면서 평가한다. 온갖 말을 다한다.

그러면서 선생님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간다. 신기하다. 선생님의 말도 닮아가고 행동도 닮아가고 복장도 닮아간다. 습관도 닮아가고 생각도 닮아간다. 학생들은 기회만 있으면 선생님 흉내를 낸다. 수업흉내도 낸다. 못하는 부분만 골라서 한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웃는다. 웃음을 선사하는 듯하지만 선생님은 그게 늘 부담이 된다. 나의 잘못이 그대로 학생들에게 전달이 되다니! 내가 신경을 써야 할 이유가 학생들이 닮으려고 애를 쓰기 때문이다.

좋은 것 닮는 것은 좋은데 좋지 않은 것 닮는 것 보면 속이 상한다. 내가 가진 장점을 닮으면 좋은데 단점을 더 쏙 빼닮으니 말이 안 나온다. 그래서 나의 단점을 하나하나 고쳐나가야 하겠다.

특히 언행을 그대로 닮는다. 말을 조심해야 하고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학생들 앞에서 말을 거칠게 하면 학생도 그대로 거칠게 한다. 선생님 이 화를 내면 학생도 그렇게 한다. 선생님 이 고운말을 면 학생들도 고운 말을 쓴다. 선생님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면 학생들도 그렇게 한다. 신기하다. 선생님이 독서하는 모습을 보이면 학생들도 그렇게 한다. 선생님 이상한 행동을 하면 학생도 그렇게 한다. 심지어 걸음걸이도 흉내를 낸다. 닮는다.

선생님은 언제나 나의 장점이 얼마나 되는지 단점이 얼마나 되느지 살펴보고 단점을 하나하나 고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의 단점을 학생을 위해서라도 고쳐야 할 것 같고 나의 장점은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 같다. 특히 선생님 의 단점중 나태한 것, 게으른 것 닮으면 큰일 난다. 근면 성실을 배워야지 게으른 것 닮으면 안 된다.

선생님의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배운다면 이것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말과 행동이 다르면 학생도 나중에 커서 그렇게 된다. 학생들도 장차 말 다르게 되고 행동 다르게 된다. 배운 게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좋은 것 배우면 되는데 꼭 안 좋은 것 배운다.

선생님의 정직을 배우면 얼마나 좋으랴! 거짓을 배워 놓으면 거짓을 밥 먹듯이 하게 된다. 속이는 것 예사로 하게 되고 그것을 엄청 좋아한다. 거짓 없는 세상 만들기 위해 선생님이 정직한 삶을 살아야 한다. 선생님의 신뢰와 정직을 배우게 되면 장래 사회는 밝아진다.

선생님의 성실을 배우면 학생들은 성실을 무기로 삼고 살아가게 된다. 남이 볼 때보다 안 볼 때 더 잘한다. 질서를 지키는 것도 그렇다. 시민으로서 지켜야 법규와 규칙도 그렇다.

선생님의 근검 절약을 배우면 학생들이 장차 절약하게 되고 낭비하지 않게 된다. 전기도 그렇고 종이도 그렇고 물도 그렇다. 쓸 때 쓰더라도 아낄 때는 아낀다.

선생님의 예절을 배우게 되면 학생들도 장차 예절 바른 사람이 되어 사회는 아름다운 사회가 된다. 윗분을 만나면 겸손하게 인사하고 부모님을 잘 공경하며 말도 공손하게 한다.

선생님이 정이 넘치면 학생들도 그렇게 된다. 선생님이 정이 메마르면 학생도 그렇게 된다. 선생님이 사랑을 베풀면 학생도 장차 그렇게 된다. 선생님이 남을 배려하면 학생들도 그렇게 한다. 선생님께서 어려운 학생이나 어른을 보살피고 도우는 데 앞장서면 학생들도 장차 그렇게 된다. 학생은 선생님을 동일시의 대상으로 삼는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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