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동일시 대상으로 삼는다 (2)

2014.11.27 12:01:00

학생은 선생님을 동일시 대상으로 삼는다. 한편으로 듣기 좋은 말이다. 나를 닮다니! 나를 모델로 삼다니, 나를 성장의 대상으로 삼다니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마음이 뿌듯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엄청난 부담이 된다. 스트레스가 된다. 좋은 것 닮으면 좋은데 꼭 안 좋은 것만 닮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안 좋은 행동, 한 좋은 말, 게으른 습관...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은 언제나 성인 군자와 같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노력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들 중에는 불평을 자주 하는 이가 있다. 교실에서 수업을 할 때도 그러하다. 교장에 대한 불평, 교감에 대한 불평, 여러 선생님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러면 학생들의 머릿속에는 불평하는 것만 남게 되고 자기도 모르고 불평하는 사람으로 바뀌고 만다. 불평이 안 좋은 이유는 불평이 스트레스를 푸는 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불평을 한다고 교장, 교감, 여러 선생님의 잘못된 행동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그런 사람으로 바뀌어가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어떠하든지 불평은 학생들 앞에서 하면 안 되겠다. 그게 쉬우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을 수도 있다. 어려워도 아닌 것은 바꾸어가야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불평이 좋지 않은 것은 불평은 더 큰 불평만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불평을 하기 시작하면 또 다른 불평을 하게 되고 자기 눈에는 불평거리만 보인다. 이러면 자신이 불행해지고 비참해진다. 학생들에게 이런 선생님이 될까 늘 조심하면서 자신의 불평이 완전히 사라지는 불평없는 선생님이 되어야 학생들도 좋은 모습을 닮아가게 될 것이다.

또 선생님들 중에는 학생들 앞에 늘 불만을 말하는 이도 있다. 학교시설에 대한 불만, 학교경영 대한 불만, 학사운영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는다. 학생들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듯하면서 학교를 향한 불만은 끝없이 가득차 있다. 이러면 학생들도 그런 사람으로 성장한다. 무엇이든 만족하는 마음을 가지고 기쁨으로 하면 학생들도 선생님의 모습을 닮아간다.

학생들을 지도할 때 자기의 불평, 불만을 풀기 위해 학생들에게 감정적으로 대한다. 화를 내지 않아도 될 것을 화를 내기도 하고 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소리를 높이고 짧고 하고 말아도 될 것을 오래도록 말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어간다. 이것 또한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가정에 안 좋은 일이 있으면 그것에 대한 해소차원으로 학생들을 공격한다. 심지어 자식에게까지 공격을 하고 상처를 준다. 이런 일을 하고 나면 자신은 시원해도 그 대상의 학생은 엄청 스트레스가 되고 상처가 된다. 학생이 기가 죽는다. 많은 사람들이 볼 때 모든 면에서 모범이 되고 자랑거리가 더 많은데 그 선생님에게는, 그 어머니에게는 모든 게 불만이다. 기대치가 너무 높기 때문일 것이고 남편 닮았다는 이유로 불평하고 불만을 한다. 남편의 잘하는 행동,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와 닮은 학생들을 보면 미워한다. 이런 것들이 혹시 나에게 있지 않나, 스스로 찾아보고 고쳐나갈 일이다.

선생님의 입에는 불평보다 칭찬이 많아야 학생에게 도움이 된다. 교장, 교감에 대한 칭찬, 학교경영에 대한 칭찬, 학사운영에 대한 칭찬 등이 있으면 학생들도 간접적으로 만족하게 되고 남에게 칭찬하는 이로 변하게 된다.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몸이 뚱뚱하고 못 생긴 것이 평생 한이 되고 열등의식 속에 살아가는 이가 체육대회에서 피구시합 때 두각을 나타내고 많은 학생들이 응원의 박수를 보내면 그 학생은 평생에 그 환호하고 응원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열등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 학생에게 선생님의 체육활동의 모습을 보면서 칭찬을 하게 되면 이 학생은 두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 듯이 기분이 좋아지고 학교생활이 더욱 빛날 것 아니겠는가? 학생은 선생님을 동일시 대상으로 삼는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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