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를 잘 하려면 이야기를 잘 만들어야 한다.
이야기를 스토리(Story)라고도 한다.
스토리란 주위에 널려있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혹은 할머니) 무릎에 누워 듣던 옛날이야기나 이솝 우화가 스토리다. 아이는 할아버지가 하시던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이야기에 취해 눈이 반쯤 감기면 자장가를 들으며 꿈나라 여행을 가고는 했다. 매일같이 들었던 이야기나 자장가라도 말이다. 이렇게 아이들은 스토리를 먹으며 자랐다. 옛날이야기든, 라디오 연속 방송극이건 말이다.
세상은 스토리를 벗어나서 살 수가 없다. 적게는 가족의 역사가 그렇고 한 국가의 역사, 다큐멘터리, 위인전의 이야기도 스토리다. 스토리는 역사, 다큐, 위인전 등 비문학적인 글에 차용되지만 노래나 시, 소설이나 동화, 드라마 등 문학적 글도 스토리로 만들어야 한다. 스토리를 벗어나 글짓기나 글쓰기를 말할 수는 없다.
문학에서 스토리(story)는 ‘글로 된 작품을 어떻게 만들까’ 하는 고민이다.
그것은 이야기가 들어있는 사상이나 생각을 전달하는 형식에 대한 문제다. 이야기 만드는 형식을 플롯(plot)이라고 한다. 플롯(plot)이라는 것은 소설이나 동화, 시나리오, 만화 등 픽션에서 작가가 의도적으로 이야깃거리를 골라 연관 지어 배열한 ‘사건들의 구조’를 말한다.
즉 이야기나 우화처럼 이야기의 서술적 형태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이야기 구조를 말한다.
그렇다면 이야기의 줄거리가 플롯일까? 여기에 대해 E. M. 포스터는 줄거리(story)는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배열해서 서술한 것인 반면, 플롯은 사건들을 인과관계의 의미에 따라 구성한다고 했다. 유의미적인 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플롯에 대한 이런 접근은 픽션에서 플롯의 중요한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플롯은 사건들의 단순한 배열이 아니라 인과관계를 지어 구성하는 방식을 말한다.
다음의 이야기는 필자의 동화 ‘춤의 요정’에 있는 동화 ‘반장선거’의 내용이다. 이야기는 아래와 같은 사건들이 모여 이루어졌다.
1. 초등학교 때 난 한 번도 반장선거에 나간 적이 없다.
2. 반장 선거가 다가왔다. 그래서 난 반장선거에 나갔다.
3. 나가기로 했다.
4.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 반에서 정한 규칙을 어기는 아이들이 많았다.
5. 선거 결과는 무참하게 떨어졌다.
이제 남은 것은 사건과 사건 사이 내용을 채우는 것이다. 즉 줄거리와 줄거리를 연결하여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플롯이란 단순하게 시간 순서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인과관계를 중심으로 유의미하게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1. 초등학교 때 난 한 번도 반장선거에 나간 적이 없다.
2. 반장 선거가 다가왔다. 그런데 나서는 아이가 없다.
3. 지난 학년 반장도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4. 반장 선거에 나가고 싶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5. 짝이 반장선거에 나가라고 했다.
6. 망설여졌다.
7. 짝이 밀어 줄 테니 나가라고 했다.
8. 나가기로 했다.
9. 안 나가겠다던 친구들이 나가겠다고 했다.
10. 다시 마음이 흔들려 집에 와 부모님께 말했더니 나가라고 했다.
11.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 반에서 정한 규칙을 어기는 아이들이 많았다.
12. 선거 결과는 무참하게 떨어졌다.
13. 선생님께 말할까 하다가 참았다.
14. 두 번째로 표를 얻은 아이 부모가 항의했다.
15. 선생님께 불려가 조사를 받았는데 나온 아이들은 나 빼고 모두 반칙을 했다.
16. 선생님이 회의를 부쳤다.
17. 반장으로 된 사람은 규칙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내가 당선될 것이다.
18. 그러나 난 반장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 대신 매월 반장을 뽑아 돌아가며 하자고 했다.
플롯은 글의 장르마다 서로 다른 형식과 특성이 있다.
즉 소설, 동화, 시나리오, 연극대본, 편지글 등에서는 각자 고유한 형식과 특성이 있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글이 나타내고자 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나름대로 적합한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